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의 대참사, KT의 전국 유무선망 마비 by 파란오이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참 길지만, 오늘은 여러 가지로 볼 일이 있어 아침 일찍부터 밖에 나왔습니다만...오전 중에 아주 전국구급 대참사가 터졌습니다. 무려 KT의 유무선 전국망이 짧게는 30여분, 길게는 수 시간째 정상이 아닙니다. 제 경우에는 대략 30여분 만에 무선망이 정상으로 돌아오긴 했습니다만, 여기저기 상황을 보면 아직 다 돌아오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음...이것저것 소식을 듣자니 정말 간만에 팝콘이 땡기는 사건이자,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1. 사건의 시작은 대략 오전 11시 20분 쯤이었나...그 때 전 아내의 코로나 19 백신 2차접종과 몇 가지 잡무 일정을 위해 따라가서, 병원에서 대기시간 동안 핸드폰이나 좀 볼까...했더니, 무선이 잡히긴 하는데 데이터가 하나도 안옵니다. 그 때만 해도 '아 어디 상태 안좋은 중계기 장애난데 걸렸나...' 싶어서 병원 내의 Wi-Fi를 잡았더니 어 이것도 하나도 안됩니다. 

이 쯤 되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정도의 유무선 각개장애가 아니면 누가 또 땅 파다가 지역 백본망 광케이블 건드렸나...정도를 의심해 볼 수 있는 수준인데, 이것도 경로 이중화 안해놨다 그러면 좀 머리가 아픈 문제입니다만 카운터에서 'KT 인터넷 장애입니다 뉴스도 나왔어요' 라는 안내가 나오는 걸 들으면서 '아 전국망이 죽었구나 또 혜화의 DNS 터졌나...' 정도로 감상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음...동네 의원급 병원에서도 인터넷이 끊기면 난리가 납니다. 의료보험 관련 전산이 다 끊겨서 수기로 기록 남겨야 되고..이건 내부서버를 캐시서버로 써서 해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백신 접종을 위한 정보 조회와 접종 인증 작업도 다 끊깁니다. 저희도 그래서 아내의 접종증명서를 못 받았는데...뭐 수기로 남겨서 처리한다니 나중에 전산 처리 되었는지 확인해 봐야 될 상황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카드 결제가 전부 막혀서 외래진료 오신 분들은 전부 그냥 기다리거나, 외상으로 돌아가고 그랬습니다. 외상이야 챠트에 적어놓으면 다음에 올 때 쉽게 되기도 할 거 같네요.

그 상황에, 제 KT망은 다 죽었지만, SKT 쓰는 아내의 스마트폰은 여전히 아무 문제 없이 잘 되더군요...


2. 뭐 그렇게 이것저것 일을 보고 집에 왔더니 다행히 장애는 다 복구되어 있었는데,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이 터져 있더군요. 저도 겪었던 카드 결제 관련 문제도 많고 한데, 어딘가에서는 VoIP 같은 걸로 쓰던 전화도 다 죽었고, 119, 112 망도 영향을 받았다고 그러고...아 그러고 보니 제 전화도 안터졌을 수도 있겠군요. 워낙 통화를 안쓰는 전화라 조용해서 몰랐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IP 망으로 연결된 출입관리 시스템 같은 것도 다 멈춰서 집이나 사무실 못들어가고 있다는 에피소드도 본 거 같습니다. 어딘가의 채굴 작업이 네트워크 끊기면서 작업분량 게워내면서 손실을 뒤집어쓰고 있는 건 솔직히 별로 동정이 가지는 않네요. 어찌 보면 절대적이라 생각했던 네트워크 연결이란 것이, 사회적으로 아주 중요해졌지만 아주 취약한 연결 고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평소에는 편안하게 살고 있다가 이런 게 터지면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저도 음...예상치 못하게 이렇게 유무선 네트워크가 다 끊기고 나니 뭐 할 수 있는게 크게 남지 않습니다. 어디선가의 에피소드로, 요즘 세대들은(?) 학교 발표같은 것도 USB 메모리같은 로컬 저장을 확보하지 않고 클라우드에 올려놓은 것으로 끝낸다고 하던데, 그런 사람들도 이번에 약간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한 집의 가장의 입장에서는 이런 경우를 대비하는 약간의 트릭으로, 온 가족을 하나의 통신사에 묶어서 할인받는 것보다는 한 명정도는 다른 통신사에 두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 경우에는 업무용 회선이 KT, 개인용 회선이 SKT였는데, 데이터 정책이나 유무선 결합할인을 위해 KT로 가면서 모든 회선이 KT로 가는 바람에 이번에 정말 모든 통신이 끊기는 대위기를 만날 뻔 했지만...그래도 아내의 회선이 살아있어서 가족들의 급한 연락 정도는 유지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3. 그리고 위기를 벗어나는 상황에서는 역시나 KT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반에는 DDoS 공격이라고 발표를 했는데...KISA가 신고 들어온 게 없다고 발표를 했죠. 제 기억에 이거 관련 문제 발생시 즉각 신고가 의무사항이라 터지고 나서 바로 신고 안했으면 그거 자체로 문제가 되는 상황입니다. KT가 언제나처럼 그냥 묻으려 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죠. 

그리고 음...DDoS 방어체계 가지고 사업화해서 팔고 있는데 사업자가 이걸 맞고 전체 망이 다 죽는다 하면 대체 이런 사업자를 어찌 믿겠습니까? 그래서 또 몇 시간만에 KT는 입장을 번복한 모양새이기도 합니다. 이제 이유가 해킹이든 휴먼에러든 장비장애든 전국망 장애가 터진 이상 그냥 넘어가기는 너무 찝찝한 문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어디선가 들리는 이야기로는 AWS 쪽으로 연결되어 있던 KT, SK 유선망에서 장애가 시작되어, KT는 전체망이 다 죽는 참사가 벌어졌다는 소문도 있긴 한데, 뭐 누군가가 또 최상위계층 망을 잘못 건드린 나비효과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개인적으로 합니다. 특히 SDN에서 버그 묻은 자동화는 파급이 어디까지 갈 지 모른다는 것도 문제죠. 물론 그렇다고 전체 망이 다 죽는다는 것은 절대 용서가 안되는 일입니다. 당연히 해야 될 이중화 구성 이런 게 다 죽었다니 이게 뭐니....

그래서, 일단 국가 기간망급 네트워크에 장애가 터지고 나니, 지금까지 네트워크 의존적인 상시연결 시대의 취약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느낌입니다. 여러 모로 아찔한 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애는 예상보다는 빨리 복구되었지만, 과연 전국적으로 장애가 터진 상황에서 KT의 보상책이 어찌 나올지도 조금은 기대가 됩니다. 여느 때처럼 시간 얼마 안된다고 푼돈으로 넘길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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