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관찰기 (37) - 어울리고 싶지 않은 빅웨이브 수족구 by 파란오이


어느 새, 아이는 그 유명한(?) 반항의 시기 18개월에 접어들었습니다. 당장 지난 달만 해도 아이의 몸놀림이 빨라지고 눈치가 늘고 해서, '아무리 18개월이 온다한들 설마 이거보다 더하겠냐'  '지금 정도 말썽이면 뭐 무난하지 않겠냐' 생각했는데...당장 한 달 차이인데 지난달과 이번 달의 아이는 정말 차원이 다른 느낌입니다. 이제는 마음에 안들면 떼쓰고 드러눕고 들쳐메고 가려는 아빠의 손길을 피하려고 노력도 해보고....아이를 들쳐메고 집으로 들어오면서 기억 속의 몇 개월 전 아이를 떠올려보면 '참 많이 컸다...'는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밖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이건 정말 아직 둥지에서 한발짝도 밖에 내보내서는 안되는 여전한 아기새의 모습입니다.

18개월에 접어들면서 아이가 더 기운차보이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저도 지난 달 대만 출장을 다녀오고 나서, 장염에 위염에 몸살에 만성피로에 수면부족에...대략 지난 달을 지나면서 체중이 5kg 가량 빠졌습니다. 당장 제가 기운이 좀 빠지다 보니, 한달한달이 다르게 몸에 힘이 붙기 시작하는 아이를 상대하기가 조금은 버거워졌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실제로 아이가 더 기운차졌다는 것이고, 지난달과 이번 달의 컨디션 차이는 더욱이 극과 극이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음...지난달 하순을 휩쓸고 간 수족구 덕분이죠.

최근 아이들 사이에 대유행이라는 이 수족구, 어쩌다 보니 저희 아이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한번 증상이 나오면 음...일단 어린이집 등원이 안되고, 당장 육아의 부담이 생업을 위협할 정도로 치고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여기다가 식욕도 없어서 밥도 적게 먹고, 종종 열이 나서 추욱 늘어진 아이를 보고 있자면 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완쾌되고 나서 절호조의 컨디션을 되찾게 되면, 아이를 상대하는 이 아빠의 몸은 참 힘들지만, 마음만은 아이의 건강상태만큼 절호조로 올라가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힘든게 줄어들지는 않지만 말이죠.




1.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게 된 이후부터, 아이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벤트의 중심은 대부분 어린이집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작은 어린이집이었던 것으로 의심이 됩니다만 심증만 있고 물증은 음...언제나 그렇지만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금요일,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의 목과 어깨 부분에 뭔가 발진 같은 것이 조금 보이길래 약간 수상하다 생각했더니, 저녁때쯤 되니 이게 등을 타고 확 번져 있었습니다.

이 때만 해도, 이게 수족구인가 단지 피부 트러블인가 뭔가 다른 것인가 여러 가지 의심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발진 이외에 다른 증상이 딱히 없었기 때문입니다. 부랴부랴 아내가 다음날 병원에 예약을 잡고 다녀왔는데, 결과는 '아직 수족구로 확진할 수 없다' 였습니다. 그 때는 발진이 좀 더 번져서 발 쪽에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열도 없고, 입 안에 수포도 없어서, 이게 수족구라고 단정짓기에는 증상이 애매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게 수족구인가 알러지 발현인가 전전긍긍 하면서 어쨌든 주말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음...그 다음주 월요일쯤 어린이집에서 추천해 준 병원을 예약없이 급하게 다시 갔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평일 오전에 간 병원이었는데 진료실마다 대기가 20명씩 찍혀 있더군요. 병원에 도착했을 때가 11시 조금 안되었을 때인데, 전 당장 12시에는 아이를 집에 데려다 놓고 출근해야 하는 빠듯한 상황이었습니다. 대기가 20명이면 벌써 글렀죠. 그래서 병원 카운터에 지금 대기를 예약으로 돌릴 수 있냐 했더니 모바일로 직접 하셔야 한답니다....이렇게 디지털화의 뒤통수를 다시 한번 맞으면서 대기를 취소하고 그냥 갈까 고민했더니, 카운터 쪽에서는 예약손님들 중 안오는 분들이 꽤 있기도 하니 조정을 해보겠다고 하시더군요. 카운터에 있는 사람과 대면해도 모바일로 예약을 해야한다니, 이 시대의 디지털화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아리송합니다.

그래서 한 30분쯤 빠듯하게 기다려서 결국 진료실을 들어갔더니, 들어가자마자 너무 시원스럽게 의사선생님이 '어이쿠, 이건 수족구네!' 하셔서 확정판결이 나왔습니다. 일단 발진이 전형적인 수족구 모양이고, 지난주에는 없던 수포 하나가 입 안에서 인사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왈 '어린이집은 1주일간 가지 마시구요 약은 항바이러스성으로 챙겨 드릴께요' 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요즘 수족구가 대유행이라 많이들 온다고 덧붙여 주셨습니다. 


2. 수족구는 보통 4살 이하의 아이들이 잘 감염되며, 보통 접촉에 의해 감염되고, 침이나 타액, 진액 또는 배설물에 의한 직접적인 접촉에 의해 감염된다고 합니다. 잠복기는 3~7일 정도라고 합니다. 전형적인 증상은 열이 나면서 손과 발과 입안에 물집이 잡힌다고 합니다. 그리고 치료는 감기와 유사하게 하며,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잘 쉬고 하면 7~10일정도 지나면 대부분 좋아진다고 하며, 백신이나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아, 예방이 최선이라고 합니다. 예방법은 음...철저한 손씻기와 끓인물 마시기 등이 있네요.

간단히 수족구에 관련된 정보를 보고 있자니, 저도 음...기저귀 갈고 나면 손씻기를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좀 들긴 합니다. 그리고 이게 어디서 옮겨 왔나 생각하면, 아무래도 어린이집에서 아무리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도 컨트롤할 수 없을 듯한 영역이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덕분에, 수족구 의심이 되면 일단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를 하원 조치시키고, 다시 등원할 때는 병원의 소견서 같은 증거가 요구되기도 합니다. 물론, 아이가 수족구에 걸려 와서 집에서 1주일을 보내야 한다...는 건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거의 재난에 가까운 소식일 듯 하고, 양가에서 육아에 전혀 손을 보태주시지 않는 저희 같은 경우에도 힘들고 당혹스러운 이벤트입니다.

수족구에는 약도 없다...지만 일단 병원에서는 몇 가지 바이러스성 증상에 대응하는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아마 가장 전형적인 수족구 증상들에 대한 대응을 모아 '수족구 처방' 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약을 먹자마자, 아이의 몸에 있던 발진들이 빠르게 없어지는 것을 보면서, 현대의학의 힘(?) 을 새삼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열이 날 때를 위한 해열제는 따로 처방받지 않았는데, 그냥 먹던 거 있으면 있는 거 먹여도 된다고 하더군요. 열은 한두번 정도 났는데, 다행히 별다른 큰 일 없이 무난히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족구에 걸린 아이들은 입안의 수포 때문에 식욕이 떨어지고 잘 안먹는다...는 것도 증상 중 하나인데, 저희 아이는 워낙 식성이 좋다 보니 (...) 수포가 있어도 어느 정도의 식욕은 유지되었습니다. 물론 밥만 먹기는 조금 버거워했는데, 국에 말아 주면 평소에 가깝게 또 잘 먹었습니다. 어느 날은 수포가 아픈지 식욕이 좀 떨어져 있었는데, 그래도 과일은 또 잘 먹더군요. 아파도 맛있는 건 맛있나 봅니다. 그리고 음... 지난 번에는 아이가 약 먹는 걸 극도로 거부해서 참 고생을 했는데, 요즘은 또 그냥 평범하게 숟가락에 떠서 먹이면 잘 받아 먹고, 심지어는 더 달라고까지 하는 걸 보면 지난 번 그 난리는 무엇이었나...생각하게 합니다.

3. 저희의 경우, 수족구 말고도 불청객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결막염' 이었습니다. 수족구 판정을 받고 집에서 지낸 지 하루 정도 되니, 갑자기 아이 눈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눈꼽이 늘어나 있었는데, 이것도 근처 안과를 갔더니 결막염 판정이 나오더군요. 여담이지만, 아이들 가는 소아과는 예약 없이 가면 두시간 웨이팅을 기본으로 잡는 복잡한 분위기였는데, 안과는 너무도 한가해서(?) 또 색다른 기분이 들었습니다. 뭐 당연히 진료 보는 동안 아이는 버둥버둥했고, 저희는 그걸 필사적으로 잡았죠...

사실 결막염도 어린이집 등원을 막는 전염성을 가진 것들 중 하나입니다. 저희 아이의 경우 속눈썹이 좀 길어서 눈 안쪽을 찌르고 있고, 덕분에 평소에도 약간은 눈꼽이 많은 편이긴 한데, 이 부분은 크면서 좋아지기도 하는 만큼, 아직은 손을 대지 않는 쪽으로 보통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막염은 음...뭐 일단 결막염은 확실하게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수족구일 수도 있다고 하는데, 바이러스를 눈에 부비부비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말 듣자마자 저희는 원인을 수족구라고 확신했습니다. 이 시절 아이라면 손에 침도 좀 바르고 해서 눈에 부비부비....뭐 그런 것입니다. 일상이죠.

사실 이 결막염처럼 보이는 것이 몇 가지 유형이 있어서, 일단 가장 확률이 높은 약을 처방 받고, 차도가 없으면 경과를 보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안약 두 가지를 처방받았는데, 하나는 1일 3회, 하나는 1일 1회 정도로 넣으면 됩니다. 그런데 이 버둥거리는 아이를 붙잡고 안약을 넣기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예상을 했고, 첫 시도부터 이 안약 넣기는 저나 아내 둘 중 한명만 있을 때는 섣불리 시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반항은 흡사 예전에 감기약 처음 먹을 때의 느낌이랄까....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이제 아이는 칭찬에 조금씩 반응을 해서 안약을 잘 넣으면 크게 칭찬을 해줬더니 아주 약간? 협조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결막염도 약을 넣자마자 확실한 차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약 없을 때는 자고 일어나면 거의 눈을 못 뜰 정도로 눈썹을 덮고 있던 눈꼽이, 약을 넣고 나니 하룻밤만에 거의 정상에 가까울 정도로 돌아오는 모습입니다. 역시 아플 때는 괜히 사서 고생하지 말고, 병원에 가서 적당한 수준의 약 처방을 받는 것이 건강한 삶에 좋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사실 저 자신은 병원하고 그리 친하지 않았지만, 아이 덕분에 저도 병원과 조금 친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4. 이렇게 수족구와 결막염으로 병원 처방을 받고 나서 일주일 정도를 집에서만 부둥부둥하면서, 아이는 꽤 순조롭게 회복의 단계를 밟아 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약 처방 받고 하루이틀 정도에 정말 빠르게 증세가 호전된 덕분에, 예상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1주일이 지나고 병원에 갈 때는 발진 같은 것도 거의 없어진 상태였고, 입에 수포도 없고, 열도 당연히 없이 꽤 훌륭한 컨디션이었고, 이 정도면 크게 전염의 염려도 없이 어린이집을 갈 수 있겠다는 소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결막염은 음...사실 완치 판정을 듣고 싶었고, 병원에 가던 시점에는 증상도 거의 없었지만, 막상 진찰해보니 아직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크게 호전되었으니, 넣던 안약을 1일 1회 정도로 줄이고, 1주일 정도 더 넣으면 완전히 털 수 있을 것이니 병원 방문은 이번이 마지막인 것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이 쯤 되면, 부모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코멘트는 '어린이집 갈 수 있나요?' 인데, 제가 그냥 직구로 물어봤더니 선생님의 소견은 '수족구가 해결되었으면 문제될 것 없습니다' 라, 기쁜 마음으로 안과를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수족구와 결막염의 콤보를 1주일 정도로, 집에서 별다른 큰 일 없이 잘 막았다는 것은 꽤 기특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입안의 수포가 좀 거슬렸는지, 식사량도 조금은 국에 말아놓은 밥만 먹으려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꾸준한 식사량도 보여 줬고, 나름대로는 평온한 일상을 지내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안약은 난이도가 높았지만 약도 잘 먹고 말이죠. 그리고 정말 다행이었던 것(?)은, 아이가 손씻기는 언제나 좋아해서 개인위생 부분에서의 어려움은 많지 않았다는 것도 있겠습니다. 손을 씻기면서 비누칠을 조금 묻혀 주면, 손바닥 비비면서 비누거품 나는 게 참 재미있고 신기했는지, 손씻기는 참 열심히, 자주 하려고 합니다.


5. 이렇게 아이는 수족구와 결막염과의 결별을 마지막으로 올해 상반기를 정리하고, 대망의 18개월(...)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주일 정도 집에 있으면서 수족구와 결막염이 완치되고 나니, 어린이집 다닌 이후 몇 개월만에, 콧물도 흘리지 않는 컨디션 최고조의 아이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컨디션이 좋으면 밤잠도 줄고 몸의 움직임도 빨라짐은 물론, 낮잠 없이도 하루를 버티더군요. 낮잠이 없다는 것은 보호자의 휴식도 없다는 말과 같은지라, 집에 있을 때는 참 버티기 벅찼는데, 어린이집 갔더니 잘 놀고 낮잠도 한시간씩 잘 잤다고 합니다. 역시 집은 이제 좀 심심한가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의 컨디션이 올라오면서, 어느 새 아이가 이렇게 컸나...라는 느낌이 종종 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먹는 것이 그런데, 당장 아프던 기간에는 아이의 식욕 줄어서 평소 식사량의 70~80% 정도를 먹었습니다만 아이가 회복되고 나서 아프기 전에 먹던 만큼 밥을 주었더니 아이가 순식간에 밥그릇을 비우고 바닥을 긁으면서 좀 모자란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면, 그 아픈 와중에도 아이가 한뼘 더 자라면서 도약했구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숟가락질도 이제 많이 익숙해지고, 식사 때 흘리는 게 거의 없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다들 필요한 만큼은 다 채워 가는구나...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아이는 드디어 여러 가지 의미로 대망의 '18개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심지어는 이 마의 18개월을 들어서면서, 컨디션까지 절정의 상태로 시작하게 되었죠. 그리고 이 마법의 기간 18개월에 접어든 아이는 당장 지난 달과 비교해도 여러 방면에서 사뭇 다른 발전상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걷는 걸 넘어 뛰고 뒤로 걷는다든가, 놀이터에서 모래장난 하겠다고 고집부리고 길바닥에 들어눕는다든가(....), 엄마가 해달라는 대로 잘 안해주면 아빠한테 와서 울고, 아빠가 해달라는 대로 잘 안해주면 엄마한테 와서 울면서 정치(?)를 하는 모습까지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절호조의 컨디션으로 역동적으로 펼쳐지고 있자니, 건강한 건 다행이지만 지난 달에 빠진 제 몸무게가 돌아올 기미는 앞으로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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