육아관찰기 (33) - 좌충우돌 야단법석 어린이집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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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이제 봄을 맞아, 15개월을 다 채워 가고 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잘 걷고, 잘 움직이고, 집도 잘 어지럽히고 말썽도 슬슬 부리기 시작하지만, 그 만큼 조금씩 재롱이 나오고 있어 육아의 기쁨과 고됨이 왔다갔다 하는 신묘한 시기 같습니다. 이 아이에 있어서는 이제 두 번째 마주하는 봄이고, 작년에도 이 아이는 첫 외출은 벚꽃놀이(?) 였는데, 그 시절을 기억하리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사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저도 워낙 초보 아빠의 육아로 난리통이었기 때문에 이 시절의 기억은 없거든요.

이번 봄을 맞아, 아이의 가장 큰 변화라면 걸음마와 어린이집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꽤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어린이집을 가면서 걸음마를 좀 더 열심히 하고, 걸음마가 어느정도 되면서 어린이집에서 좀 더 즐겁게 있을 수 있었으니, 이게 바로 선순환이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걸음마 측면에서는 뭐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은 했다만, 막상 하루하루 움직임이 빨라지는 것을 보면 일단 현실적인 걱정은 접어두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난생 처음 부모와 떨어져 어린이집에서 반나절을 보내게 되는 아이에게, 어린이집에서의 적응은 꽤나 중요한 미션이었습니다. 여기서 난항을 겪으면 꽤 오랫동안 고생을 하거나, 기껏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던 어린이집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딱 요 시기쯤이면 아이의 분리불안이 또 한번 크게 몰려온다고 해서, 제 주위에서도 많은 분들이 꽤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들어서 저도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약간의 여유시간에 대한 기대감과 어린 아이에 대한 안쓰러움 같은 복잡한 감정이 몰려와서 좀 힘들어했습니다.



1. 처음 어린이집을 보낼 때부터 적응이란 문제는 꽤 만만치 않게 느껴졌었습니다. 처음 어린이집 입소 전, 상담하러 갔을 때도 들어가자마자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통에 아내가 상담하는 동안 전 아이를 달래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 주위에서도, 13~14개월에 입소한다고 하니 '지옥의 분리불안 기간'이라고 고생이 많을 것이라고 미리 위로까지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돌 안된 어린 아이들이 아무것도 몰라서 적응을 더 잘한다고도 했는데, 저희는 뭐 이미 지났죠. 사실 알았어도 고민을 좀 했을 거 같습니다만...

바야흐로 어린이집 등원 첫날, 아내는 아무래도 이러저러 걱정 덕분에 잠을 좀 설쳤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사실 처음 몇 주는 적응 기간이라, 그냥 맡기고 나오는게 아니라 엄마와 같이 놀고 탐색하고 하면서 적응하는 기간입니다. 아내와 아이는 어린이집의 배려로 한 2주 이상 넉넉하게 함께 적응기간을 가졌습니다. 음악, 체육 관련 특강선생님이 격일 정도로 오셔서 아이들과 수업 하고, 수업이 없으면 선생님과 놀이하고, 날이 좋으면 산책도하고 대략 그런 구조로 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도 처음에는 한시간 정도만 있다가 오는 식이라, 언제나 정상적인 시간대로 맡기고 올 수 있을지 까마득해 보이기만 했습니다. 그 와중에 아이는 처음 가는 곳에 처음 보는 아이들, 선생님들이라 엄마 옆에만 딱 붙어서 엄마가 엉덩이만 떼도 나라 잃은 것 처럼 울어서 선생님들이 적응 기간이 꾀 오래 걸릴 것으로 추측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아내도 이런 아이를 보며 과연 적응을 할 수 있을지 많은 걱정을 하며 노심초사했습니다. 그래서 첫 달은 엄마 아빠가 바로 편하게 여유시간을 낼 수 있다기 보다는 아이를 주의깊게 살피며 함께 걱정하고 적응하는 기간이었습니다.

며칠이 지나니, 엄마 옆에 딱 붙어 있지만 주위를 조금씩 탐색하고 한다는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이 때까지 선생님들의 아이에 대한 평가는 '대단히 신중해 보이는 아이' 였던 것 같습니다. 엄마와 함께 아침 9시 30분~10시 쯤 어린이집을 가면 거기서 아침 간식으로 죽을 한 그릇쯤 먹고, 그날의 활동을 좀 한 다음, 11시 좀 넘어서 집에 들어와서 낮잠을 조금 자고, 점심을 먹고, 여느 때의 일상으로 들어가는 게 그 때의 일과였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아이가 어린이집을 간다고 해도 제가 딱히 시간이 많이 나는 것도 아니고 해서, 오전 중 여유시간이란 여전히 먼 이야기였습니다.


2. 한 달쯤에 가까워질 때쯤, 아이가 어느 정도 어린이집에 익숙해지고 나니 슬슬 선생님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를 시도했습니다. 10시 이전에 등원한 다음 아이에게 간식을 간단히 먹이고, 10시쯤 엄마는 선생님들께 아이를 맡기고 문을 닫고 나오는 것이죠. 이 때의 목표는, 아이가 혼자 남아도 잘 놀면서 기다리면 엄마가 온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보통 이때쯤부터 고생길이 열린다고 하는데, 심하면 엄마가 나가자 마자 아이가 심하게 울고 다른 활동을 진행할 수 없어서 전화로 '어머니 아이 데리러 오셔야겠어요...' 라고 하기도 합니다.

저희의 경우에도 개월수나 지금까지 보였던 모습 때문에 사실 선생님이나 저희나 모두 긴장을 꽤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아이의 울음소리가 참으로 크고 우렁차서(...) 더욱 긴장했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첫날, 아내는 아이를 원장선생님께 맡기고 나오면서 문 밖에서 우렁찬 나라잃은 울음(...)을 들으면서 한동안 문 앞에서 발이 안떨어졌다고 합니다. 찜찜한 기분으로 집에 왔다가 한시간 남짓 뒤에 다시 찾으러 갔을 때, 원장선생님께 들었던 이야기는 꽤 뜻밖이었습니다. 아이가 딱 10분 울고 진정하더니 잘 놀더라는 것이죠. 물론 엄마를 다시 보면 참았던 나라잃은 울음(...)이 다시 터지긴 했지만 말이죠. 원장선생님 왈, 울음소리를 보건데 이건 한시간 이상에 적응기간 꽤 걸릴 거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지만 10분만에 진정해서 선생님마저 또 한번 놀라셨다고 합니다.

다음날, 다다음날은 더 황당하지만 희망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음날은 엄마 나가고 5분, 다다음날은 엄마 나가고 3분(...) 으로 점점 우는 시간이 짧아지더니, 1주일 남짓쯤 되니 엄마 있을 때는 울다가, 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울음이 그치는(....) 광경을 목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이의 울음, 땡깡에 그렇게 많이 속았지만 이렇게 속는 것도 참 기분이 묘하더군요. 이러다가 어느 날은 어린이집에 아이 데리러 갔더니 잘 놀다가 엄마아빠를 보니 갑자기 울음을 시작하는데, 원장선생님도 저희도 이제는 슬슬 '아 이게 진짜 울음이 아니다'라는 걸 간파하고 조금 편안하게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쯤 되면 슬슬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도 조금씩 늘어납니다. 처음 몇 주는 한 시간 정도였지만 점점 늘려보는 것이죠. 4월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놀이활동이 끝나고, 점심을 먹고 올 수 있게 되었고, 언제부터인가 아이는 집에서는 참 짧고 까다롭게 자는 낮잠을 어린이집에서 푹 자고 오후 세 시쯤까지 시간을 다 채우면서 기다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쯤 되니 아내는 자신의 걱정이 머쓱해질 정도로 아이가 적응을 빨리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여러 모로 다행이기도 하고,  아이를 낮잠 재우는 비결은 오히려 저희가 가서 배워 와야 될 거 같은,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로 남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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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린이집을 가게 되면서, 나름 가방도 싸서 가야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가방에는 음...그날그날 밥먹을 식판이 들어 있고, 먹기 좋은 멸균우유와 물병도 하나 챙겨서 넣어 주고, 침을 많이 흘리니 여분의 턱받이도 좀 넣어 두고, 이 외에도 필요한 것을 조금 넣고, 연락장에다가 간단한 메시지를 써서 보내는 것이죠. 사실 저 가방을 아이가 메는 날은 또 언제가 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요즘 아침에는 저렇게 가방을 싸고, 아이에 적당히 옷을 입히고 해서 시간 맞춰 어린이집에 가는 게 규칙적인 일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어린이집에서 먹이는 음식 같은 데에도 참 신경이 많이 쓰이기 마련입니다. 식단표 같은 건 매달 확인하고 있는데, 식단표대로 잘 나오는지는 식판의 흔적 정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아직 거의 음식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식사든 간식이든 참 즐겁게 잘 먹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집에 올 때 보면 배가 참 든든하게 부른 상태로 오는 거 보면 말이죠. 아내의 걱정도 지금 와서는 처음보다는 꽤 줄었는데, 그래도 아이가 먹는 것을 직접 볼 수 없으니 간식으로 과자 같은 것들 많이 줄까 싶은 걱정도 약간은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아내가 원장선생님께 과자같은 가공식품류는 먹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을 해서 조금 안심입니다. 물론 원에서도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 알러지 위험 때문에 가공식품은 주지 않고, 주게 되면 알려주신다고 했습니다만, 뭐 아이가 밥을 든든히 먹어서 간식에 별 뜻이 없으면 다행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가방 같은 걸 정리하다 보면, 가끔 다른 아이의 물건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 아이는 지금 어린이집에서 두 번째로 어린 아이라, 제일 어린 아이와 함께 집중관리(?) 대상인데, 그래서 제일 어린 아이의 수저통같은 게 들어있을 때도 있습니다. 뭐 이런 거야 충분히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거 말고는 음...침받이나 이런 건 섞이거나 하는 걸 못본 것 같습니다. 기저귀 같은 경우에는 보통 부모와 아이의 취향에 따라 자기가 쓰는 기저귀를 미리 보내 두는데, 그래도 집에 와서 기저귀 갈다 보면 집에서 쓰는 기저귀가 아닌 게 채워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뭐 이것도 아이가 피부트러블 같은 게 있어서 기저귀 가리는 것도 아니고, 저희가 특별한 기저귀 보낸 것도 아니고 해서 크게 신경쓰지는 않고 있습니다. 아마 선생님들도 비슷한 생각 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4. 어린이집에서 단체행동을 시작하면서 피해갈 수 없는 것이 감기입니다. 작년에는 감기로 크게 고생하지 않고, 감기 걸려도 3일이면 알아서 낫고 가던 저희 아이도 이걸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처음엔 이걸 아이가 옮겨온 것인지, 하필 그날 대중교통으로 출근했다가 몸살기운을 달고 집에 온 아빠의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아이는 거의 한 1주일 정도 콧물을 흘렸습니다. 그 와중에 아빠도 몸살감기가 와서 고생을 했는데, 하필 또 아이의 잠자리는 제가 자는 안방 침대 옆입니다. 저도 종합감기약을 먹으며 버텼지만,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잘 낫지 않더군요. 

사실 좀 찜찜하긴 했지만, 일단은 원장선생님의 판단대로 등원은 계속 했습니다. 다행히 열도 없고 해서 딱히 어린이집을 곤란하게 할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하셨던 듯 합니다. 그러다가 1주일쯤 콧물이 계속 나고 약간 기침이 나기 시작하길래 병원을 갔더니, 의사선생님도 일단 크게 특별한 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어린이집 가죠?' 라고 물으시는 것이, 어느 정도 그런 면은 체념하고 있어라는 의미로 들리기도 했습니다. 약을 4일치 받아들고 와서 먹기 시작하니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은 보이긴 했는데, 그 과정에서 다음날 열도 조금 오르고 컨디션도 안좋아보인다고 어린이집에서 병원 내원을 추천받아, 하루만에 다시 병원을 가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한 해열제 같은 것도 받아 왔습니다. 먹일 일은 크게 없었지만 말이죠.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나서, 이제 제 감기도 약간의 콧물만 남고, 아이의 감기도 이제 더이상 남아있지 않은 다행스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실 단체생활에서 감기 같은 건 정말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가 많은데, 아이 뿐 아니라 부모들까지도 모두 조심해야 하는 것이 참 어려운 점 같습니다. 저도 이렇게 버스 타고 나갈 때마다 뭔가 아이가 변고가 생기니, 요즘은 뭔가 기미가 있으면 일단 서로를 위해 차를 가지고 출퇴근하는 게 조금 익숙해지려 합니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수칙으로 외출하고 오면 손씻기가 있겠는데, 이건 이제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외투 벗고 비누로 손씻기면서 저도 같이 씻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결되어 가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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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제 어린이집을 가기 시작한지 한달 반이 조금 넘어가는데, 지금까지의 성과는 '적응이 거의 끝났다' 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어린이집을 가고 엄마가 문 닫고 나가도 울지 않고, 오후 3시 이후에 찾으러 와도 울음 없이 엄마를 반겨줍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도 기분 좋게 잘 놀고, 잘 먹고 합니다. 어린이집에서도 활동 잘 하고, 잘 먹고, 심지어 집에서는 그렇게 안자던 낮잠도 두 시간씩 잔다고 하니 저희 입장에서는 참으로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아이 데리러 갈 때마다 선생님들이 너무 모범적이라며 칭찬까지 해주니, 이녀석 벌써부터 이미지관리 하나...싶은 기분도 조금 듭니다.

그리고 아이가 꼬박꼬박 어린이집을 가는 것이 일정에 반영되면서, 저와 아내 또한 이제 뭔가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제 경우에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낮에 해야 될 업무를 대부분 마무리하고, 아이가 돌아오면 업무 마무리 이후 아이를 좀 보다가, 아이가 잠이 들면 다른 업무를 보는 식으로 어떻게든 일상적인 회사의 흐름에 따라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물론 슬슬 업무량이 많아지는 시즌이 시작되고 있지만 말이죠. 아내도 낮에 밀린 잡무 같은 걸 하고, 어느 정도 안정적인 작업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외출이 있을 경우에도 예전에는 제가 집에 도착해야 아내가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오후 3시를 기준으로 해도 어떻게든 되니 약간의 유연함도 생겼습니다.

예상했던 돌발상황(?)이 있다면 엄마가 등원을 시키고, 아빠가 하원을 시키는 경우 어린이집 문앞에서 참 난감해지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등원할 때는 아이가 있으니 문제 없는데, 하원할 때는 아빠가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안면을 미리 터 두지 않으면 들어가지도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저도 처음에는 벨 눌렀는데 누구 아빠라고 증명하기도 어렵고 해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참 당황스러운 상황을 겪었는데, 지금은 음...그래도 서너번쯤 가니 이제는 조금 괜찮아지는 것 같습니다. 저같이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을 피하시고 싶으시면 아내에게만 등하원 맡기지 마시고, 시간 될 때마다 같이 가면서 얼굴 익혀 두시면 여러 모로 당혹스러운 점을 피해갈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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