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관찰기 (12) - 어린 시절의 추억과 현재와 새삼 스쳐가는 세대차이 by 파란오이

예전에는 나름 최신 유행을 따라가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혼자 사는 자취생의 최신 유행 따라가기는 자기 취향에 지극히 맞춰져 있었지만, 나름대로 트렌드를 따라가고, 때로는 너무 시대를 빨리 만나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고 그랬죠. 최신 기술이나 문물같은 데도 딱히 거부감이 없고 빨리 받아들이고, 빨리 따라가는 삶을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왜 과거형인가 하면, 지금의 주류를 따라가기엔 이젠 그들과도 어느 정도 세대 차이가 뚜렷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10년만에 맞은(...) 신입사원들을 보고 있자면, 아직 20대인 거 같았던 자신의 시대 인식을 고쳐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또한 새삼 느껴지는 것이, 아이와 나 사이의 세대차이는 정말 한 '세대' 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고, 요즘 IT 기술이 생활을 지배하는 시대에는 10년이면 강산이 한 두번은 변하는 거 같고, 30년이면 세대가 변하고, 100년이면 세기가 변하죠. 그리고 아이와 제 사이에는 세대가 조금 더 크고 깊게 변했고, 제 어릴적 추억과 지금의 아이가 기억할 추억 사이에는 꽤 큰 간극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저 또한 이런 빠른 변화의 흐름을 맞춰 가기는 참 벅찬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흐름을 따라 가는 것이 언제나 정답은 아닌 거 같습니다.







1. 제 부모님과 저와 제 아이 사이에는 참으로 격변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였던 저희 부모님과, 역사상 최고의 성장기와 격변, 개방의 시기를 거쳤던 제 자신과,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반의 사회를 만난 제 아이는 당장 마주하는 상황이 달라지는 것이죠. 덕분에 음...저희 부모님의 어릴 적 일상이었다는 집에 오면 농사일을 하고 소 여물을 먹이고 하는 일은 저희 세대에서는 상상이 잘 안되는 일이기도 하고, 나중에 저희 아이도 커서 '아빠 어릴 땐 스마트폰이 없었고 인터넷이 없었어' 하면 '대체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요?' 라고 되묻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죠. 사실 이건 이미 현실입니다.

새삼스러운 이런 변화를 크게 느끼게 되는 계기는 아무래도 미디어 환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장 아이의 심심함을 달래 줄 노래를 틀어 주는 방법부터 예전과는 전혀 달라졌습니다. 제가 어릴 때야 집에 한가득 카세트 테이프를 쌓아 놓고 틀어 주었고, 다시 들으려면 카세트를 감고, 한 쪽 다 들으면 뒤집고 했죠. 지금 보면 일본 가전제품들의 라이선스 카피로 들여온 오토 리버스가 되는 더블 데크는 어린 마음에  참 크고 아름답고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신 어머니를 따라 학교 가는 동안 차 안에서 테이프로 동요를 듣기도 했죠. 그리고 가끔 테이프 늘어나고 꼬이고 끊기고 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저희 아이는 음...동요를 듣는데 몇 단계를 건너 뛰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테이프에서 CD를 건너뛰어 MP3와 핸드폰 스트리밍의 시대가 되었죠. 당장 저희 집에 음악CD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데스크톱 PC에 달려 있는 드라이브 아니면 오래된 플레이스테이션 3 같은 것밖에 없고, 심지어 CD로 음악 들어보고 이걸 파일로 변환한 것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가끔 예전에 열심히 사서 듣던 음악CD 무더기를 보고 있으면, 영원할 것 같던 것들이 이제 내용을 꺼내기 번거로운 애물단지가 되는 것을 보면서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아직 CD는 아슬아슬하게 아직 현역인가 싶기도 합니다. 시작부터 이런 거창한 추억 되돌아보기를 한 계기가 바로 아이를 위한 동요를 CD와 DVD로 받았기 때문이죠. 생각보다 이렇게 CD로 동요를 받고 나서 이걸 아이에게 어떻게 틀어 줘야 되나 고민하는 분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당장 요즘 집들에 CD 플레이어는 이미 대부분 낡아서 퇴역했을 것이고, PC에는 CD 재생이 가능한 드라이브들이 없는 경우도 흔합니다. 영상은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보고, 데이터는 USB 메모리로 옮기고, 운영체제 재설치 같은 트러블슈팅도 USB 메모리로 하게 된 지도 벌써 10년 다 되어가는 일이죠. 덕분에 차세대로 꼽히던 블루레이 ODD는 정말 소수의 매니아들만 쓰는 것이 되었고, 양대 ODD 회사 중 하나는 문을 닫았기도 했습니다.

요즘 USB로 사용할 수 있는 외장 DVD 레코더 드라이브 같은 건 2~3만원대에도 구할 수 있는 만큼, 이런 비상시를 위해 하나쯤은 구해 놓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평소엔 거의 쓰지 않을 것이지만, DVD 영상 돌리기나,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에 연결해 음악 CD를 MP3같은 파일 형식으로 바꾸는 데 있어 주위에 아쉬운 소리를 훨씬 덜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막상 이 단계에서 저야 워낙 예전에 이런 걸 많이 했기 때문에 딱히 위화감이 없지만, 저희 아내는 변환 과정 자체에서 꽤 고생을 많이 하는 모습이었고, 이런 분들이 꽤 많을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CD 트랙을 MP3로 바꾸는 데서, 전 사용하는 foobar2000 에 LAME MP3 인코더를 연결해 사용하고 있지만, 처음 하시는 분들은 '저게 뭔 이상한 단어들의 연속인가' 라고 하시겠죠. 제일 간단하게 처리하는 방법은 요즘 윈도우들에 숨어 있는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를 활용하면 됩니다. 미디어 플레이어로 CD를 재생한 뒤 트랙을 전부 선택하고, 리핑 세팅에서 파일 형식과 비트레이트 설정을 하고, 리핑 버튼을 누르면 되는 것이죠. 예전엔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가 MP3 리핑을 지원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 윈도우 10에서는 되는 거 같습니다. 한편 윈도우 10에서 PC 내장 드라이브들이 오디오 CD를 읽지 못하는 트러블도 종종 나오는 것 같은데, 제 경우는 장치관리자에서 드라이브 장치를 지우고 재부팅하니 해결되기도 했습니다.


2. CD로 받은 동요를 MP3로 받은 다음에 가장 편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자면 역시 요즘 다들 쓰는 스마트폰에 넣어 쓰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마트폰에 넣은 다음에 필요할 때마다 그냥 틀거나, 혹은 블루투스 스피커 같은 걸 쓰면 시대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요즘은 말을 알아듣는 인공지능 스피커 같은 것도 있으니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뭐 저같이 애매하게 기술의 발전에 적응하다 말아버린 아저씨는 음...거실에 깔아 놓은 다목적 음악감상용 PC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다목적인 이유는 TV로 영상 볼때도 쓰고 음악 들을때도 쓰고 평소에는 NAS 같은 것으로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참 낭비같다고 생각했던 것이, 요즘은 필수가 되어가는 느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대세는 역시 음원 사이트들의 스트리밍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제 경우에는 아이가 슬슬 음악을 들을 때쯤 되니 무제한 스트리밍 듣기가 3천원이던 시절부터 쓰고 있던 멜론이 갑자기 '멜론 키즈' 서비스를 내 놓고 저에게 손짓하더군요. 이건 기존에 쓰던 멜론라디오와 비슷한 개념의 콘텐츠 큐레이션인데, 적당히 동요 같은 것들을 카테고리화 해서 쉽게 찾아 들을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요즘 동요들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는 초보 부모에게는 한줄기 구원의 빛 같은 존재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직 네이버 뮤직은 이런 배려가 보이지 않던 것 같다만, 저같은 게으른 부모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물론 AI 스피커에다가 '클로바씨 자장가 틀어줘요' 하면 잘 틀어준다는 경험담도 듣긴 했습니다만...

멜론 키즈 서비스에는 빛과 그림자가 모두 보이는 느낌입니다. 생각보다 동요 콘텐츠가 많다는 느낌을 받는데, 실상은 중복이나 퀄리티 떨어지는 콘텐츠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어서 실속이 떨어지고 실망감을 키웁니다. 이거야 뭐 제가 선택했던 카테고리가 신생아 레벨이었으니 그럴까 싶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 쪽 카테고리는 좀 마이너하니까요. 자장가 같은 건 꼭 이쪽 카테고리만 보지 마시고, 뉴에이지 이지리스닝 같은 쪽도 같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희 아이는 저와 같이 재즈나 뉴에이지 피아노, 이지리스닝을 자주 들었더니 이걸 자장가로 인식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우아한 취향을 갖춘 아가씨가 되리라는 기대는 전혀 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그리고 요즘 동요나 아이들 듣는 노래는 예전과는 참으로 많이 달라졌다 싶습니다. 틀어놓고 보니 갑자기 동요에 랩 넣은 랩 동요가 있질 않나, 아이들이 많이 본다는 카봇 주제가는 짜임새에서는 보컬도 있고 랩도 있고 그룹도 있어서 훌륭한 가요화가 되어 있기도 하고, 완성도도 꽤 높은 것처럼 들려서 새삼 감탄하고 있습니다. 가사야 태생의 한계가 있긴 하지만 말이죠. 예전의 은하철도 999나 모래요정 바람돌이, 캔디나 뭐 이런 거 같은 전설의 명곡(?)들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만화주제가에 대해 몇 마디 더 붙이면, 사실 한국에서도 만화 주제가가 거의 가요 수준에 다다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투니버스의 만화주제가 모음 앨범 'WE' 시리즈는 아직도 기억이 강렬하고, 종종 찾아 듣습니다. 영유아용은 아니긴 하지만, 전 이걸 대학생때 찾아 들었었죠. 지금 봐도 음...뭐 단순한 추억 이상으로 WE 3에서는 버즈, 박혜경, 러브홀릭, 그리고 얼마전에 복면가왕도 나왔던 이용신씨까지 올라간, 미쳐 돌아가는 느낌의 라인업이 있었죠. 이후에는 이 앨범의 소식이 없고, 거의 일본의 곡들을 그대로 들여오는 게 대세가 된 느낌입니다. 그리고 일본은 이미 애니메이션 관련 앨범이 챠트도 올라가고 할 정도로 J-Pop에 한 축이 되어 있습니다. 엔카 잘 부르는(?) 성우 미즈키 나나는 홍백가합전 단골손님이 되었었기도 했죠. 이제 다 아재의 추억인가 싶습니다.



3. 집에 있는 아이의 장난감들을 볼 때도 가끔 시대의 변화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솔직히 저 사진에 있는 저 딸랑이, 저와 아내는 막연히 저 녀석이 꽃게가 아닐까 맛있겠다 꽃게 뜯으러 가고싶다........라고 생각했는데, 바닥 매트의 그림을 보니 저녀석이 기타를 들고 노래부르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개구리였습니다. 개구리를 이렇게 중성적으로 독특하게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릴 땐 저런 아기체육관이란 게 있었나 싶긴 한데, 영유아때 기억이 없으니 알 수 없습니다만, 체육관에 달린 저 전자피아노 같은 건 기술의 발전으로 다채로워진, 변화의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버튼 누르면 효과음과 얼마간의 노래가 나오는데, 미디 음원이겠지만 그래도 또 그럴싸한 길이의 노래가 나옵니다.

장난감도서관에서 빌려 온 장난감들에도 이제는 버튼과 스위치가 있어서, 이것저것 움직이면 소리도 나오고 심심하지 않게 해 주는 게, 전자과학 기술의 발전과 민주화가 이런 건가 하는 느낌을 새삼스레 받습니다. 저번에 빌린 장난감 집은 창 열고 하면 효과음 나오고, 책 누르면 이야기도 읽어주고 했습니다. 잘 들어보면 정말 아무말 대잔치로 끝나는 스토리지만 말이죠. 예를 들면, 토끼가 맑은 날 볕 좋은 언덕에서 뛰고 뛰고 또 뛰고 그러다 피곤해서 잠이 들고 해가 졌어요 끄~읕 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그래도 효과음과 음원을 꽤 많이 담고도 아이 장난감으로 나올 수 있다는 데 메모리 기술의 발전도 새삼 느낍니다.

빌려온 것들이 전부 외국 브랜드라 효과음이 다 영어입니다. 영어가 익숙치 않은, 남들 다 가던 어학연수도 안(못)가고 학교를 졸업한 아빠 입장에서 듣기는 참으로 어색한가 싶긴 하지만, 요즘 워낙 영어를 강조하는 모습도 있으니 시대의 대세인가 싶긴 합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아직은 뭐가 들리든 그냥 재미있는 소리지 내용이 뭐가 중요할까 싶긴 합니다만...이런 데서는 조기 영어교육의 폐해가 있는 건가 싶은 느낌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프뢰벨 교구사고 받은 CD들에도 영어동요들이 한자리 차지하고 있긴 했군요.

그리고 요즘 듣는 알파벳송은 제가 어릴 때 들었던 것과도 또 다르더군요. 예전 제가 어릴때는 abcdefg/hijklmn/opqrstu/v w xyz 뭐 이렇게 노래가 나누어졌는데, 요즘은 abcdefg/hijk lmnop/qrs tuv/w x y&z 뭐 이렇게 부르더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기서 lmnop 할때는 워낙 박자를 당겨서 이 나이 되어서도 노래의 가사를 놓치기도 했습니다. 요즘 영어 잘하는 애들은 저렇게 안놓치고 잘 부르나 싶었습니다 허허....아 그리고 전혀 신경 안쓰고 살다가 30년만에 처음 깨달은 게 있다면, 알파벳송과 반짝반짝 작은별의 멜로디는 같은 것이었다는 겁니다. 이건 노라조의 슈퍼맨과 고등어 같은 관계라 모르고 넘어갔다가 새삼 알았던 걸로 해 두고 싶습니다.


4. 새삼 저희 부모님과 저, 아이 사이의 세대 차이를 느끼게 되는 것 중에는 아이의 외부활동(?)도 있겠습니다. 예전 제가 자랄 때는 그냥 집에서 부모님이 어르고 달래고 적당히 지겨움과 타협하면서 놀아주면서 크면서 서로 짜증을 주고 받고 하는 게 당연했는데, 요즘은 나름 밖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습니다. 저희도 아이가 이제 5개월이 되면서, 몸은 잘 안움직이는데 머리는 커서 인지부조화에서 오는 심심함이 원인인 짜증을 받다 받다 서로 성격 버릴 거 같아서 찾아본 것이 근처 대형마트의 문화센터 프로그램입니다. 의외로 프로그램은 장사가 제대로 되나 싶은 저희 동네의 대형 마트도 나름 신경써서 구색을 갖춰 놔서, 선택해볼 만 한게 꽤 있었습니다. 비용도 3개월 단위로 오고 가는 귀차니즘이 크게 느껴질 정도의, 부담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여기저기 사례를 찾아봐도 5개월 아이가 가는 건 좀 이른가 싶긴 했지만, 저희 부부는 이런 데 선택의 여지가 없이 아이에게 끌려 나갔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사실, 아이가 너무 심심해해서 대형마트 문화센터 클래스에 데려갔다 하면 조부모님들은 꽤 달갑지 않은 표정을 하십니다. 그 시절엔 그런 게 없었고, 무슨 6개월도 안된 아이를 그런 데 데려가냐 니들이 좀 더 잘 놀아주면 될 거 아니냐...하시기도 할 겁니다. 이런 것도 육아 환경에 대한 세대 차이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당장 저희는 이렇게라도 아이를 달래놓지 않으면 당장 생업과 정신건강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죠. 덕분에 예전에는 저희도 5개월된 아이가 문화센터 간다고 하면 '무슨 극성맞은 부모인가!' 했는데,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화센터 프로그램을 가면서 제일 걱정이었던 건 이제 막 5개월을 넘겨서, 뒤집기는 했지만 배밀이도 안되고 앉아있지도 못하는 아이가 제대로 프로그램을 따라가기나 할까, 가서 칭얼거리는 걸로 한시간 다 때우고 아무것도 못하고 오는 건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만...일단 집어 넣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첫 클래스를 갔더니, 역시나 저희 아이가 제일 어렸습니다만....의외로 아주 수업을 즐기고 왔다고 합니다. 첫 클래스 주제가 요리였는데 아이는 이것저것 만져보고 잘 웃으면서 열심히 놀다가 느긋하게 나왔습니다. 심지어 아이가 딱 한 번 울었는데 이유는, 간식으로 고구마 맛을 살짝 보여줬다는데 그 때 쓴 스푼 입에서 뺐을 때라고 합니다. 클래스 끝나도 스푼 물고 매트 위를 데굴데굴...아이의 멘탈에 새삼 감탄합니다. 

대형 마트 같은 데서 문화센터 프로그램을 하는 데는 사회공헌과 모객 목적 양쪽이 있겠다 싶습니다.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에 공헌한다는 훌륭한 슬로건과 함께, 막상 문화센터로 가는 길에는 키즈까페와 아이들 관련 용품과 옷가게 등을 배치해서 한번이라도 더 눈길이 가고, 아이가 한번이라도 더 앞에서 드러눕게 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꼭 오게 해서 장이라도 꼬박꼬박 보게 하려는 여러가지 목적이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 입장에서도 얻을 건 얻고 양보할 건 양보해서, 아이가 문화센터 가는 날 저도 갈 수 있으면 같이 가서, 아이와 엄마가 프로그램 도는 동안 저는 장을 보고, 끝나면 같이 오는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가 의도한 트랩에 그대로 걸린 느낌이지만, 저도 얻는 게 있으니 서로서로 윈윈했다고 봅니다.

혹시 문화센터 가는 데 '가서 아이가 계속 울고 하면 어쩌지'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냥 한번 가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어차피 가면 애들이 한번씩은 다 울고, 강사들도 워낙 그런 상황에 익숙하니 적당히 맞춰서 진행됩니다. 다른 애들이 다 한번씩 우니까 우리 애가 울어도 별로 민폐로 보이지도 않는 것이 이 클래스의 신비로운 분위기입니다. 물론 그렇게 울다가 잠들어버리면 수업료 본전 생각이 날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그래도 정말 확신이 서지 않으면, 시범수업같은 원데이 클래스를 찾아서 한번 가보시고 결정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물론 아이의 기분은 언제나 바뀌는 날씨 같아서, 원데이 클래스때는 잘 지냈다가 본수업 갔더니 확 바뀌는 경우도 없지는 않을 지라도 말입니다.


5. 아직 너무 어릴 때는 아이들에게 TV 보여주는 게 좋지 않다는 의견이 많고, 막상 제 주위에도 아이가 나오니 집에 TV와 데스크톱 PC를 모두 걷어내는 지극정성을 보이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서 제일 먼저 접하는 미디어가 핸드폰과 유튜브고, 아쿠아리움 가서 물고기 보고 수족관에 손가락으로 드래그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태생이 디지털 시대 한복판의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부모 양육의 문제로 이런 인식에서의 세대차이와 아이돌봄의 고됨으로 아이에게 하루종일 TV를 보게 한다는 것 등이 꼽혔습니다. 이런 것도 조부모님들이 요즘 미디어 같은 걸 따라가기에 여러 가지로 예전의 기억과 현재의 간극이 크기 때문이겠죠. 당장 저도 따라가기 어려운 판국에 말이죠. 이렇게 조부모와 부모, 아이간의 환경 차이와 세대차이는 극복이 어렵지만 피할 수도 없는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육아의 모든 과정을 전통적으로, 아날로그 식으로 고집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어차피 생활이 모두 디지털이고, 스마트폰이 보편적 복지 항목 안에 들어갈 정도로 현대생활에 필수가 된 사회에서 디지털 문명을 접하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물론 적당히 조절해야겠지만, 이 조절에 대한 갈등은 앞으로도 참 어려운 숙제가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당장 집에 들어오다 집 앞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 이제 팽이싸움은 탑블레이드 동네리그 배틀이 되었고, 아이들 손목에는 스마트워치가 하나씩 자리잡고 있고, 종종 아이들이 줄지어서 벤치에 앉아 모바일게임 배틀하는 모습도 보고 있으면 시대가 달라졌구나 싶은 느낌이 많이 듭니다.

당장 부모의 입장에서도 이제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술은 일상생활과 육아에서 없어선 안될 존재가 되었습니다. 당장 아이 생활주기 관리나 노래 틀어주기는 물론이고, 병원 연락이나 예약도 스마트폰으로 해야 되고, 장보면서 포인트 찾아먹으려 해도 스마트폰이 필수인 세상입니다. 뱅킹이나 쇼핑에서 화면 작아서 답답하다고 PC를 고집하는 저 같은 사람은 벌써 시대에 뒤떨어진 취급을 받을 정도네요. 아내는 이런 디지털화에서 오히려 할 일이 늘어나고 번거롭다고 짜증낼 때도 있지만, 뭐 세상이 이렇게 변하는 걸 어쩌겠습니까. 사실 저도 10년 전에는 이런 방향의 세상을 이상향으로 봤다만, 지금은 그 시절의 생각이 과연 옳았던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그래도 그때보다는 지금이 나은 거 같습니다만 말이죠.

예전 저희 부모님은 아이가 크는 모습을 필름 카메라로 찍어 사진첩으로 남겼고, 전 지금 아이가 크는 모습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클라우드에 파일로 남기고 가끔 인화할까 생각하는데, 나중에 아이에게 이 시절의 추억을 보여 주면 이 아이는 어떻게 이 시절의 기록을 바라볼지에 대해서도 좀 궁금해지긴 합니다. 그거야 나중에 가 봐야 알겠습니다만...그리고 제 입장에서는 사실 그때까지 기술의 흐름을 따라잡는 게 아직까지는 나름대로 따라갈 만 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만, 지금도 종종 정신을 차리면 손에 쥔 모래를 흘리는 것처럼 놓치는 것들을 깨닫고는 합니다. 뭔가를 따라잡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의 크기가 점점 커지는 것을 느끼는 것은 덤이고 말이죠. 새삼 세월이 빨리 흐르는 느낌이네요.


덧글

댓글 입력 영역

ad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