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관찰기 (30) - 복스럽게 잘 먹는 아이에게 복이 찾아올지(도 모르겠)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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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아이가 태어난 지도 14개월에 접어들었습니다. 모든 부모들이 그렇겠지만 저희도 정말 한 해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보내고 있어서, 가끔 작년 이맘때 이야기들을 썼던 포스트들을 다시 보면 참 아련한 추억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 때는 정말 고생의 끝이 눈 앞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치열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정말 빨리 지나간 것이, 이게 지나간 자의 여유(?) 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물론 아직 기나긴 여정에 첫 발을 내딛었을 뿐이지만 말이죠.

돌이 지나고 이제 두 번째 맞는 봄을 눈 앞에 두면서, 아이는 작년 이맘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풍성장해서, 많이 바뀌었습니다. 작년 이맘때 막 60일 지난 아이는 모유와 분유를 간신히 먹고, 잠을 4시간씩 끊어 자면서, 목도 제대로 못 가누고 몸도 못 뒤집고 해서 참 조심조심 다루느라 더 힘들었지만...지금은 일년 전에 비하면 다 큰 것 같다는 엄청난 착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움직여 기어다니고, 주위의 많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방도 잘 어지럽히고, 엄마아빠를 꾸준히 귀찮게 합니다. 그리고 달라진 것이 크게 와닿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먹을 것' 입니다.

이번의 테마가 '먹을 것'이 된 이유는, 아이가 얼마 전 드디어 완전히 분유를 떼고, 이유식과 우유의 조합으로 식생활이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주위에 많은 분들이 꽤 오랫동안 모유수유를 하고, 모유를 떼고 분유를 떼고 하는 데 고생하시는 이야기를 들어 왔는데, 저희는 음...넘어 가는 대로 아이가 별다른 거부 없이 쭉쭉 따라와 주어서 신기할 따름입니다. 저희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아이가 새로운 먹거리를 접하면서 기존에 먹던 음식보다 새로 맛 본 음식에 더 흥미를 가지고 그것을 선택하면서 자연스럽게 단계가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 작년 이맘때 아이가 무엇을 먹었나 생각하면 음...저희는 애초에 제왕절개로 출산을 해서 아내가 힘들기도 했고, 모유량이 유축해서 보관할 정도로 나오지도 않는데 아이의 먹성은 남달라서 처음부터 혼합수유를 선택했습니다.  사실 아이가 태내에 있을 때부터 이 아이의 먹성을 미리 알아채야 되었나 싶기도 합니다. 저희 아이는 태내에서 출산 전까지 엄마를 입덧에 잔잔히 시달리게 했는데요. 엄마가 가공식품이나 합성착향료가 들어간 음식을 조금이라도 먹으면 입덧을 유발해서 귀신같이 걸러내고, 엄마가 먹는 족족 자기만(?) 쑥쑥 자랐습니다. 임산부였던 아내는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는데 아이는 잘 자라더군요. 그리고 태어나서도 모유와 분유를 딱히 가리지 않고 참 잘 먹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분유 쪽을 조금 더 선호하긴 했지만 그래도 양쪽 모두 안가리고 잘 먹긴 했습니다.

저희 아이의 먹거리에 첫 번째 큰 변화라면 6개월 전후가 될 겁니다. 5개월 쯤부터 초기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먹을 것의 종류가 조금 더 늘어나고, 분유의 단계가 바뀌고, 7개월에 모유를 졸업했습니다. 모유의 경우 WHO 권장이 6개월인데...WHO는 6개월 이후에도 모유수유를 꾸준히 할 것을 권하고 있네요. 뭐 권장 기간을 채운 데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지만, WHO처럼 다른거 먹이지 말고 모유만 먹여라는 건 음...현실적으로 시작부터 글렀었네요. 하지만 다행히도 아이는 별 문제 없이 튼튼히 잘 자라고 있습니다.

아이가 통잠을 자고 모유를 끊고 하면서 엄마아빠의 육아에 대한 육체적 부담은 조금 줄어들긴 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쯤이었나... 슬슬 아이가 먹는 분유 양이 늘어가면서 젖병을 조금 대용량으로 바꾸어야 했습니다. 그 때 남은 젖병은 아직 부엌 어딘가에 잘 보관되어 있긴 할 텐데, 정말 이렇게 빨리 바꿀 줄은 머리로는 알고 있었을지언정 막상 바꾸기 전에는 와닿지 않기도 했습니다. 


2. 모유를 졸업하고 나면 다음 먹거리 변천사는 분유의 졸업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이건 비교적 최근의 일인데, 돌을 지나고 우유를 먹을 수 있게 되면서 과감히 매달 사던 분유 주문을 끊고 그 자리를 멸균우유로 채워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약간 불안함이 있긴 했는데, 아이가 워낙 분유를 잘 먹었는데 하루아침에 분유를 뚝 끊으면 아이가 좀 당혹스럽지 않을까 싶은 느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분유를 졸업하면 매일 아침이나 저녁마다 챙겨야 하는, 분유를 위한 끓인 물 준비가 사라지는 것은 조금 더 편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분유통을 비우고 나서, 과감히 분유 대신 우유를 담은 빨대컵을 아이의 입에 물렸는데... 걱정과 달리 결과는 의외로 아주 성공적입니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어하는 눈치가 있지만 이내 그냥 잘 먹습니다. 이게 아이는 우유가 분유와 비슷해서 잘 먹는다기보다는, 우유의 맛이 기존 분유와는 다르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잘 먹는게 아닌가 싶은 눈치도 있었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음...참으로 다행이죠. 이렇게 또 쉽게 아이의 허락을 받아(?) 성장의 계단을 한 발짝 더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분유를 먹이던 전체 과정을 생각해 보면, 저희는 조리원에서부터 먹던 분유를 그대로 이어 와서, 신생아때의 1단계부터 시작해 돌부터 24개월까지 먹는다는 4단계를 딱 한 달 정도 먹고 졸업했습니다. 단계 넘어갈 때 맛이 조금 달라진다고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었는데, 저희 아이는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뭐 분유에서 우유로 가는데도 적응 기간이 필요 없던 아이였으니 괜찮았나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식비가 줄어드는 건 아닌 것이, 이제는 멸균우유를 대신 먹으니 드는 돈은 비슷한가 싶습니다만, 외부활동 같은거 나갈 때 편의성 측면에서는 비교할 수가 없겠죠.

젖병은 이미 분유의 졸업 이전에 완전히 졸업해서 정리했습니다. 몇 개월 전부터 빨대컵을 가지고 분유를 먹는 연습을 꾸준히 했고, 덕분에 작년 연말 즈음 해서 분유병들도 정리하고, 매일 밤 아빠의 숙제같았던 젖병 소독도 없어졌습니다. 처음 살 때는 젖병에 '~24개월' 이렇게 적혀 있길래, 이 젖병 소독의 끝은 언제 오는가 했더니 1년도 안되어 끝이 오긴 오더군요. 빨대컵도 처음에 쓰기 시작했을 때는 아이가 빨대컵 브랜드를 가리는 모습도 보였는데, 이것도 좀 더 크고 하니 좀 줄어드는 모습입니다. 그래도 지금 쓰는 빨대컵은 처음 썼던 빨대컵 브랜드의 것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나마 만듦새 같은 게 맘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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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 아이의 진정한 먹성(?) 은 본격적인 이유식이 시작되고서부터 나오더군요. 분유까지 무난하게 빨리 뗄 수 있었던 이유라면, 이 아이가 워낙 이런 새로운 먹을것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유식은 초기에는 집에서 직접 했는데, 후기쯤 가서 이게 주식이 되니 먹는 양도 만만치 않고, 엄마의 부담도 크고 해서 몇 달 정도는 이유식을 배달 받아 먹고 있습니다. 비용이 조금 고민할 만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어차피 먹는 데 쓸 거 어떻게 써도 그정도는 나간다고 생각하고 과감히 질렀는데, 기대 이상입니다. 저도 도움을 꽤 받고 있습니다.

후기 이유식의 경우 무른밥 형태로 나오는데, 집에서 하는 이유식도 비슷하게 무른밥 형태입니다. 평소에는 배달 이유식을 두끼 정도, 한 끼는 엄마가 집에서 한 이유식을 먹는 패턴인데, 두어 달 정도는 어느 쪽이든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 아내의 난소 종양 수술 때 어쩔 수 없이 배달 이유식을 3일 정도 계속 먹었더니, 아이가 식사에 꽤 흥미가 떨어지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매번 종류가 다르기는 했지만 배달 이유식을 계속 먹으니 맛이나 질감이 비슷비슷해서인지 지겨워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퇴원해서 만들어 준 이유식을 참으로 맛있게 먹고 나서부터는, 다시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있습니다.

한편, 이유식을 시작하면서부터 마음의 짐처럼 느껴지는 과제는 음...숟가락질입니다. 이유식 초기나 중기 때는 이유식을 떠서 손 근처에 가져다 주면 그래도 쥐어서 입으로 가져가는 시도는 했는데, 이유식 말기쯤 되니 아이가 꾀만 늘었는지, 이유식을 떠 주면 입만 가져다 대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본격 손으로 이유식을 만지작만지작 주물럭주물럭 하면서 주변 바닥과 사물들, 자기 머리카락까지 이유식을 나누어주는 자애로움(?)을 보여주기도 해서 참으로 식사시간이 피곤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숟가락을 쥐고 익숙치 않지만 그릇에서 음식을 떠서 먹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많이 흘리고,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말이죠. 그래도 손으로 주물럭거리는 건 뭐 어쩔 수 없나 봅니다. 


4. 돌이 지나고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것이 늘어나면서 또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습니다. 일단 배달 이유식이 무른밥 이런 걸 넘어 밥과 국 형태로 넘어갔는데, 이걸 처음 본 아이의 표정이 '앗 이런 신세계가 있었다니!'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적당히 국에 밥을 말아서 주는데, 따로 떠줄때는 국도 참 좋아라 합니다. 사실 아이 이유식이라고 배달 오는 밥과 국을 볼 때마다 철없는 아빠 엄마는 '아 메뉴 잘나온다 우리도 식단에 참고할까...어른 이유식 배달도 있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도 합니다. 솔직히 찹스테이크밥 짜장밥 이런건 간이 세진 않지만 정말 맛있거든요.

간식도 점점 다채로워지고 있습니다. 젖니가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혀서 충분히 씹어 먹을 수 있게 되니, 사과 같은 과일이나 고구마 같은 것들도 간식으로 참 잘 먹습니다. 급히 많이 먹으려고 해서 매번 엄마 아빠가 주의해야 할 정도입니다. 덕분에 아이의 식사가 끝나고 엄마아빠의 식사 시간이 되면, 옆에서 엄마 아빠가 먹고 있는 것들을 꼭 먹어보려고 막 조르고 있습니다. 아예 고구마나 사과 같은 건 그냥 같이 먹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사과를 먹는데, 큰 조각을 급히 입에 집어넣다가 목에 걸릴 뻔 한 적도 있습니다만, 여전히 아이는 사과 조각을 작게 잘라 주면 좀 못마땅해 하는 표정을 보입니다. 빵 같은 것도 이제 어느 정도 먹을 수 있다고 하니, 크림 없는 부분 정도는 정말 조금씩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아이가 떡뻥에 흥미가 떨어진 듯한 모습입니다. 이제 슬슬 세상에는 맛있는 게 많고, 간식도 과자도 다양한 맛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나니, 그렇게 좋아했지만 맛이 좀 심심한 떡뻥에는 관심이 식고 있습니다. 식사 끝나고 보채는 동안 시간을 때워보고자(?) 한두개씩 주는 떡뻥은, 처음 먹을 때는 작은 조각 하나 먹는 데 10분씩 걸렸는데, 요즘은 '와작 와작 와작' 해서 10초에 한개씩 끝내는 걸 넘어서, 이제는 좀 심드렁한 모습까지도 보이고 있습니다. 한 번은 엄마가 건내 준 떡벙을 먹지 않고 범보의자 식탁에 문지르며 알 수 없는 추상화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남은 떡뻥을 엄마 아빠 입에 넣어주면서 다른 맛있는 걸 달라고 협상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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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이의 생활 습관을 들이는 데 있어, 핵심은 선명한 규칙적 행동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먹을 것에서의 생활 습관에서 필수적인 규칙적 행동이란 '시간'과 '장소'가 될 겁니다. 그리고 이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일단 아이의 하루 일과가 완전히 규칙적으로 잡혀야 되거든요. 이런 관점에서, 예전에 썼지만 아직도 가끔 댓글 반응이 오는 수면교육의 효과로, 수면 자체의 효과보다는 하루 일과 패턴을 완전히 다시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제일 크다고 봅니다. 일단 아이가 잘 자야 모든 것이 순조로운 것 같습니다.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일정해지면 식사시간도 일정해지고, 어른도 아이도 그 시간에 맞춰 준비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덕분에 지금 저희 아이는 아침 8시, 오후 12~13시, 저녁 6시 전후로 식사를 하는 패턴이 만들어져 있고, 저녁 7시에 자서 아침 7시에 일어납니다.

건강한 아이의 3대 조건으로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것이 꼽히는데, 다행히 저희 아이는 이제 이 세 가지를 어느 정도 잘 갖추고, 나름대로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 같습니다. 슬슬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면역이 떨어져서 자기 면역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는 돌 전후의 겨울에, 아이는 두 번의 감기를 겪었습니다. 그 중 처음 걸린 감기는 며칠 동안 콧물을 폭포수같이 흘리고, 부모와 함께 서로에게 감기를 옮기기도 했지만, 부모가 감기약을 먹고 이 악순환을 끊을 때쯤 별 탈 없이 같이 나았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걸린 감기는 조금 약했던지, 서로 옮기는 악순환도 없이 하루쯤 콧물 흘리다 다음날 일어나니 그냥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이게 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요만한 아기들은 정말 잘 먹으면 보기도 이쁩니다. 종종 '어이구 애기 먹는 것도 참 복스럽게 먹네' 라는 말도 종종 듣는데, 제가 봐도 참 의욕적으로 먹는 것이, 먹는 것으로 복을 끌어올 수 있으면 이 아이는 꽤 큰 복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덕분에 최근 아이의 볼살이 다시금 차올라 꽤 통통하고 탄탄해져서, 이제는 조금 식단을 조절해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그래도 몇 달 전인 지난 가을, 아이가 기어다니기 직전 쯤 찍은 사진을 보면 그땐 정말 통통해서 지금 정도면 아직 괜찮은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오동통한 미쉐린 캐릭터 몸매는 면한 거 같고, 객관성 부족한 아빠 눈에는 아직 귀엽고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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