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관찰기 (13) - 이유식의 시작과 함께 빨리 다가오는 자기주도적 식단 변화 by 파란오이


한 해의 상반기가 벌써 끝나고, 바야흐로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아이가 6개월차를 막 시작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보통은 아이가 몇 개월인지는 키우다 보면 부모도 막 혼선이 올 수 있기 마련이고, 육아 앱에서나 한번쯤 체크하게 되는 게 보통일 거 같지만...저희는 생일이 워낙 특별해서(?) 계산이 편하긴 합니다. 7월이 되었으니 그냥 6개월을 채운 것이죠.

사실 제가 아이를 관찰한 지도 이제 겨우 6개월 +@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의 시간과 어른의 시간은 확실히 다르게 흐른다는 거 말이죠. 매번 뭔가에 익숙해질 법 해질 때마다 그 뭔가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게 부모를 편하게 해 줄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초반 1년 정도에는 아이가 클 수록 체감하는 변화의 충격이 점점 커져 가는데, 5~6개월 시점이면 슬슬 먹는 게 바뀝니다. 인스턴트식인 분유 서빙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더니 이제 또 신세계를 맞이해야 되게 생겼습니다...






1. 아이가 처음 병원을 나서고, 처음 분유를 탈 때만 해도 농도와 온도 맞추는 것 등에서 꽤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것도 몇 달 하면 뭐 그럭저럭 패턴화됩니다. 그리고 아이가 크면서 수유 횟수는 줄고, 양은 조금씩 늘고, 온도나 농도 등의 허용 범위도 넓어집니다.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 거 아니면 대부분 잘 받아먹는 건 저희 아이의 식성이 워낙 무던해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뭐든지 무던무던하게 잘 먹을 때쯤 되면, 슬슬 이유식 적응의 시기가 됩니다. 하기야 평생 분유 먹고 살 수도 없고 말이죠.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첫 이유식을 준비하는 기분이란 익숙치 않음에서 오는 재료 준비와 농도 조절부터 먹이는 데의 낯섬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요리를 잘 하는 아내는 곧잘 적응하지만 요리와 거리가 먼, 인스턴트에 익숙한 철없는 아빠에게 이유식이란 너무도 높은 허들로 보입니다. 집단지성 인터넷의 힘을 빌어보려 했지만, 뭐 이것저것 광고와 감상문과 이런 것들이 엮여 있어서 정보 찾는 데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 찾으면 나오고, 다들 비슷한 어려움이 있어서 그런가 기간별 대략적인 레시피와 함께 재료를 잘 손질해서 보내 주는 쇼핑몰도 건졌습니다. 개똥도 약에 쓸 수 있겠고, 광고성 정보도 필요하면 정보가 되는 것입니다.

처음 단순한 쌀미음 정도면 그냥 집에서 재료부터 만들어 할 수 있겠지만, 재료가 이것저것 들어가기 시작하면 꽤 번거로워집니다. 사실 제가 먹을 거면 1주일 정도는 같은 메뉴 파먹고 살 수도 있겠지만, 아이 이유식은 위생 문제도 있고 해서 최대 3일 정도를 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희야 음....1주일은 7일이고, 최대 3일을 해도 하루가 남아서 나중에는 날짜가 막 뒤섞여 버리니 한 메뉴로 3일/4일 정도로 가기로 아내와 절충안을 냈습니다. 사실 제가 먹는 건 아니지만 아이와 아내가 협상하기엔 아직 많이 이르지 않겠습니까...이러면 매 주 특정 요일만 기억하면 됩니다.

결국 저희는, 모 쇼핑몰에서 재료를 1주일에 한 번 정도 배달을 시켜보기로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이 이유식을 위해 장을 보면 식재료가 많이 남거나 하고, 1주일에 한 번 장보러 가기도 정말 빠듯합니다. 제가 장을 봐 온다면 장보기 목록에 없는 기회를 건지기 힘들고, 아내가 가면 무거운 짐 들고오기가 빠듯하고, 온가족이 다 가면 집 주위에서 타는 경차에는 짐 싣기가 참 난제인 것입니다. 역시 배달이 최고고, 국내 택배 물류의 가혹함 등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긴 하지만, 일단 당장 쓸 수 있는 시스템은 잘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직장인 최고의 고민이 '오늘 점심 뭐먹지' 라고 하는데, 이런 쇼핑몰 시스템을 써서 식단 걱정은 일단 살포시 한 번 정도는 접어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재료는 꽤 잘 손질되어 있으니 조만간 제가 도전할 때도 인스턴트 같은 감각으로 조리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저희 부부의 '오늘 뭐먹지' 걱정은 언제나 그대로입니다. 


2. 이유식은 만드는 것도 그렇지만 먹이는 데서 완성되는 것이죠. 처음에 5개월 가량의 아이에게 이유식을 먹이는 건 꽤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일단 어디 앉아서 먹기에는 몸에 힘이 좀 모자라서 비틀비틀 거리기도 하고, 숟가락도 익숙치 않아서 여기저기 많이 흘리고 절반 정도는 피부에 양보하고, 그러면서도 초반의 양은 정말 조금 먹습니다. 처음 시작은 적응기라 해서 20ml 정도였는데, 이걸 먹는 데 10분 이상이 들어가니 먹어서 얻는 칼로리보다 먹느라 쓰는 칼로리가 더 많을 지경입니다. 턱받이도 침과 이유식으로 범벅이 되고 해서 그때그때 헹궈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뭐 아직은 이유식도 초반이니 하루에 한 번이고, 기분 좋은 오전 중에 하는 게 좋다고는 하는데, 이건 아이마다 다를 거 같습니다. 저희는 오후 3시 정도에 먹여도 여전히 아이는 기분이 좋아 보이더군요.

이유식용 실리콘 숟가락을 따로 샀는데, 이 숟가락도 참 비효율적인 구조...인데, 이건 젖을 빨던 아이의 입장에서 만든 것을 어른의 입장에서 봤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참 두꺼워서 정말 조금 떠지고 많이 흘리고, 나중에 이유식이 바닥까지 가면 잘 안떠지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은 음...그냥 넘기도록 합시다. 그리고 느릿느릿하게 먹는 이유식은 처음에는 참 답답하다가, 몇번 하고 나면 저도 정신수양을 하는 느낌으로 서로 느릿느릿하게 하고 있어서 크게 답답하지 않게 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좀 적응되니 먹는 양도 늘고 속도도 참 빨라집니다.

모유와 분유만 먹다가 뭔가 새로운 것이 들어오니 아이가 낮설어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흥미를 느끼게 되는데, 단호박 미음 같은 건 정말 달달하고 해서 유난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이유식 먹자~ 하고 자리 세팅하고 이유식 가져오면 이유식 그릇 보면서 아이가 눈빛이 바뀌는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먹을 때도 보통은 숟가락을 잘 놓지 않으려 하고, 심지어는 양손에 숟가락 한 개씩 들고 빨고 있기도 한데, 그러다가 이유식 그릇을 들어올려 보여주면 한 쪽을 툭 하고 놓거나 합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요즘은 음...이유식을 숟가락에 떠서 손에 쥐어주면 아이가 직접 입에 넣습니다. 숟가락을 놓지 않으면 그냥 숟가락 쥔 채로 그릇을 가까이 가져가서 떠주기도 한데, 이쯤 되면 아이가 알아서 숟가락을 입에 넣습니다. 언뜻 보면 직접 퍼먹는 거 같기도 합니다. 양도 꽤 늘어서 지금은 한 60ml 이상을 10분 정도에 먹을 정도입니다. 곧 하루에 두번 세번 먹으면서 엄마아빠와 식탁에서 먹을 날이 오겠...지만 아직은 좀 많이 멀어 보입니다.


3. 이유식을 시작하면 먹는 것 말고도 싸는 것(?)에 변화가 생기기도 합니다. 아이의 위장이 새로운 먹거리에 적응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배변 패턴이 종종 바뀝니다. 예전에는 하루 한번 혹은 며칠에 한 번 정도 비교적 많은 양의 변을 보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유식을 시작하고 나서는 변이 정말 약간 묽어지고 냄새도 조금 바뀌면서, 조금씩 자주 보는 식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적으면 하루 한번, 많으면 하루 세번 정도까지는 변이 있는 기저귀를 보게 됩니다. 이 부분은 음...워낙 지금까지 게으르게(?) 해 와서 그런지 좀 번거롭기도 한데, 사실 기록해서 따져 보면 전체적인 기저귀 갈기는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단지 느낌적으로 좀 귀찮은 생각이 들 뿐이죠.

이유식 극초반에는 딱히 이런 변화가 없다가 최근 이런 변화가 보이게 된 데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음....메뉴의 변화와 함께 보리차의 존재가 영향이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유식 초반에는 이유식 농도를 약간 되게 만들었더니, 잘 떠져서 먹이기도 쉽고 아이도 덜 흘리고 잘 먹고, 나오는 변도 약간 되게 나오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변 패턴의 변화도 며칠 지나면 또 하루 정도는 괜찮다가, 먹는거 따라서 그러다가 하는데, 일단 아이가 아픈 기색 없이 에너지 넘치게 똥땡깡 부리고 보채고 웃고 놀고 하는 거 보면 변 상태로 너무 전전긍긍하면서 애가 어디 아픈가...하고 고민할 필요는 없을 거 같기도 합니다.

아, 그리고 어디선가 이런 질문을 봤던 것 같습니다. 먹이다 남은 이유식 다시 먹여도 되나요...라는 거 말이죠. 이유식 먹일 때는 한 번에 다 먹일 거 아니면 꼭 다른 그릇에 덜어서 먹이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침 속의 아밀라아제...아 이거 요즘은 아밀레이스라고 하나요. 이 아밀레이스의 역할은 녹말을 녹이는 거고, 어찌 보면 당연히 아이 침이 들어가면 이유식은 물처럼 녹습니다. 심하면 먹이는 중에도 이미 녹아 있죠. 위생 이전에 아이 침이 들어가면 재활용은 불가능한 거로 봐도 되겠습니다. 위생 문제도 당연히 있겠지만 위생 생각하기 전에 이미 되돌릴 수 없을 상황이 될 것입니다.



4. 사실 분유도 아이의 성장에 따라 보통 3단계로 나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분유도 6개월까지라 하는 2단계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신없고 게으른 아빠는 신생아용 젖병을 꽤 오랫동안...5개월 넘게까지 써버렸습니다. 이유는 음...일단 아이가 혼합수유를 하는데 모유를 먹고 나면 먹는 분유 양이 120ml 정도여서 200ml 용량의 작은 젖병도 딱히 아쉬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크고 빨아먹는 양이 좀 달라지고 하면서 젖꼭지 정도는 바꿔야 되나 싶었는데, 이럴 때마다 찾아보면 젖꼭지만 바꾸느니 그냥 젖병 바꾸는 게 싸기도 합니다.

이왕 그렇게 된 거, 클래스업 시켜서 새로 샀습니다. 이 젖병도 깊게 파고 들어가면 3~18개월까지 사용에서 분유 나오는 구멍 종류에 따라 3단계, 그리고 자동이 있습니다. 이런 쪽에서 자동은 사실 복불복이긴 하지만, 반은 실험정신, 나머지 반은 귀차니즘과 데이터 없음으로 인해 그냥 자동을 골랐습니다. 기존에 쓰던 신생아용과 꼭지 형상은 음...꼭지쪽이 조금 더 길고 해서, 그냥 볼 때는 차이가 없는 거 같은데 젖병 씻으려고 쥐어 보면 확실히 모습이 다르다는 게 손으로 느껴지긴 합니다.

분유병을 새로 사면서, 이 분유병이 이렇게 비쌌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개당 만 원이 조금 넘었는데, 전에 쓰던 걸 다 바꾸려면 5개를 사야 하니, 이 쯤 되면 예전보다, 예전이라 해 봐야 5개월 전보다 조금 비싸졌다고 느끼는 것이죠. 그래서 5개월 전에 젖병을 한 개 얼마 줬나 봤더니 개당 7천 얼마 줬던 것 같습니다. 젖병 크기가 다르니 가격이 다르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만, 그래서 예전 젖병의 지금 가격을 보니 이번에 산 거하고 똑같습니다. 프로모션 차이일 수도 있겠다만 개당 3천원 차이나네요 허허허...


5. 요즘 아이는 모유를 먹으면서 자주 끙끙거리고, 모유 수유 시간도 이제 10분 언저리까지 줄었습니다. 그 안에 필요한 만큼은 다 빨아당길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끙끙거림은 저희 부부는 '쭈쭈와 싸운다' 라고 표현하는데, 젖을 빨다가도 주변에 두리번거리기도 해야 하고, 집중력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래도 이유식이라는 선택지가 하나 더 오면서, 모유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줄었나 하는 의심만 있습니다. 그 와중에, 아이는 젖을 물고 있다가도 분유병이 방 안에 입장하는 것을 보면, 눈이 반짝하면서 집중력은 더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분유병을 고릅니다. 지금은 물려 주면 손으로 들고 먹기도 하는데(?) 조금 더 지나면 테이블 위에 분유병 올려 주면 알아서 집어서 마시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합니다.

그리고, 이유식과 함께 시작된 별식으로는 과일 간식이 있습니다. 사과 같은 건 잘게 썰거나 갈아서 주면 참 좋아하는데, 한 번은 아내가 수박 덩어리를 빨아먹으라고 그냥 준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게 넘어가면서 목에 걸릴 뻔 하는 대형사고를 간신히 피해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도움이 될 아이템을 찾아보니 치아발육기와 아기들 과일 먹을 때 쓸 수 있는 실리콘으로 된 과즙망 이런 것들도 있더군요. 이런걸 쓰니 참 편합니다. 적당히 잘라서 넣어 주면 순식간에 다 씹고 뜯고 녹여 맛보고 있습니다. 이건 정말 간식으로 쓰기 괜찮은 아이템인 것 같습니다.

저희 아이의 변화는 언제나 부모의 예상보다 한 발 빨리 왔고, 이런 점은 이번에도 어김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유식과 함께 나온 아이의 행동 변화에서 볼 수 있던 것으로는, 이제 슬슬 모유수유의 끝을 선택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 않나 싶은 것이었습니다. 처음 집에 와서 수유를 시작하던 시절 아내가 젖몸살 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많이 힘들어하기도 했고, 저도 딱히 모유에 대한 집착같은 건 생각도 없었습니다. 애초에 혼합수유이기도 했고 말이죠. 하지만 이제 아이가 식사를(?) 선택할 시점에 와서, 아내는 모유수유에 대해 입장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아내는 지금은 모유수유에 몸이 적응했고, 젖도 아쉽지 않게 나오고, 아이가 젖 안물면 뭉침도 있고(...) 해서 하루 한두번 정도는 모유수유로만 해서 넘기기도 하고, 분유로만 넘기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수유라는 게 힘들긴 하겠죠. 하지만 지금 아내의 입장에서 이걸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면, 수유 기간에는 마법이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게 그나마 엄마를 덜 힘들게 하는 것인데, 이제는 이 쪽이 더 크게 느껴지게 된 것이죠. 모유에 대한 주위의 집착 같은 분위기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해서, 아내가 힘들 때는 아내가 알아서 모유수유 여부를 결정하라고 응원하는 입장이었고, 저도 예전에는 아내가 길어봐야 6개월 정도 하면 아이에 대한 예의를 다 했다 생각하고 끊지 않겠나 했었는데 지금의 상황은 정말 대반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장기수유 가나요......

물론 아이가 이런 엄마의 사정을 봐 줄리는 만무하고, 앞으로 식사 메뉴의 선택권은 오롯이 아이에게 달려 있게 되었습니다. 뭐 지금까지도 그랬던 것 같긴 합니다만 말이죠...이래서 저희 부부는 아이를 보고 우스갯소리로, 자기주도적 꼬꼬마라고 합니다....어떤 변화가 올 시점에 자기한테 필요한 만큼은 주위에서 부지런하게 챙겨주지 않아도 꼬박꼬박 찾아 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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