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관찰기 (9) - 복직과 재택근무의 함정과 현실 by 파란오이



때는 4월 어느 날, 어느 새 아이가 100일을 훌쩍 넘기고 나니 이제 슬슬 잊어버리고 있던 현실이 다가옵니다. 바야흐로 육아휴직 3개월이 끝나고 회사에 돌아가야 된다는 것이죠. 아무리 육아휴직이라지만 그래도 몸이 집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머리로는 '아 이제 복직이구나' 하지만 몸과 마음은 '그래서 니 복직이 언젠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하나도 모르겠다...' 라서 그 날이 오기 전까지는 절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막상 어색한 출근을 한 그날 '아 그래 이렇게 피곤했지...'라고 다시금 떠올리기 전까지 말이죠.

물론 이건 일반적인 경우이고(?), 제 경우에는 예전 회사 생활도 일반적이라 하기엔 좀 거리가 있었습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첫 회사이자 이제 4대보험 들어간 지도 9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제가 들어갈 때부터 해서 유서깊게(?) 기본 근무환경을 외근과 재택근무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외근은 뭐 그렇다 치고, 동종 업계 사람들이 전부 회사 사무실을 찍고 외근을 나가는 것과 달리, 전 그냥 집에서 바로 외근을 나갔다가 들어가고 결과 리포트만 던지는 식이죠. 10년을 이어오는 재택과 스마트워크 환경은 모바일과 올웨이즈 커넥트 시대에 좀 더 강력해지긴 했다만, 뭐 그 기조와 사용 방법은 비슷합니다.

그리고, 복직 전부터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재택근무와 스마트워크는 사람과 조직 모두 준비가 된 상태에서 하지 않으면 절대 혼자서 육아와 병행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그나마 집에서 아이 볼 사람이 한 명 더 있으면 꽤 부담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아무리 재택근무라 해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엮여서 돌다 보면 그냥 앉아있는 사무실 위치가 집일 뿐이지 시간을 빼기 힘들어집니다. 어느 회사의 뉴스에 일과 과정의 양립이라고 월 2회 재택근무를 지원한다는 말이 있던데, 월 2회 유급 육아휴가를 지급하는 게 아니면 말도 꺼내지 말라고 해 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덤으로 재택근무 형태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도 싸워야 하니 더 힘들 수 있겠습니다.


1. 다니는 회사는 10년이 넘어가지만 여전히 5인이 아슬아슬하고,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하지만 거점 중심의 외근이 많아서 실질적으로 거점 중심의 스케줄이 출근이 됩니다. 그리고 외부 스케줄이 없으면 그냥 자기 편한데서 일을 보는데, 다들 모일 사무실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재택근무, 스마트워크가 됩니다. 극단적으로는 노트북 한 대와 전화기 한 대, 콘센트 하나와 커피 한 잔 정도면 어디서나 일을 볼 수 있고, 그래서 전 올해까지 벌써 수 년째 스타벅스의 골드 멤버십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년에 커피 30잔 정도...는 뭐 1월에 다 채울 정도죠. 텀블러 들고 다니면서 오늘의 커피 숏사이즈 한잔에 적당히 일 마무리하고 해가 넘어가기 전에 집에 오는 일상을 살다 보면 스타벅스 가성비 괜찮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현재의 근무 형태는 프리랜서와 직장인 사이의 어딘가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주로 다니는 곳은 서울이고, 전 경기도권에 있다 보니 한번 나갔다 오는 데 드는 시간이 꽤 있습니다. 최근 나온 조사 결과로는, 서울 근처에서의 평균 출퇴근 시간이 왕복 한시간 반 정도라고 들었는데, 전 편도만 한시간 반입니다. 차를 가져 나가면 조금 더 줄일 수 있지만, 차 막히면 답이 안나오죠. 차 가져 나가면 긴 거리의 지하철을 서서 타고 오는 것이나 길게 늘어선 버스 줄을 피할 수 있지만 돈이 좀 더 드는 것도 있고 말이죠. 그리고 서울을 벗어난 지도 벌써 6년이 되어 가는 상황에서, 이 시간을 잘 계산하지 않으면 예정했던 시간에 일을 끝내기가 참 힘들어집니다.


2. 나름 고무줄 스케줄이 가능한 직장인의 장점이라면 역시 외부 일정 끝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경우 '두시간 가서 한시간 보고 두시간 온다'의 낭비가 생기고, 예전에는 이게 억울해서 두시간 가면 한시간 보고 커피숍 들어가서 숨돌리면서 이것저것 일좀 보고 오면 '두시간 가서 네시간 보고 두시간 온다'로 그나마 덜 억울해지긴 합니다. 이렇게 하면 집에 올 때 들고 오는 남은 일이 별로 없어서, 좀 더 가벼운 기분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 됩니다. 그리고 아이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렇게 해도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뭐 그래도 러시아워가 본격 시작되기 전에 집으로 출발해서 저녁시간 대에는 될 수 있으면 집에 있긴 했지만 말이죠.

하지만, 복직 후에는 이렇게 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밖에 나가서 여느 때처럼 어느 정도 일을 마무리하고 올 시간동안 아내가 집에서 혼자 아이를 보면서 느끼는 부담감은 상상 이상입니다. 덕분에 될 수 있으면 외부 일정은 짧게 마무리하고, 남은 일은 집에 와서 처리하는 식으로 스케줄을 짜고 있는데, 덕분에 '두시간 가서 한시간 보고 두시간 온다'로, 한 시간 일 보는데 다섯 시간이 녹아내리고 수습은 하나도 안되는 마법이 펼쳐지지만 뭐 어쩔 수 없습니다. 덤으로 집에 와도 그날그날의 일을 수습해야 하니 아이 돌볼 시간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는 둘 다 놓치는게 보통이고, 전 보통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집에 와서도 컴퓨터 앞에 묶여서 일을 보면서 잠깐잠깐 힘쓰는 일이나 시간 짧게 걸리는 일만 봐주고 있어도 아내 입장에서는 실제 도움이 되는지의 여부 이전에 마음이 훨씬 편하다고 합니다. 뭐 그거야 아내가 혼자 외출하면 저 혼자 아이 돌보면서 집 지킬 때도 느끼는 부분이니까요. 그리고 집에 와서 컴퓨터 앞에 앉을 때쯤, 아이가 낮잠을 두어시간쯤 자 주면 그만큼 고마울 데도 잘 없습니다. 정말 그 시간에는 숨돌릴 시간도 없이 최대한 집중해서 남은 일을 밀어내야 합니다. 덕분에 요즘은 비슷한 양의 일을 해도, 들어가는 시간은 조금은 줄어든 느낌이 들긴 합니다.


3. 보통 생각하기에 재택근무의 장점이라면 '시간을 조금은 유연하게 쓸 수 있다'가 되겠고, 이 덕분에 한달 몇 번 재택근무를 가진 회사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시킬 수 있는 좋은 제도' 라고 선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뭐 언뜻 생각하면 당장 출퇴근 전쟁을 피할 수 있고, 왠지 낮에 여유롭게 은행일 관공서일 보고 노트북들고 커피숍 가서 햇빛 받고 커피향 맡으면서 서류좀 보고 멍때릴 수 있겠구나 좋겠구나...싶은데, 보통은 대부분의 경우 이렇게 안됩니다. 오히려 일은 일대로 하면서 트집만 잡히는 경우가 많으니, 회사 분위기 살펴 가면서 굳이 긁어 부스럼 될 거 같으면 선택하지 않는 편이 여러 모로 낫습니다.

재택근무가 유리한 조직의 특성이라면, 개개인이 맡고 있는 일이 다들 다르고, 진행과 완료까지 일정 기간 이상을 개인 단위에서 진행하는, 다소 느슨한 연결 형태의 워크플로우를 가진 조직이 유리합니다. 시 단위로 메일이 오가고 결과물이 오고 갈 정도로 업무 환경에서 긴밀하게 엮여 있는 경우에는 재택근무 해 봐야 더 번거롭게 되었다고 불평만 늘어날 뿐이라는 겁니다. 어디 영화처럼 휴양지에서 노트북 펴고 여유롭게 일하는 스마트워크는 막상 하는 입장에서는 그리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쉴 때는 쉬는데 집중하는 게 최고죠.

적어도 뭔가 업무가 오면 하루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어야 그 사이에서 시간을 이리 빼고 저리 빼고 해서 이것저것 해 볼텐데, 메일 보내고 '당일 몇시까지 해 주세요' 했는데 당장 시계를 보면 지금부터 해도 빠듯할 때...이런 조직이면 재택의 의미가 없고, 괜히 출근 안했다고 욕만 먹으니 지금 당장 사무실로 뛰어가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회사가 이런 상황일 것이고, 재택을 해도 딱히 득이 없이 가정과 직장 양 쪽에서 트집만 잡히게 될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프로젝트 단위로 마감 잡고 가져오는 프리랜서같은 직장이라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사실 재택근무를 위한 모든 외부 조건을 다 갖췄더라도, 결국 이를 완성하는 건 직접 하는 사람의 자기관리입니다. 혼자 집에 있다고 늦잠자고 마냥 나가서 놀다가 집에 들어와서 예정된 스케줄 박살내고 이러면 안하느니 못하게 되는 것이죠. 철저한 자기 스케줄 관리와 일정 플래닝 역량, 그리고 충분한 신뢰도가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을 만드는 데는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뭐 몇번 사고 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되기도 합니다만 말이죠.

4. 그리고 막상 복직 후에, 나름 재택근무와 스마트워크에 익숙해지고 생각 많이 했다고 생각한 저조차도 이런 함정을 피하기는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주단위 월단위로 진행되는 일들이야 뭐 일정조절 잘 하고 주말을 희생시키고 잠을 줄여서라도 어떻게든 맞춰볼 수 있지만, 일 단위로 나오는, 특정 시간대에 끝내야 할 일들은 현실적으로 처리하는 시간을 옮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기가 이런 사정을 봐줄 리 없고, 이거 처리해야 하는 시간에 낮잠을 안자고 있으면 집에서는 아내는 '집에 있는데 애도 제대로 안보고...'라 하고, 회사는 '업무시간 업무 진행이 불량합니다 분발해주세요' 라 하면 정말 스트레스가 뿜뿜 올라옵니다. 양쪽 어디서도 제 변명같은 건 들어줄 리 없는데, 그렇다고 아예 한 쪽을 클리어하기 위해 밖에서 다 하고 들어오면 집안의 평화가 위험합니다. 역시 워크로드 특성에 따른 조절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보통 직장인이 이런 걸 직접 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가 힘들죠.

게다가 출퇴근 거리가 멀면, 일찍 집에 들어가려고 쓰는 시간이 업무시간 중간이 됩니다. 집에 가자마자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최대한 따라잡아도 결국 목표 퇴근시간 7시가 아닌 출퇴근 시간만큼 밀리는 9시 종료가 되는 것이죠. 몸은 집에 있으나 정신은 랜선 전파를 타고 저 클라우드에 올라가 있는 묘한 상황입니다. 그러면서도 종종 밖에서 들리는 집안일 요청에 잠깐잠깐 응하지 못하면 집안의 평화는 다시금 위협받습니다.

자리를 비우면 흐름이 끊기고, 잠깐 나갔다 다시 와서 흐름 잇는 시간 낭비는 랜선 퇴근을 더 늦어지게 하는데, 밖에서는 몇 초만 늦게 나가도 왜 도와달라 하는데 빨리 안나오냐고 막 짜증내고 그런거 듣고 있으면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고 놀고 싶습니다....아니면 그냥 밖에서 다 하고 들어오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이렇게 하면 몇 시에 들어올 수 있을까 계산해보니 밤 10시 이전엔 힘들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정말 정교한 스케줄 관리가 없으면 둘 다 망합니다. 그리고 이걸 실제로 하면 정말 독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죠. 실제로 아내가 저 일하는 거 보고, 몇년째 집에서 일하는 거 보고 있는데 무리수 던지는 거 같은 일정까지 스멀스멀 다 맞춰가는 거 보면 대단하다고 하긴 합니다...


5. 재택근무에서 싸우고 협상해야 할 것은 사실 시간만이 아닙니다. 주위의 편견과도 싸우고 협상해야 하죠. 집에 있으면 일도 안하고 마냥 시간이 남아서 노는 줄 아는 회사와 가족 등 주위 사람들도 재택근무를 선택한 사람들을 힘들게 합니다. 앞서서 소개한 애로사항 말고도, 벌써 수 년째 듣고 있지만 고칠 의욕도 사라지는 것이, 저희 부모님의 인식입니다.

부모님께서 전화했을 때 제가 집이라 하면 부모님께서는 제가 일 다 끝나고 노는 줄 아십니다만, 사실 전 밖에 있을 때가 더 여유롭고, 집에 있을 때가 훨씬 더 바쁩니다. 필드 워크는 거들 뿐이고, 본격적인 페이퍼워크 데스크워크는 집에서 시작하기 때문이죠. '맨날 집에 있으면서 니가 뭐가 힘드냐' 는 말 10년 들으면 그냥 포기하게 됩니다. 사실 가정을 버리고 사무실 출근하자 하면 몸이 더 편해질까 싶은 고민도 들긴 합니다.

뭐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는 비슷한 인식이 약간은 있습니다만, 회사야 다들 비슷하게 구르는 입장에서 나름 워크로드에서는 협상을 하고는 합니다. 그래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붙여야 하는 특정 업무에서 자유롭기는 힘들고, 조직 인원이 적다 보니 빈자리 커버까지 들어가면 그냥 줄줄이 밀리는 겁니다. 어떻게든 생길 수 있는 변수는 최대한 줄이고 가는 게 좋습니다. 덕분에 분명 세간의 인식으로는 시간이 자유로운 재택이라지만, 막상 이것저것 따지면 분기에 한두번 친구들과 술자리 나가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6. 종종 아내는 하루종일 아이 보고 있으면 힘들고 갑갑하고 정신적으로 몰리는 느낌이고 내 인생 이래도 되는가 싶어서 자유시간이 필요하다고, 제가 집에 오면 커피숍 같은데로 나가서 숨돌리고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집에 막 들어와서 이제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할 상황에서 이런 말 들으면 이해는 가고 챙겨주고 싶기도 합니다만 막상 '나는?' 하는 본전 생각 나기도 합니다. 나도 하루종일 회사일하고 집에서 아이하고 부둥부둥하다가 지쳐 잠들면 내 인생 이래도 되나 아무것도 남기는 게 없는 거 같다...는 생각이 안 들수도 없단 말이죠. 지금까지 너무 성실하게 살았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잠깐 드는 건 덤입니다.

사실 그렇게 아내가 외출하고, 아이 보는 게 딱히 몸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지켜보는 것만이고, 그 시간에 하는 업무 자체가 그냥 반 기계적인 작업이라고 해도 주의력이 분산되면 양쪽 모두 반푼어치의 상황이 되고 더 시간이 많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 와중에 스트레스 올라가는 건 덤이고, 종종 보너스로 돌발 상황 생겨서 처리하다 보면 한쪽이 비고, 이것저것 말이 나오게 되면 자괴감도 들죠.

사실 아이가 나오기 전에도, 아내는 제가 집에서 게임하는 것에 그리 반감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불쌍하게 봤죠. 그 때도 기껏 쥐어짜내봐야 PC게임이나 콘솔 게임은 1~2주에 한시간 정도씩 하는 게 고작이고, 핸드폰 게임은 음...그냥 출퇴근 버스 안이나 잠자기 전에 잠깐씩만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음...연말에 사둔 PC용 레이싱 게임은 마지막 실행일이 2017년 12월 20일이고, 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두 개는 출석체크 챙기는 것조차 일주일에 두번이면 많습니다. 블로그와 포스트도 간신히 짜내야 아이가 자고 있는 일요일 아침에 할 수 있습니다. 이 포스트가 일요일마다 올라오는 주간연재식이 된 이유이기도 하죠.

확실히 게이머에게 출산은 무덤이자 은퇴선언입니다. 최근 아는 아재가 이에 대한 반론을 써놓은 거 같긴 한데, 제 입장에서 결혼과 출산은 게이머 은퇴식이었습니다. 뭐 몇 년 뒤에는 은퇴번복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말입니다.


7. 그리고 아이는 참 이쁘고 하지만, 그렇게 왜 결혼하고 아이 안 낳느냐고 닥달하고 괴롭히고 하던 부모님은 지금도 생각하면 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식 볼 생각 별로 없던 아들 인생의 한 챕터를 싹둑 잘라 생고생의 아궁이에 던져 넣고 싶으셨는지, 이렇게 될 거 눈에 훤히 보이던 아들의 의견따위 무시하시고 그렇게 괴롭히시더니, 이제는 '애는 애엄마가 보는거지 니가 무슨 고생이냐 엄살떨지 마라'로 일관하시면서 요즘 많이 한다는 애 돌보기도 양가 모두 공히 손도 안대고 계시니 참으로 착잡합니다.

이러니 출산률 올라갈 리가 있나...지금 1.1대 초저출산이라 하는데 0.8 이하로 내려가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도 과로로 한번쯤 몇달 드러누워야 될런지...둘째 얘기 나올때마다 한숨만 나옵니다.

요즘 화제인 '일과 가정의 밸런스', 흔히 말하는 '워라밸'의 종결은 재택근무가 아니라 적당한 워크로드 조절과 칼같은 정시퇴근의 일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도 혼자 해서는 안되는 것이, 같이 일하는 다른 사람이나 회사들도 정시퇴근과 배려가 안되어 있으면 자기 퇴근하기 5분전에 메일 던지고 '내일 아침까지 주세요' 하면서 모두의 워라벨을 박살내거든요. 요즘 근무시간 제한 이런거 해서 PC 강제 셧다운 이런거 있던데, 업무 전반의 모든 플레이어가 참여하지 않으면 다들 고생만 늘어날 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길게 썼지만, 어린 아이가 있는 아버지들은 꼭 최대한 빨리 집에 들어가시는 게 좋습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말이죠.


8. 여담으로, 저희 회사는 워낙 규모가 작다 보니, 육아휴직 쓸 때도 4대보험 관련 서류 작업을 어느 정도는 직접 조사했고 사장님이 직접 물어물어 가며 처리했는데, 복직할 때도 관련 서류작업을 직접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럴 때마다 느끼는 건데, 관공서는 국민 편이 아닌 거 같습니다. 

육아휴직 때 납부가 정지되는 항목은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중 국민연금은 육아휴직 때 휴직 날짜를 정확히 전산 처리해서, 그 날 복직한 것으로 자동 처리되어 별다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의료보험은 복직 날짜는 체크하고 있지만 복직 처리는 안해서, 복직 신고는 직접방문, 우편 팩스 등이고 다른데 정보 공유해서 자동으로 넘어가는 건 없는 거 같고, 확인은 직접 팩스 번호를 가지고 홈페이지에서 잘 들어갔나 확인해야 합니다. 우편으로 신청서는 보내주는지 확실치 않은데 이번에 저희 쪽으로는 오지 않았음에도, 날짜는 잘 세고 있다가 30일 넘으면 '한달 넘었는데 신고 안들어왔으니 너 과태료!' 라고 연락을 주십니다. 심지어 통보는 우편....그리고 저희 회사도 그렇게 당했습니다. 이거 신청서 안왔다고 예외사유가 되는 건 아닌거 같습니다.

뭐 큰 회사라면 큰 걱정할 일 없겠으나, 개인사업장 레벨의 작은 회사들에서 관련 처리하신다면 직원 복직한 뒤에 의료보험쪽에 확인서 꼭 팩스로 바로 보내시고, 확인 철저히 귀찮게 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저희같이 이렇게 황당하게 벌금 맞는 일 피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이렇게 노리고 있는 것도 좋은 수익원이라고 보고 있는 거 같은데, 아는 만큼 덜 뜯기고 살 수 있는데 이 알아야 될 게 너무 많아지니 인생이 피곤하군요. 역시 일을 덜 벌리고 소소하게 미니멀라이즈의 자세로 사는 것이 요즘 세상의 미덕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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