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관찰기 (19) - 드디어 찾아온 대망의 수면교육 시즌 by 파란오이


이제 슬슬 아이가 8개월이 가까워오면서, 하루하루 아이의 행동이 달라지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몇 주 전을 생각할 것도 없이, 며칠 전과 오늘의 아이는 분명 다른 아이 같습니다. 정말 하루가 다르게 오감이 발달하고, 호기심이 늘어나고, 자기 주장과 생각이 늘어나고, 더불어 똥땡깡도 늘어가는 시기죠. 지나가면서 어디서 보건대, 그 전까지는 아이가 본능에 충실했고 다른 가치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달래면서 살았다면, 슬슬 자기 주장이 생기는 시기부터는 훈육에 들어가야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리고, 슬슬 아이가 뭔가 잠투정을 하면서 '생각'을 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아이가 밤 11시에 자서 오전 11시에 일어나는 건 사실 그리 추천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뒤집기가 익숙해진 이후 수면 상태도 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뒤집고 나면 못뒤집어서 우는 것도 그렇고, 그걸 되집기로 해결하고도 못하는 척 하면서 주위에 사람을 부르고, 침대에 등만 대면 악을 쓰고 울고, 달랠수록 더 자주 깨서 엄마가 있는지 확인하는 등, 용의주도한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지금까지는 그냥 본능이 시키는 대로 했나 보다...했다면, 이제는 그냥 어느 정도 알면서 똥땡깡을 부리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슬슬 나설 시기가 되었다고 결정했습니다. 수면 교육은 음...뭐 말로 안되면 행동으로 해야 되는데, 맘에 드는 책에 있는 교육법과 여전히 생각나는 세나개 강형욱 훈련사가 온 몸으로 보여주던 행동법의 원칙을 잘 버무려 보았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음....아직 아이와의 기싸움은 진행 중이지만, 아이의 눈치에 또 놀라고 있습니다. 이 쯤의 시기에 우는 아이는 그냥 우는 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




1. 지난 번 출장을 다녀 오니, 아이가 한 뼘 더 큰 것 같은 느낌과 함께 크게 달라진 부분이 있었으니, 어느 새 아이의 생활 패턴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분명 제가 가기 전만 해도 밤늦게 자서 늦게 일어나는 패턴이었는데, 어느 새 저녁 8시에 잠들어서(?) 새벽 6시에 깨는 패턴으로 집안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며칠만에 이게 무슨 조화인가...싶었는데, 아내의 특단의 수면교육이 시작되었고 저도 집에 오자마자 영 적응이 안되지만 여하튼 최대한 맞춰 가기로 했습니다. 

여기저기 수면교육법 관련으로 검색해 보면 다들 말이 좀 다릅니다. 특히 경험담 같은 경우에는 성공과 실패가 막 뒤섞여 있고, 성공담이라는 것에도 파고들어 보면 음...저걸 성공으로 봐야 되나 싶은 이야기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가정의 평화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어떻게든 아이와의 밀당에서 승리해 규칙적인 삶을 쟁취하겠다는(?) 의욕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바이블로 사용하는 책이나 도서관에서 참고할 만한 책을 조사한 결과, 퍼버법을 사용해 수면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방법의 기본은 음...강형욱 훈련사의 방법과 원리적으로는 비슷할 겁니다. 일단 식사시간을 조절하면서 시간대를 바꾸고, 눕히고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는 시그널을 준 뒤, 투정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는 것이죠. 이 때 제일 어려운 것이 밀당, 기싸움인데, 옆에서 보고 있으면 용호상박이란 말이 떠오를 정도입니다. 처음 교육을 시작할 때 아이는 몇 분이 아닌 시간 단위로 울고, 부모는 이걸 참으면서도 위험한 상황이 나오는가도 종종 봐야 되고, 얼굴을 보이면 아이는 더 세게 울고....뭐 이렇게 반복하다가 아이의 힘이 빠지면 자고, 부모의 인내력이 빠지면 아이를 달래고 다음을 기약하게 되죠. 하지만 기억할 것은, 아이를 달랜다고 울음을 또 그치고 잘 자는 건 아닙니다. 그랬으면 수면교육 할 필요가 없죠.


2. 대망의 수면교육 시작 첫 날, 워낙 늦은 수면시간 조절을 위해 식사시간을 조금씩 당겨서 오후 10시 반...여전히 늦지만 평소보다 일찍 눕혔습니다. 당연히 등이 바닥에 닿자 마자 악을 쓰고 웁니다. 정말 말 그대로 데꿀멍...옆에서 보기엔 정말 귀도 아프고 체력과 의지가 깎여 나가는 기분입니다. 일단 방문 밖으로 나가서 아이가 지치기를 기다리는데, 그래도 너무 방치하면 아이의 상실감이 걱정되니 한 20분 정도는 울게 두었습니다. 그리고 20분쯤 지나서 들어가서 한번 달래면서 아직 엄마가 있다는 점 정도만 알려 주고 다시 방을 나가서 울게 놔둡니다. 이랬더니 한 20분 더 울다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도 뭐 이런 일의 반복입니다. 또 등이 닿으면 악을 쓰고 데굴데굴거리면서 우는데, 이번에도 쉽게 달래주러 가지 않고 충분히(?) 울기를 기다립니다. 자다가도 깨서 울기도 하는데, 이 때는 잠이 깨면 그냥 방문을 닫고 나가기도 했습니다.

3일차....그렇게 오랜 시간을 울었더니 아이가 목이 쉬어버렸습니다. 낮에 칭얼칭얼거릴 때 허스키한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 장면을 보고 있자니 부모로써 갈등이 안 올 수가 없습니다. 내가 지금 아이에게 무리시키는 건 아닌가, 우리가 선택한 전문가의 이론은 우리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었나...사실 이런 거 보면 다들 '상황에 따라 알아서 선택하세요' 라고 하는데 정말 고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또 광산에서 금맥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얼마나 남았는지 몰라서 바로 앞에서 포기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아내 왈, 저런 생각은 '흔들리는 마음의 자기합리화'라고 하면서, 다음 스텝은 잠자는 시간에 아이가 울면 주변 상황에 별 것이 없으면 조금 기다렸다가 대응해보기로 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서러운(?) 울음을 참으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한시간 울던 아이가 20분 정도 울다가 지쳐서 잠듭니다. 물론 중간에 깨서 다시 우는데, 이것도 그냥 사람 없는 척 하면 울다가 포기하고 자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것을 보니 아이도 슬슬 이 싸움에 임하는 엄마의 각오가 대단해서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나 봅니다.


3. 크게 어긋나버린 생활패턴을 고치기 위해서 식사시간의 조절은 바로는 쉽지 않고, 의도적으로 꾸준히 당겨야 됩니다. 4일차에서는 밤 11시에 자던 아이의 수면 준비 시간이 밤 9시 30분 정도까지로 당겨졌습니다. 이 쯤 되면, 왠지 졸리고 잠을 자야될 거 같은 느낌이 오면 슬슬 투정과 짜증을 내고, 눕히면 대성통곡을 시작합니다만, 여전히 단호하게 갑니다. 그리고 아이는 15분 정도만에 잠들고, 중간에 깨지 않고 아침까지 통잠을 자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때, 중간에 깨서 열심히 울어도 어르고 달래지 말고, 스스로 진정하고 고민하고 잠들 기회를 주는 게 좋다고 합니다.

아이에게 '이제는 잘 시간' 이라는 시그널을 주기 위해서는, 잠자기 전의 환경과 과정을 어느 정도 일정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자기 직전에 마지막 모유수유를 하고 기저귀를 갈고, 젖은 수건으로 간단히 세수와 양치를 시키고, 굿나잇 인사를 하고 방문을 닫고 나옵니다. 이렇게 며칠을 했더니, 5일차에서는 방 문 닫고 10분 정도 울다가 잠듭니다만, 울음을 그치기 전에 부모가 마음이 약해져서 방문을 열면 아이가 눈치채고 울음소리에 힘이 붙습니다. 이럴 때 행동의 일관성이 아이에게 규칙으로 인식되는 만큼, 꾸준히 마음을 다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강형욱 훈련사도 그랬던 것 같은데, 잠투정 때 안쓰럽다고 쓰담하고 그러면 아이가 기선을 잡고 더욱 우렁차게 울면서 판세를 뒤집으려고 하니 주도권은 완전히 넘어올 때까지 내주지 않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아기 주위에 무서운 것이나 불편한 것이나 위험한 것, 아픈 것도 없는데 우는 것은 그냥 생떼 쓰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조금 더 상황을 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우리 아이와 강아지를 같이 보지 말라...고 할 수도 있겠다만, 말 못하는 이 때의 아이는 객관적으로 강아지 교육과 별반 차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결과로, 일주일이 되기 전에 아이는 방문 닫고 10분 이내에 잠이 드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이런 거 보면 참 약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4. 아내가 시작한 수면교육이 며칠이 지나서 소기의 성과가 보일 때쯤 아이의 환경에 변수가 생겼는데, 바로 이런 상황을 듣기만 하고 보지 못했던 아빠의 귀환입니다. 1주 가량 출장을 다녀왔더니 밤 11시에 자던 아이가 왜 8시에 잠들고 아침 6시에 일어나는지, 이것 때문에 식사 타이밍은 어떻게 변했는지 듣기만 하고 참으로 어색해서 적응이 안되는 어리버리한 아빠의 등장은, 아이가 생각하기에 엄마와의 기싸움에서 판세를 뒤집기에 참으로 귀중한 기회로 인식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아이의 저런 생각은 실제 기회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아빠는 엄마 편이거든요(?!). 아빠가 등장해서 이 상황을 조금 어색하게, 안쓰럽게 보는 눈빛이 조금 보이자 마자 아이의 울음 소리가 여느 때보다 커집니다. 이걸 달래줘야 되나 그냥 아내한테 맡겨둬도 되나 왠지 그냥 놔두면 책임전가 직무유기의 느낌이 드는데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아내가 그냥 방에서 나오라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아내가 계획부터 진행하고 있는 만큼, 아내의 정책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음...나오자 마자 한 5~10분 지나서 그냥 울음 그치고 자더군요.

어찌 보면 이 아빠의 존재는 다른 집에서는 아빠가 될 수도 있고, 아이의 조부모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합니다. 아이와 기싸움하면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아이 엄마에게 '엄마가 좀 참지...'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텐데, 이럴 때일수록 계획을 진행하는 엄마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우주의 기운을 몰아주어야 편합니다. 그리고 엄마의 희생은 당연한 것도 아니거니와, 엄마만의 희생으로 끝나지도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제 입장에서는 저 '엄마가 좀 참지...'에는 제 몫도 있기 때문에 더 전폭적인 지지와 우주의 기운을 몰아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집 안에서 아이의 울음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없으니, 다들 한 방향으로 우주의 기운을 몰아서 함께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5. 그리고 이 아이의 수면교육 중간 결과는...아이가 얼마나 컸나를 다시금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이제 2~3주 가량 되어 가는 것 같은데, 이제 아이는 8시 전에 눕히면 아직도 꽤 투정부리면서 울면서 데굴거리지만, 문 닫고 나가면 채 5분도 울지 않고 그냥 잡니다. 이 쯤 되면 아이가 자기 전에 우는 것은 그냥 기싸움 똥땡깡 같고, 문 닫고 나가면 '에잉 오늘도 안통하네 그냥 자자...' 하고 휙 되집고 자는 느낌입니다. 아이가 이제 그 정도까지는 분위기 파악 하고 생각도 하고 주도권 싸움에 나선다는 거죠. '이 아이가 뭘 안다고...'라고 안쓰럽게 보던 건 이제 다시 생각해야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훌륭한 고등 지적생명체로 인정할까 싶기도 합니다.

이렇게 수면 사이클 조절하고 해서 얻은 또 다른 장점은, 잠을 잘 자는 것과 함께 낮에도 다른 평범한 아이들처럼 아침부터 기분좋게 잘 놀고, 낮잠도 어느 정도 잘 자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밤잠 10시간, 낮잠 2시간 가량 해서 12시간 총량은 여전하지만, 패턴도 어느 정도 잡히고 합니다. 낮잠 패턴의 교육도 어찌 해 보고자 했지만, 이건 난이도가 좀 더 있습니다. 일단은 적당히 시간대 정도만 잡아줄까 싶긴 한데, 쉽지 않습니다.

한편, 종종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생기면 성과가 상당 부분 롤백되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이 때도 조금 의욕이 떨어지지만 지속적으로 해 나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수면교육의 방법도 아이의 특성에 따라, 그리고 부모의 성향에 따라 정답이란 건 없습니다. 사실 수면교육 없이 그냥 적당히 가면서 시달리다가도, 세월이 지나면 또 괜찮아질 수도 있겠죠. 저도 몇 달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어느 정도 정리가 가능한 시기에 와서 시도를 하니 일단 제가 좀 살 것 같습니다. 

아이의 잠 패턴이 바뀌면서, 제 생활 패턴도 덤으로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뭔가 개인적인 일을 봤다면, 이제는 아침에 아이와 함께 일어나서 부둥부둥하다가 출근하거나 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자연스럽게, 아이가 자는 8시 이후 피곤함에 흐려져 가는 정신을 붙잡고 다른 일을 봐야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만....뭐 어쩌겠습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어떻게든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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