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관찰기 (10) - 침대를 떠나고픈 심심한 아이의 홀로 움직이기 분투 관찰기 by 파란오이



바야흐로 100일이 지나 120일이 접어들 때쯤이 되어, 아이에게는 또 다른 과제가 생겼습니다. 지금까지는 조금이라도 움직이려면 엄마나 아빠가 들어 옮겨줬어야 했는데, 이게 슬슬 지겨워지니 혼자 움직이고 싶어진 것이죠. 물론 이건 좀 과장된 상상이고, 그냥 때가 되면 아이의 뒤집기와 배밀이, 기어가기로 이어지는 고군분투 시즌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부모의 입장에서는 이런 활동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좀 바꾸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집에서 본격적으로 아이의 영역이 넓어지고, 아빠의 영역은 더 줄었습니다...

4개월쯤 되면 슬슬 아이의 성장 상태를 확인할 시기이기도 합니다. 영유아 건강검진의 첫 시즌이 오는데, 누구나 다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저희는 안내를 받아, 매번 가던 지정 소아과를 가서 간단한 문진과 키, 몸무게 측정 등을 하고, 약간의 상담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때서야, 왜 요즘 아이를 안고 있으면 많이 힘든 느낌이 드는지에 대한 나름 확실한 답을 받았는데, 사실은 그냥 아이가 무겁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의 성장 상태는 키, 몸무게, 머리둘레 등 모든 부분에서 상위 5%...모든 부분이 고르니 걱정할 필요는 별로 없다고 합니다. 뭐 이것도 신경쓸 시기가 되면 아무 의미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1. 4개월쯤에 챙겨야 될 것이라면 대량 예방접종 2차와 건강검진 정도가 있겠습니다. 대량 예방접종 2차라 한 이유라면, 2개월에 했던 예방접종의 2차분이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항목은 많지만 주사바늘 들어가는 건 두 개 정도인데, 아이가 두달동안 더 컸어도 아픈건 아픈 것 같습니다. 그래도 두 달 전보다는 확실히 의젓하게(?) 버티는데, 간호사분한테 햇님웃음 지어주는 여유도 있고(?), 맞고 나서 아프다고 울다가도 유모차 타고 병원을 나설 때까지는 좀 뚱하게 있다가 집에 올때쯤 되니 졸고 있고, 집에 오니 병원가기 전과 별다를 바 없이 잘 놀고 잘 먹습니다. 지난 번에는 하루 정도는 힘없이 있어서 안쓰러웠던 것에 비하면 좀 차이가 나고, 마음의 부담이 좀 가벼워집니다. 역시 건강과 평화가 최고죠.

영유아 건강검진은 지정 병원에서 받으라고 우편물이 왔는데, 저희가 가는 동네 소아과가 지정 병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동네 소아과는 저희 아파트 단지 안에서 확장이전에서 옆 아파트 단지 쪽으로 갔더군요. 한 5분 정도 더 걸어야 될 만한 거리입니다. 가는 날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아내는 걸어서 10~15분 거리를 차를 가지고 가야 된다 했으나, 그동네 주차난이 심하기 때문에 그냥 걸어가는 것으로 했습니다. 사실 저 거리에 주차 등 생각하면 걸어가는 게 더 빠르고, 역시나 갔더니 주차 자리 비슷한 것도 없어 보였습니다. 다음에 이런 상황이 오면 음....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죠. 하지만 건물주차장이나 주위 차 댈 데 없어서 집에서 걸어오는 것과 별반 차이없는 거리에 차 몰래주차하고 오는 건 사양하고 싶긴 합니다.

건강검진 예약을 하면, 문진표 작성 등의 이유로 30분 정도는 일찍 오라는 안내를 듣습니다. 도착해서 간단히 문진표를 작성하는데, 문진표 항목에는 별거 아닌데 확인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문진표의 항목들은 사실 이 시기의 아이들을 다루는 데 있어 좋은 본보기가 되니, 작성하면서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에는 체크해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기억에 남는 항목으로는 차량 카시트 설치를 역방향으로 했는가...였는데, 돌 전까지는 역방향 설치가 원칙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카시트 위를 잡는 ISOFIX 줄이 걸려서 승하차가 참 애매해지긴 하지만요. 하지만 역시 아이가 차를 그렇게 오래 타고 가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싶습니다.

문진표와 함께 간단히 키와 몸무게를 재는데, 아이를 쭉 펴서 키 재는 건 생각보다 약간 난이도가 있고, 입고 있는 옷도 있는데, 간호사분께서 이를 감안해서인지 정상범주에 넣기 위해서인지는 좀 애매한데 키와 몸무게를 약간씩 빼기도 했습니다만....결과 들어가보니 상위 5%의 우량아 판정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체중, 몸무게, 머리둘레 모두 골고루 5%가 나와서 걱정할 필요는 없이 그냥 잘 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 먹는 건 임의로 시간이나 양 조절할 거 없이 아기가 배고프다고 하면 먹이라고 합니다. 이쯤 컸으면 아이가 알아서 식사량을 조절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반신반의할 설명이지만, 이미 집에서부터 먹다가 배부르면 분유병 젖꼭지 뱉는 것을 일상처럼 보고 있다 보니, 알고 있던 것을 한번 더 확인한 기분입니다.


2. 슬슬 4개월이 넘어가면서 여기저기서 듣는 이야기라면 수면교육과 밤 수유 끊기가 있었습니다. 사실 카페 같은 데서 올라오는 것을 한다리 건너 듣는 이야기로는, 야간 수유 끊고 쭉 자는 것을 교육하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도 '우리 애는 언제 야간 수유 끊고 쭉 잘까...' 라고 했더니....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아주 순식간에...

저 말 하자마자 바로 그날이나 그 다음날쯤 되는 거 같은데 밤 11시 전후로 모유와 분유를 배부르게 먹고 자더니 다음날 아침 8~9시까지 쭈욱 자는 겁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먹고 또 몇 시간 자고 나면 하루 밤잠 시간을 얼추 다 채웁니다. 그리고 이제 그렇게 안자던 낮잠도 조금씩 잡니다. 물론 그렇게 길지도 않게, 낮잠은 딱 30분 정도 자는 것 같지만 말이죠. 정말 아이가 부모 말하는 것을 듣고 있다가 선심쓰듯이 들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100일 전후에 있던 원더윅스가 이 쯤에도 종종 오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정도는 밤잠 잘 자다가, 또 며칠 정도는 새벽 세시만 되면 갑자기 울면서 깼는데, 첫날은 수유를 조금 했지만 다음날은 그냥 바운서 흔들어서 재웠습니다. 며칠 더 지나니, 아이도 밤잠을 설치고 낮잠 제대로 안자면 피곤했는지 그냥 밤잠 잘 자더군요. 아이나 어른이나 잠이 중요한가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낮잠은 짧게 자고 이렇게 갑자기 울면서 깨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 있으면 조금 달래면 그치는 거 보니 분리불안까지는 아니고 부모 찾나 싶은 의심도 조금 있습니다.

3. 아이가 부모 말하는 것을 듣고 있다가 선심쓰듯 들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는 것의 두 번째 이야기는, 이 시기의 큰 과제인 뒤집기입니다. 사실 100일 전후부터 슬슬 뒤집기를 위한 기초체력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열심히 발차기하고 발잡고 하면서 각 부분의 힘을 다 키운 다음에, 마지막에 휙 돌리는 기술로 완성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혼자서 뒤집지는 못하지만 잠깐 뒤집어놓으면 채 5초를 못들던 머리는 어느새 수 분동안 아주 편안하게 주위를 탐색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했습니다.

덩치가 큰 우량아면 뒤집기가 늦을 수도 있다는 소리가 있는데, 병원에서 건강검진으로 우량아 소리를 듣고 온 다음날 바로 휙~ 하고 뒤집기를 성공하는 걸 보고, 아이가 우리 말하는 걸 듣고 있나 하는 미묘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아이 앞에서 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벌써부터 듭니다 (....). 그리고 이 뒤집기에 있어 환경 조성도 어느 정도 중요하다 싶은 것이, 저 사진에 보이는 매트 가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지만, 그냥 시기가 맞았는지 새 매트를 보고 아이가 의욕이 생겼는지 매트 깔고 나서 다음날 뒤집기를 제대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뒤집기가 참 중요한 과정이지만, 이 또한 지나가는 과정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정말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심심한 친구들이라, 뒤집기 다음 과정인 움직이기를 바로 시작합니다. 물론 못움직이죠(....). 당연히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욕구불만이 시끄러운 짜증으로 나옵니다. 기어가고는 싶은데 몸은 안따라주고 하니 입에는 손가락 세개쯤 물고 끙끙대면서 바닥과 얼굴에 침을 바르다가 얼굴이 빨개지면서 우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채 10분이 걸리지 않습니다. 이 때쯤 되면 다시 뒤집어 눕히고 바닥과 얼굴에 묻은 침을 적당히 닦고 조금 달래서 진정시키고....이게 반복입니다. 방에 들어갈 틈이 없네요.

이 과정이 조금 진행되면 또 갈등이 느껴질 것이, 아이가 뒤집어서 앞으로 못간다고 운다고 매번 다시 뒤집어서 달래고 하면 언젠가는 기어 가긴 하겠지만 연습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겠죠. 며칠 지나니 뒤집어서 그렇게 짜증을 내면서도 아주 조금씩은 앞으로 갑니다. 귀에 들리는 짜증섞인 울음소리와 앞으로 가는 시각적 현실 속에 약간은 갈등되지만, 어느 정도는 지켜보고 있을 필요도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물론 너무 구경만 하고 있으면 아동학대 같아서 좀 찜찜하겠지만 말이죠.


4. 한창 뒤집기 준비에서 실전 뒤집기, 배밀이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아이의 관심은 온통 움직이는 데 집중되는 것 같습니다. 틈만 나면 몸비틀기 뒤집기를 시도하는데, 신기한 건 침대에서는 별로 안한다는 겁니다. 덕분에 예전에도 낮잠은 바운서에서 자고 침대에서 안자려고 했는데, 이제는 정말 밤잠 잘 때 아니면 침대를 그리 반기지 않는 거 같기도 합니다. 왜 바운서에서까지 뒤집기 하려고 하면서(성공은 못했지만) 침대에서는 뒤집기 안하는지 지금 이 글 쓰면서 생각하니 좀 신기하긴 하네요. 6개월 대여로 쓰고 있는 아기침대의 다음 단계를 슬슬 생각해 볼 시기가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내와는 매트 쪽으로 가는 것을 논의하고 있긴 합니다.

심심함이 늘면서, 맨날 보던 장난감도 종종 바꿔주는 게 주의 환기를 위해 도움이 됩니다. 예전에 한 번 언급했던 것 같은데, 동네 도서관에 있는 장난감도서관에서 처음 장난감을 빌려 봤더니, 별거 아니지만 며칠 탐색하더니 하루에 몇 번은 잘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직접 누르고 돌리고 하는 건 무리지만, 주의를 환기시키는 목적이라면 효험을 좀 봤습니다. 3~4개월 아이가 쓸 수 있는 건 사실 별로 없지만, 아이의 지루함 해결이라는 목적이라면 충분히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놀아주기와 함께 산책도 참 좋아하는데, 산책에는 좀 더 준비가 필요하죠. 이건 다음 기회에 자세히 써 보기로 하겠는데, 유모차를 이 시기 전후로 장만했습니다. 적응 과정이라기보다는, 유모차 타고 산책을 몇번 돌았더니, 이제는 아이가 유모차 타기만 하면 함박웃음에 흥미진진한 표정이 막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관심이 온통 움직이는 데 집중되면서, 그렇게 잘 보던 그림에도 좀 심드렁합니다. 심지어는 먹는 데도 좀 심드렁한 모습입니다. 야간수유를 알아서 끊은 것 이상으로, 수유 텀이 5~6시간 가까이로 늘었고, 심지어 양도 예전과 별 차이 안나거나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한번에 먹는 양이 조금 늘어난 느낌은 있는데, 횟수 자체가 줄어드니 하루로 따지면 좀 줄어드는 식이죠. 이것 또한, 우량아 판정 나오면서 '얘 다이어트 해야 되는거 아니야?' 하고 농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걸 듣고 진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역시 아이 앞에서는 말을 조심해야 되는가 싶습니다. 요즘 수유 텀 따져보니 4회 정도로 하루를 마감하는 것 같은데, 이 쯤 되면 아침, 점심, 저녁, 간식으로 저하고 똑같이 먹는 거 아닌가 싶은 느낌도 있습니다. 사실 전 아침을 잘 안먹고 점심, 저녁, 간식, 야식이긴 하지만...이러고 보니 진짜 똑같네요 (?!).

이 시기에 식생활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다면, 이유식 연습을 시작했다는 겁니다. 사실 급하게 할 건 없는데 아무리 봐도 저희 아이는 이유식을 먹을 준비가 충분히 된 거 같다...는 생각에 쌀미음부터 조금씩 먹여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10~20cc 정도씩 맛만 보여주고 있는데, 처음 보는 숟가락을 젖꼭지 다루듯이 하다 보니 피부에 양보하는 양이 만만치 않지만, 일단 별 거부감 없이 또 잘 먹는 게 기특합니다. 물론 먹이고 있다 보면, 먹어서 얻는 칼로리보다 먹으면서 쓰는 칼로리가 많을 거 같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먹고 남은 이유식 다시 먹여도 되나요...라는 질문이 있던데, 아이의 침이 닿으니 이 미음의 녹말이 다 풀어져서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로 답할 수 있겠습니다.


5. 이 시기에 오면 또 여러 가지 아이템들이 바뀌어야 합니다. 뒤집고 굴리려면 역시 적당한 크기의 매트가 필요한데, 아내가 골라 온 매트의 가격은 사실 조금 만만치 않았지만 막상 거실에 펼쳐놓고 보니 가격 같은 건 잊고 온 가족이 함께 잘 구르고 있습니다. 접이식에 두 장을 깔아놨다 보니 이음매 부분은 해결이 안되는데, 아직은 뭐 괜찮은 것 같고, 나중에는 같이 따라온 실리콘 받침을 사용해 바닥과 논슬립 고정을 해야 되지 않겠나 싶은 계획만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슬슬 집안의 환경정리를 시작하고, 작업실같은 제 방은 닫아 뒀다가 방을 비울 준비도 해야 될 수 있겠습니다. 먼 미래의 일인가 싶었는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만 남았네요.

이 시기에 바꿔서 제일 큰 변화를 얻은 건 기저귀입니다. 기존에는 밴드형 3단계 정도를 사용했는데, 크기나 이런 건 아직 체급에서 여유가 있지만, 아이가 웅크렸다 폈다 뒤집고 밀고 다니고 하면 어떻게 채워도 기저귀가 흘러 내려가기도 하고, 오줌이 새기도 합니다. 덕분에 슬슬 이 시기에 많이 움직이는 주간에는 팬티형으로 바꿨는데, 채우기는 접착 방향이 요상하게 뒤집혀 있어서 좀 불편한 느낌이 있지만 배쪽 밴드가 아주 두툼하게 있고 해서 바꾼 뒤에는 오줌이 새서 고생해본 적이 없습니다. 비용 측면에서는 언뜻 봤을 때는 좀 더 소포장이라 더 드나 싶었는데 192개 기준으로 가니 차이가 참으로 오묘하게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편한 맛 보니 다시 밴드형으로 가기는 어렵지 않겠나 싶기도 합니다.

아이도 어느새 꽤 커졌고, 계절도 여름을 앞두고 있으니 옷도 꽤 바뀝니다. 봄까지 잘 입던 면소재 우주복 같은 건 슬슬 입히면 더울 시기가 온 것이죠. 물론 이 또한 한 철 입고 다음 여름에는 입을 수 있을지 없을지 애매하니, 될 수 있으면 비용 덜 드는 방법으로 해결하고픈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럴 때 잘 써먹을 수 있는게 적당히 할인폭 큰 이월 상품을 몇 벌 구해서 돌리는 겁니다. 사이즈는 음...보통 이 시기에는 80 정도면 적당한데 워낙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래서 여름이고 하니 90 사이즈의 7부 옷을 구해서 입혀보니 적당히 잘 맞고, 시원해 보이는 느낌도 있고, 내년에도 입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도 애가 좀 커야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싶긴 합니다만...

여담이지만, 아내는 아이를 굳이 '여아'의 굴레에 넣어서 옷을 입히고 가르쳐서 키우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럼 저는 어떤가 물으시면 음...저도 뭐 별로 그러고 싶진 않네요. 그래서 아이가 입는 옷 색깔의 스펙트럼은 옷가게 가서 딸이라 하면 언제나 1순위 추천받는 핑크보다는 블루 계열도 많고 좀 다채롭습니다. 물론 노란색 핑크색 옷이 좀 이쁘긴 합니다만 굳이 고집하지는 않고, 사파리 탐험대같은 느낌의 색이나 이런 것도 신선하고 좋더군요. 물론 티라노사우르스 공룡 찍힌 옷은 입혀보니 너무 세 보여서 좀 당황했지만서도...덤으로, 아이가 입는 옷의 패턴 중에는 제가 입고 홍대를 나가도 당장 이세상 힙함이 아니게 될 거 같을, 맘에 드는 패턴도 꽤 많이 나옵니다. 성인 남성용 티셔츠도 영어로 아무말 쓰는 이런 패턴 말고도 좀 다양해졌으면 좋겠다만, 규모의 경제 아래에서는 쉽지 않죠. 직접 찍어서 입어야 되나 싶기도 합니다.


6. 슬슬 복직 이후 한달이 훌쩍 넘어가고 있고, 업무강도야 좀 들쭉날쭉하지만 평균적으로는 슬슬 올라오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일에 들어가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이 와중에 아이는 점점 심심함이 커지고 주위에 부모가 없으면 짜증을 내고, 주위에 있어도 눈맞추면서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짜증을 냅니다. 정말 한 명은 빠듯하게 거실에서 아이에게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죠.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만...덕분에 제가 집에 있을 때는 방안에 좋은 데스크톱 PC 멀쩡히 놔두고, 거실에서 회사 노트북 펴 놓고 끊어져가는 집중력을 어떻게든 이어 가면서 최소한의 케어 정도만 해 보고 있습니다만, 이것도 쉽지 않네요. 잠깐잠깐 아이가 낮잠자는 게 왜이리 반가운지 (....). 

제가 집에서 일 볼 때 데스크톱 PC를 좋아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일단 모니터가 듀얼모니터라 넓게 보기 편하고, 키보드 마우스가 MS의 스컬프드 에고노믹스 데스크톱 셋...인체공학 디자인입니다. 장시간 작업에서 손목이 훨씬 덜아픕니다. 그리고 노트북으로 작업이 늘고 핸드폰 보고 하는 시간이 늘면서, 꽤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직업병인 손목 터널증후군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며칠 전에는 도저히 눈아프고 손목아프고 해서 그냥 방에 들어와서 일을 보는데, 분명 일을 보고 있는데 아프던 손목이 진정되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래서 컴퓨터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손에 닿는 건 좋은 걸 써야 하나 봅니다.

요즘 아내는 아이의 잠투정이나 이런 것들과 함께, 하고싶은 것들을 조금씩 하면서 시간을 빼다 보니 수면 패턴이 꽤 자주 틀어져 버리고, 불면증 같은 게 왔다가 가고 약간의 근육통이 만성화되어 가는 것 같아 좀 걱정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생활패턴이 흐트러진 것 때문일 수 있겠는데 그 원인의 일부는 저한테 있는 거 같으니 참 면목이 없습니다. 밤늦게 일 끝나고 몇개 없는 설겆이 안했다고 다음날 퇴근하면 잔소리를 들으면 좀 여러 가지 감정이 스쳐 지나가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까. 이렇게 다들 지나가는 거겠죠. 아내는 조만간 근처 주민센터에서 하는, 출산 전에 다니던 생활요가 클래스를 보내야 되나 싶은데, 이것도 오전시간 일정 맞춰내기는 쉽지 않을 거 같아 고민은 더 깊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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