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관찰기 (31) - 아이의 첫 사회생활, 어린이집 가기 by 파란오이


흔히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일컫습니다. 이는 인간이 주위와 맺는 관계가 여느 동물들 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 생명체가 무리 속으로 들어가 독립된 개체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타인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과 집단의 규칙에 익숙해지는 사회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복잡하고 고단한 현대 사회에서, 모든 문제를 오롯이 혼자 해결하기에는 그 댓가가 너무도 크고, 결국 사회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야 하는 것이 저도 그렇고, 이 아이의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 사회화의 방법에 있어, 저희 부모님 세대와 저희 세대, 아이의 세대에서 관점은 꽤 달라졌습니다. 부모님 세대에서는 아무래도 농경을 중심으로 하는 대가족 체계와 한 마을 근처에 모여 사는 형태로, 육아도 집단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투쟁의 삶(?)을 시작했었죠. 저희 세대에서는 음...핵가족화의 시발점이었지만 그래도 친척간 교류도 많고 해서 조금 사이즈가 줄어든 사회화 과정이 있었습니다만...지금의 아이들의 세대에서는 거의 완전히 고립된 모습입니다. 친척들은 이제 1년에 한두번 볼까말까 한 얼굴도 기억하기 힘든 존재가 된 것이죠. 사실 저도 사촌 넘어가서 6촌 8촌쯤 되면 1년에 한번 보는 애들 맨날 훌쩍훌쩍 크는데 얼굴과 이름 기억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 덕분에 아이의 사회화의 과정 또한 가정 외부로 나가게 되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저희 아이도 돌을 넘긴 시점에서 어린이집에 입학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부모는 약간 육아에 숨통이 틔이고, 아이는 다른 또래들을 접해보고 타인과의 관계를 경험하고 심심함을 달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어린이집을 보낸다는 것을 저희 부모님 세대에 납득시키기는 참 쉽지 않습니다만, 일단 그걸 납득시키려 하다가는 아무것도 안 될 것이기 때문에 '허락보다는 용서가 쉽다'는 불변의 진리를 믿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아이는 이제 인생의 새로운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1. 사실 저희도 이제 갓 돌을 넘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것인가를 꽤 고민했습니다. 이걸 고민할 시점에는 아직 걸음마도 제대로 못하고, 밥을 제대로 떠먹지도 못하고, 용변을 가리지도 못하는, 여전히 손이 많이 가는 어린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밖에 내놓으면 모든 일에 불안불안한 그런 존재죠. 하지만 그 불안감만큼이나 부모의 피로감도 늘어가는데, 양가 부모님이나 친척들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일단 돌을 넘겼으면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슬슬 뭔가 많이 빠듯해지는 상황이 옵니다. 또한 현재 집의 생계를 맡은 저의 직장 생활 말고도, 아내도 사회적으로 뭔가 활동하려면 보육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합니다. 또한 아이와 아내만이 고립된 채로 지내는 것이 서로에게 최선인지 생각해보았을 때 저희는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쯤 되면 경험해보신 주위 친구, 지인들은 다들 어린이집을 알아보는 것을 추천하더군요. 이미 제 주위의 아이들은 저희 아이 또래일 때 다들 나름대로 어린이집을 다 찾아 가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제게 '왜 출생신고 할 때부터 어린이집 대기를 걸어놓지 않았느냐'고 타박합니다. 요즘 어린이집 자리 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고 있는 철없는 부모라고 말이죠. 여기저기 찾아봐도 다들 일단 어린이집 자리를 찾는 게 우선입니다. '가장 좋은 어린이집은 아이가 들어갈 자리가 있는 어린이집'이라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사실 몇 달 전에 지금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 문의했을 때는 대차게 언제 자리가 날 지 모른다는 기약없는 대기열 처분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아이의 끝없는 심심함을 상대하는 것의 벅참도 어린이집을 알아보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집에서는 매일 엄마 또는 아빠와 놀고 그 놀이 방법이 크게 변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는 아이가 지겨워하는 날이 옵니다. 저희의 경우에는 음...작년에 샀던 프뢰벨 교구를 아이가 예상이상으로 실컷 보는 바람에 같이 놀아주는 저희도 너무 지겨워서 결국 아내가 다른 책 세트를 사 왔습니다. 물론 이건 아직 친해지는 중이지만, 아이도 그렇고 저희도 새로운 게 들어오니 그나마 덜 지겹습니다. 이런 와중에 대형 마트 문화센터는 지루함의 탈출구 같은 존재였는데, 어린이집을 가면 아이에게는 매일 문화센터를 가는 기분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혼자 있어서 걸음마의 계기 같은 걸 느끼지 못하는 아이에게, 주위 아이들이 걷는 것은 신선한 자극이 되지 않겠나 하는 것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일단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했으면 어디 보낼지를 찾아야죠. 요즘은 정말 PC 한 대 정도는 생활필수품이고, 많은 부분이 전산화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어린이집도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전산을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http://www.childcare.go.kr) 을 통해 집 주위의 어린이집을 찾고, 지망은 3개 정도까지 넣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의 경우에는 지난 12월쯤 이걸 검색해서, 아파트 단지 안에서 민간어린이집 한 군데와 가정어린이집 두 군데를 지망했습니다.

그리고 이 셋 중 하나만이라도 멀쩡히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만.....약간의 돌발 상황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지금까지 이 아파트 단지의 어린이집을 모두 포화상태로 만들고 있던, 길 건너의 신축 대단지 아파트에 대규모의 국공립 어린이집이 막 생겨서, 그 쪽 아이들이 대거 새로운 어린이집으로 빠져 나간 덕분에 자리에 꽤 여유가 생겼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렇게 자리에 여유가 생긴 덕에, 자리가 나기만 하면 들어가자고 생각해서 최대한 빠르게 입소 신청을 했던 것이 새 학기와 함께 조금 여유롭게 입소하는 것으로 바뀐 것입니다. 

결국 상담은 신청했던 세 군데 모두에서 연락이 왔고, 그 중 가정어린이집 하나, 민간어린이집 하나와 상담을 했고, 꽤 고민 끝에 가정어린이집 쪽에 입소를 신청했습니다. 사실 가장 처음 상담을 받은 민간어린이집 쪽이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가정어린이집으로 간 이유는 민간어린이집에서 '3살 반'에 들어가게 되면 12월 31일 생인 저희 아이가 꽤 치일 거 같다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민간어린이집 쪽의 프로그램은 좀 더 개월수가 차야 따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만 나이로 반을 나누어 돌보고 있어서 더 어린 아이들도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어 보였습니다. 


3. 어린이집 입소 준비에는 몇 가지 행정처리도 필요합니다. 일단 아이사랑 포털을 통해 신청하고 나면 어린이집 쪽에서 입소확정으로 전산 처리를 해 놓고, 3월 등원을 준비합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가정보육으로 직접 받던 지원금을 어린이집을 보내는 쪽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건 동사무소를 가서 직접 해도 되지만, 인터넷 복지로 사이트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이건 아내의 컴퓨터에 있는 가상 머신으로는 트러블이 있어서, 제가 이럴 때를 위해 남겨둔 낡은 노트북으로 바로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용어가 꽤 복잡해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그리 복잡해 보이지 않고, 결과는 며칠 정도 안에 휴대전화 문자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지원금 부분을 처리하면서, 사진에서 보이는 아이행복카드의 발급 신청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예전에 만든 아이사랑카드도 쓸 수 있다고는 하는데, 제 이름으로 신청하는 김에 이것도 다시 만들어 보았습니다. 예전에 아내가 아이를 임신하고 있을 때 바우처로 쓰던 아이사랑카드는 체크였지만, 제가 만든 건 제 편의상 신용카드 형태로 했습니다. 카드사는 기존에 최우수등급 고객으로 올라가 있는 NH농협카드 쪽을 선택했는데, 농협카드만 BC를 거쳐서 나오는 형태라 기존 우수고객의 이점은 별로 없게 되었습니다. 여하튼 이렇게 만든 카드는 보육료 등을 지불할 때 지원금 혜택이 연결되는 중요한 물건입니다.

이 외에도, 어린이집 입소를 위한 입학금 부분이나, 입소 이후 사용할 여러 가지 물건의 준비도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어린이집 쪽에서 주는 안내에 따라 움직이면 됩니다. 빨대컵 등 아이가 사용할 물건에는 적당히 이름표를 붙일 필요도 있는데, 인터넷을 찾아보면 벌써 이런 데 써먹을 만한 스티커 출력물을 팔고 있기도 합니다. 향후에는 음...어린이집 수업에서의 교재 등으로 추가비용이 매달 들어갈 텐데, 슬슬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느껴지나 하고 있지만 일단은 아빠의 취미생활 같은 걸 줄여서 어떻게든 해 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 첫 단계로는 음...일단 줄일 것도 없는 술과 기호식품을 더 줄여보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줄일 것도 없으면서 생색은....'이라는 반응입니다.


4. 그리고 대망의 첫 등원일에 아빠는 미국 출장이 잡혔는데....다행히(?) 비행기 스케줄이 월요일 밤에 뜨는지라 첫날 어린이집 등, 하원까지는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첫 한 달 정도는 적응 기간으로 풀타임을 맡기는 게 아니라, 엄마가 가서 단계별로 떼어 놓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물론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나라 잃은 울음을 우는 아이를 보면 떼 놓고 오기도 쉽지 않습니다만 언젠가는 해야 하는 일입니다. 이런 것도 앞으로 가기 위한 시련과 고통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극복해야 하는 것이죠.

아무래도 지금 14개월을 지나고 있는 저희 아이는 지금이 낯가림의 절정기라, 어린이집 적응이 꽤 까다로워 보입니다. 그래도 계속 가다 보면 어느 순간 선생님을 향해 방긋 웃기 시작하고, 엄마가 없어도 울음을 곧 그치고 적당히 적응해서 버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진행하다가, 다음달쯤부터는 어떻게든 10시 전에 등원해서 오전 프로그램을 돌고,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조금 놀다가 오후 세시쯤 하원하는 일정이 완성됩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진행을 보면 참 멀어보입니다만, 곧 될 거라고 하니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어느 날부터는 어린이집에서 엄마가 아이를 두고 집에 왔다가 한 시간쯤 뒤에 다시 찾으러 가는 식으로 적응이 진행되었는데, 저희 아이는 엄마가 없어지자 본격 나라 잃은 울음을 시작해서 선생님께서 '아 이거 오래 가겠구나' 하고 각오를 다지고 있었는데...10분 정도 뒤에 울음을 그치고 주위에 있는 선생님을 붙잡고 잘 놀다가 선생님 품안에서 자고 있는 것을 아내가 찾아 왔다고 합니다. 이 아이가 분위기 타고 한 연기력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알고도 속습니다...


5. 요즘 제 회사 노트북(?) 에 붙어 있는 장식이긴 한데, 저 어피치와 라이언은 볼 때마다 저와 딸의 모습 같아서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아이는 이제 어린이집을 가기 시작하면서 꽤 많은 변화가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고정적으로 집 밖에서 머무는 스케줄이 생기면서 지겨움이 좀 줄어들었을 것이고, 딱 좋은 타이밍에 걸음마를 준비하게 되면서 움직임도 좀 더 활발해졌습니다. 아침에 제가 잠이 덜 깨서 바닥에 늘어져 있으면 아이는 진짜 저 스티커와 비슷하게 아빠를 타고 올라가고 장난치고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투정부릴 때도 저 스티커와 비슷하네요 허허허....

일단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당장 재택으로 일하는 아빠의 입장에서 아이가 어린이집을 제대로 가기 시작하면, 평일 오전부터 오후 3시까지 정말 소중한 집중업무시간을 얻으면서, 이후에 육아에도 어떻게든 버텨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아내 또한 매일 빠져나갈 길 없는 숨막히는 육아에서 조금은 벗어나, 여러 모로 여유를 되찾고 다시금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준비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음...어린이집에서 새로운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고, 약간의 사회화 과정도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까다로운 낮잠 버릇 고치기나 배변훈련 같은 것도 약간은 기대됩니다.

사실 이제 막 돌 지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느냐 마느냐로 꽤 많은 글을 보기도 했던 것 같고, 당장 아이의 조부모님들은 우려도 있고 그렇겠지만, 일단 저희 입장에서는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어린이집이 긍정적일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사실 이런 고민은 예전에 모유수유나 수면교육 등에서 겪었던 것과도 비슷한 맥락일 거 같습니다. 이럴 때마다 다시금 되새기는 말은 '최고의 육아는 부모가 편한 것이다' 라는 것인데, 부모가 여유가 있어야 아이에게도 베풀 것이 생기기 마련이죠. 저희에게 아이는 참 소중한 존재고,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프지만, 아이를 위해 부모가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기에는 지금 사회는 너무 복잡하고, 삶을 위해 챙겨야 될 것도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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