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관찰기 (20) - 가을과 함께 찾아온 새로운 변화 by 파란오이

타는 듯한 무더위를 채 잊기도 전에, 어느 새 갑자기 날이 선선해졌습니다. 열대야로 고생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이제는 밤에 창문을 모두 닫고 이불을 덮고도 보일러를 켜야 하나 고민하게 되는 걸 보니 참 계절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싶습니다. 특히나 봄, 가을은 정말 짧고 강렬하게 지나가고, 제 지론이지만 한국은 2계절, 여름과 겨울,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나라로 변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하튼, 날이 선선해지면서 한결 숨이 트이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숨이 트이는 이유로는 날이 선선해진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몇 주간 진행한 수면교육의 결과와 함께, 아이는 정말 눈 깜짝할 새 커 가고 있고, 눈치도 빠르고 손놀림이나 움직임도 정말 빨리 늘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지적 고등생명체의 면모를 확실히 갖추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덤으로 아이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슬슬 말썽부리기가 시작되는 것이 슬슬 대비해야 될 시기가 온 거 같기도 합니다.

지난 주는 저도 정말 눈코뜰 새 없이 바빠서 한 주 건너뛰었는데....마지막 글이었던 수면교육 시즌 관련 글은 모바일 부모아이 판에 무려 두 번이나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었던 것 같습니다. 참 많은 분들이 지금도 고생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희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만, 저희는 이제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충분히 달성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논란의 수면교육 덕분에 저희는 아예 생활 패턴을 재정립해서 전체적인 컨디션을 더 끌어올리는 효과도 거두었습니다.




1. 일단 지난 2주간 불타올랐던(?) 직전 글의 수면교육 시즌에 대한 마무리를 먼저 할까 합니다. 목이 쉬도록 울던 아이와의 기싸움은 음...지금은 아이의 목도 다시 돌아왔고, 그렇다고 신뢰감이 깨지고 그런 것도 아닙니다. 여전히 엄마 아빠 보면 함박웃음이고 깔깔 웃기도 잘 합니다. 여하튼 이제 아이는 가끔 오래 보채기도 하지만 보통은 문 닫고 나가면 이제 채 5분도 보채지 않고 데굴거리다 잘 잡니다. 아마 이제 엄마, 아빠와 굿나잇 인사를 하고 밤에 잠이 들면 아침에 어김없이 엄마 아빠가 와서 아침 인사를 해준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해가 짧아지면서, 6시에 일어나던 아이는 이제 7시 전후로 일어나는 베스트 패턴을 찾게 되었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훌륭한 성공이라 할 만 하겠죠.

물론, 이 방법은 모든 상황에 통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기와 상황에 따른 방법들이 있죠. 예를 들면, 저희도 100일 안되었을 때의 잠투정은 그냥 안고 달래서 재웠습니다. 그 때는 아이가 너무 어리고 잘 때도 불편한 것이 없는지 시시때때로 잘 지켜보는 것 외엔 방법이 없으니까요. 그 다음은 안거나 젖을 물려서 재우는 것만 피해서 누워 자는 습관만 만들어 주었습니다. 밤잠은 바운서에서 살짝 잠들면 아기침대로 옮겨 데려가는 패턴이어서  바운서에 꽤 오래 신세를 졌습니다. 워낙 바운서에서 천천히 흔들어 주는 걸 좋아하는 아이어서 재우기 달래기 모두 바운서 덕을 좀 많이 봤습니다. 그리고 5~6개월 전후로 뒤집기를 하고 되집기가 안되는 때는 뒤집기 못하게 쿠션 받쳐서 재웠습니다. 까딱하다가 뒤집어서 매트에 얼굴 박고 자다가 숨 못 쉬거나 하면 매우 위험하까요. 이 때는 매트의 재질도 신경써줘야 합니다. 매트가 너무 푹신하면 또 위험하니까요. 하지만 지금은...이런거 다 클리어해서 위험부담이 적고, 아이가 기본적 사고력이 분명히 생겼다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에 수면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수면교육 이후 저희 가족은 음...저녁이 있는 삶을 찾았습니다. 일단 퇴근(?)이란 게 눈에 보이니 아빠도 8시 육아 칼퇴근을 꿈꾸며(?) 희망을 가지고 마지막 수유 전에 집중놀이시간을 만들고, 덕분에 아이도 그 때 더 집중해서 놀고 체력을 다 소진하고 얼른 자는 모습입니다. (물론 너무 과격하게 놀면 격분해서 잠을 안 잘 수 있으니 적당히 재밌게 놀아줍니다....)서로서로 맞춰가는 거죠. 훌륭한 선순환입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그렇게 안자던 낮잠을 자게 된 것도 큰 수확인데, 낮잠은 절대 매트에서 그냥 안자길래 이건 그냥 낮이니까 아이가 좋아하는 바운서에서 재우기로 하고, 좀 더 침대에 가까운 각도의 좀더 큰 새로운 바운서(겸 의자)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비주얼은 흡사 아빠의 흔들의자하고 비슷합니다. 낮잠시간도 어느정도 정해진 것만으로 저희 부부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도 잠을 잘 자니 더 건강한 생활이 가능하겠죠. 혹시 수면교육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절대 인터넷 글만 보고 시도 하지마시고 꼭 관련 서적을 두 세 권 정도 정독하실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2. 최근에는 드디어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 이외의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으며 하루를 지내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제가 외근 있는 날 아내도 용건이 생겼고, 그래서 아내는 부랴부랴 장모님을 소환해 모셔 왔습니다. 그리고 당일 아침, 저희 부부는 음...서로 각자 차를 타고 전 인천, 아내는 파주로 향했죠. 저야 오전 중에 볼일이 끝나서 오후 일찍 집에 오는 일정이어서, 부부가 모두 집을 비우는 시간은 시간으로만 따지면 한 4~5시간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는 음...너무 간만에 외할머니를 봐서 그런지 처음에는 낮가림을 좀 했습니다만, 곧 풀어져서 별 탈 없이 잘 지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잠 잘 시간....아무래도 아이에게 외할머니의 등장은, 엄마와의 기싸움에서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세력의 등장으로 생각된 모양입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보채더군요. 많은 조부모님들이 그러시지만, 저희도 뭐 어김없이 '아이를 저렇게 혼자 재워도 괜찮니? 우리 땐 그냥 잘 달래서 재우는게 당연했었는데...'라는 말이 나왔습니다만, 아내 왈 '엄마 우리 아이가 달래서 자는 아기 같으면 내가 저렇게 안재워요. 달래주면 더 울고 안 자는 아기야. 오히려 습관 되니까 아기도 푹 잘 자고 너무 좋아'로 넘어갔습니다. 다행히 장모님도 아내의 의견을 존중해 주시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결국 아이는 5분만에 별 탈 없이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제가 볼일 보고 집에 왔을 때 풍경은 어 음....장모님께서 아이 다루는 솜씨는 역시 연륜을 무시할 수 없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연신 꺄르륵거리며 좋아하는 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경지랄까...넘볼 수 없을 거 같은, 아니 넘보고 싶지 않아지는 그런 경지에 이른 느낌이었습니다. 아내도 아마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장모님 내려가시고 아이의 표정은 음...'외할머니는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엄마아빠도 잘 좀 놀아줘봐...' 라는 게 눈빛에 비쳐서 약간 난감함도 들고 그랬습니다.

한편, 장모님께서도 이 아이가 슬슬 지적 고등생명체가 되어, 절대 이 아이의 땡깡이 단순하지 않음을 알아채신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수면교육에 대해 말씀드렸을 때도 반신반의하셨지만, 내려가실 시간쯤 되니 확신하신 듯 했습니다.

3.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끼면서 또 새삼 아이가 한 뼘 더 자란 것에 놀라게 됩니다. 이제 8개월에 접어드는 아이는 음...앞니 몇개가 모습을 드러냈고, 조금 늦어보이지만 슬슬 배밀이를 생략하고 기어 보려고 엉덩이를 들기 시작합니다. 손놀림도 꽤 좋아져서, 이제 이유식 스푼도 잘 받아쥐고 먹고, 뻥튀기도 잘 받아서 양손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남기는 부분 없이 잘 먹고 합니다. 아이 손놀림 부분은 매일 보는 저나 아내는 별 감흥이 없이 잘 하는구나...했지만, 장모님께서는 꽤 놀라시더군요. 아이가 벌써 이렇게나...하시면서요.

손놀림이나 몸놀림이 좋아지면서, 요즘 아이를 안고 있으면 여기저기로 손을 쭈욱 뻗어서 뭔가 잡고 밀고 당기고 흔들려 하면서, 여러 사건이 생기기도 합니다. 아이를 안고 보고 있자면, 눈은 아빠를 보면서 손은 아빠 머리로 와서 머리채를 잡는다거나, 티셔츠를 잡고 흔들면서 멱살잡는 것처럼 보인다든가 하는 건 이제 일상입니다.

조금 더 나가면, 아이는 호시탐탐 제 안경을 노리고 손을 뻗어 오는데, 음...전 안경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힘든 만큼 아이가 아무리 아이가 귀여워도 이건 양보할 수 없죠. 두어번 방심하다 뺏겨서 부러뜨릴 뻔 했습니다만 다행히 아직 부러지진 않았습니다. 물론 이건 엄마의 안경도 마찬가지인데, 아이가 안경을 잡으려해도 엄마가 계속 거절하자, 나름 보채서 엄마한테 안기기-엄마 머리채잡고 당기기-안경 잡기의 3단계 전략을 구사하는 걸 보면서 '뜨악'하면서도 앞으로가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아이가 참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가, 냉장고에 메모로 붙여 놓았던 포스트잇을 떼는 겁니다. 처음에는 포스트잇을 쥐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며칠만에 포스트잇을 조금 구겨서 틈을 만들고, 손을 뻗어서 잡아당겨서 떼서 입에 가져갑니다 (........). 이걸 며칠 정도의 미션으로 해 내는 걸 보니, 이제는 별로 내용 없이도 포스트잇 몇 장 정도 냉장고에 붙여 놓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4. 그렇게 조금씩 엉덩이를 당겨 가면서 매트에서 움직이는 방법도 늘었고, 심지어 움직임이 조금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슬슬 아이는 부모가 방심하는 사이에 여기저기 움직이고 이것저것 사고를 치기 시작합니다. 손놀림이 좋아지니 슬슬 이것저것 쥐고 흔들고 뜯어보고 맛보고, 그러다가 이것저것 사고(?)를 치게 되는 것이죠. 일단 위 사진에 귀차니스트 달걀 구데타마는 사실 두손을 다소곳이 모아 꽃을 들고 있던 나름 러블리(?)한 녀석이었지만, 아이에게 꽃을 뺏겼습니다. 전 제가 사온 인형지만 저걸 아이한테 뜯기고 나서야 저 꽃이 떼 낼 수도 있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충격받은 구데타마의 넋나간 모습입니다(.......)


그리고 프뢰벨 교구의 아기곰집은 과감히 문짝을 뜯어버리기도 했네요. 저 집에 들어가서 엄마랑 까꿍놀이 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더니 너무 감질맛나서 문짝을 뜯었는지... 참....알 수가 없습니다만, 전 솔직히 이 아기곰집이 판촉용인줄 알았었는데, 아내 왈 교구라고 하니 조금 속이 쓰리긴 합니다. 뭐 나중에 잘 수리하면(?) 되겠죠. 요즘 아이가 저 교구의 장난꾸러기 아기곰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가끔 있긴 합니다.

그리고, 아이를 안고 다닐 때마다 느끼는 건데, 엄마아빠 책상을 참 유심히 보면서 사고칠 부분을 접수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날은 외근후 돌아오니 거실의 작업용 책상에 두었던 무선 마우스 하나가 바닥을 뒹굴고 있는데, 위치가 벽 쪽에 가깝습니다. 책상에서 밀려서 뒤로 떨어졌나 하기엔 그것도 아닌거 같고 했지만, 여하튼 주워서 쓸려고 하니 휠이 부러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내가 육아 스트레스가 심해서 호..혹시 집어던졌나(?!) 싶었는데, 의외로 범인은 아이가 안겨 있을 때 책상에 손뻗었다가 거기 걸려서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냥 운이 없었던 거죠. 다행히 비싼 것도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노리고 있던, 엄마 방의 모빌은 결국 외할머니 오셨을 때 외세의 힘을 빌어(?) 손을 대어 부수는 데 성공한 듯 합니다. 장모님은 뭐 아이가 그럴수도 있지...라는 느낌이고, 아내도 뭐 완전히 부서지지 않았으니 나중에 고쳐야겠지만 당장은 귀찮아...라는 느낌입니다. 


5. 최근에 제일 놀랬던 건 음...저희 집 거실에는 제가 여러 가지 용도로 쓰고 있는 컴퓨터가 한 대 있습니다. 거실 TV에 연결되어 영상도 가끔 보고 앰프와 연결해 음악도 가끔 듣고, 보통은 NAS처럼 쓰는 물건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USB 케이블 하나가 전면 USB 포트에 끼워져 있었는데...어느 날은 아이가 매트를 탈출해 여기까지 와서 이 케이블을 입으로 물고(............) 드러누워 있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이걸 보고 아이한테 무슨 일이 났나 싶어서 깜짝 놀랐었지만, 다행히 부딪치고 이런 것도 아니었고 감전이나 이런 부분도 없었습니다. 지금에야 아이가 충전되고 있었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지만 위험한 일이죠.

사실 아무 일도 없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때 PC는 꺼져 있었고, 요즘 PC들에 하나씩 있는 'PC 꺼져 있어도 USB 충전되는 전원 공급 옵션'도 꺼져 있어, 아이가 케이블을 물고 충전되려 해도 전기 흐르는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중에 하나라도 빗나가 있었으면 PC가 합선으로 죽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PC USB포트에서 나오는 게 5V 0.5A 정도긴 하다만....그래도 아이가 물면 찜찜하니까요. 그래서 그 일 이후, 전면 포트에 있던 케이블들은 모두 뽑아버리고, 키보드 마우스도 쓸 때만 끼워서 쓰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정말 이것저것 잘 숨겨놔야 되겠다 싶습니다.

아이가 슬슬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이것저것 안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가 오고 있습니다. 일단은 거실에 제 흔들의자나 책상위에 먹음직스런(?) 케이블이나 젠더류부터 잘 정리해야 될 거 같고, 바닥에 있는 전선 이런것들도 싹 정리해야 될 시기가 다가옵니다. 그리고 좀 더 장기적으로는 제 방이 아이가 안전할 정도로 치워지는 건 글렀으니(?) 아이가 못들어오게 막고 있다가 방을 정리하는 쪽으로 가야 되는 슬픈 결말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첫 단계로, 최근 아이의 움직임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베이비룸 세트를 구했습니다. 이 또한 새로운 변화라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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