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굉장히 허들이 높은 윈도우 11 입구컷 by 파란오이


간밤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드디어 소문의 윈도우 차기버전, 윈도우 11을 공식화했습니다. 큰 변화가 예상되던 21H2가 이것으로 가는 것인지, 혹은 아예 10과 11이 투트랙으로 가는 것인지는 아직도 확실치 않아 보입니다만...일단 10은 2025년 지원 종료가 예고되었습니다. 사실 아직 많이 남았죠. 그리고 11은 10에서 프리 업그레이드...정도가 아니라 10과 라이선스를 공유하는 수준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기존 10의 업데이트가 어찌 될지는 아직 애매합니다만, 의외로 안정 버전으로의 가치가 더 높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11에서 지원한다는 기능은 꽤나 매력적인 게 많습니다. DX12 얼티밋이나 OS 수준에서 ARM 에뮬레이터가 통합된 안드로이드 앱 실행 엔진 제공 등은 꽤나 흥미롭게 들렸습니다. 물론 현실은 그냥 안드로이드 앱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돌리면 됩니다만 말이죠. 그리고 리눅스 커널도 통합해서, 아예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갖춘 리눅스용 앱을 윈도우에서 돌릴 수 있게 하는 것도 차기 윈도우 버전에서 예고되어 있었죠. 말 그대로 최강의 통합 플랫폼으로의 길을 가는 것 같은 윈도우입니다.

그런데 음...일단 설치 사양부터 참 만만치 않네요. 사실 요구사항중에 제일 까다로운 것은 UEFI, 풀 시큐어 부트, 그리고 TPM 2.0의 조합 조건인 것 같습니다. 이 중 UEFI와 시큐어부트가 제대로 들어간 것은 대략 4세대 코어 프로세서, TPM 2.0의 경우에는 별도 모듈은 4세대 수준에서도 있긴 했지만 플랫폼 펌웨어 수준에서 대응이 가능한 것은 인텔 6세대 코어 프로세서, 혹은 AMD 라이젠 이후부터로 봅니다. 그마저도 초대 라이젠과 쓰레드리퍼 모델들은 fTPM 지원 빠져서 입구컷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음...제 경우에도 조금 문제가 까다로워졌습니다. 현재 사용중인 시스템 중 윈도우 11이 바로 업그레이드 가능한 시스템은 단 한대군요. 일단 1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낡은 에이서 노트북은 UEFI 지원 못해서 탈락, 그리고 4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쓰는 기가바이트 브릭스, HP Envy14는 UEFI와 시큐어 부트를 통과했지만 TPM, 그래픽의 DX12 지원 문제(?)로 탈락, 그리고 i7-6950X/기가바이트 X99 UD7-Wifi 시스템도 TPM 지원에서 걸려서 공식적으로는 입구컷 당했습니다...




이건 6세대 코어 i5-6200U를 쓰는 레노버 씽크패드 E460입니다. 입구컷이군요. 일단 조건은 다 채웠습니다. UEFI고 시큐어부트 설정도 잘 되어 있습니다. TPM도 인텔 PTT를 사용해 TPM 2.0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일단 입구컷이군요. 들리는 풍문에는 CPU 세대도 가린다고 해서, 6세대 수준에서는 줄줄이 컷이라는 소식도 들렸습니다. 

그런데 스크린샷을 잘 보면 조금 수상한 게 하나 보이는데, TPM의 Attestation이 Not supported로 뜹니다. 뭔가 불완전한 TPM인데, 이게 입구컷의 이유인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이게 문제라면 해결책은 레노버의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기다려야 되는데, 연식을 생각하면 그냥 나중에 새로 장만할 때까지 신경 끄고 사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싶습니다.

6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또 다른 시스템은 자작 스토리지로 쓰던 펜티엄 G4400/ASUS B150M-A 시스템입니다. B150의 경우 이 TPM 2.0을 제공하는 PTT 지원이 칩셋에는 포함되어 있지만, 메인보드 어디서도 옵션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하드웨어 모듈 장착 이외에는 TPM을 활성화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실패...

집에서 사용하는 시스템 중 유일하게 이 윈도우 11 고시를 통과한 i9-7900X/ASUS TUF X299 mk2 시스템입니다. 메인보드 바이오스에서 PTT를 켜고 무난하게 통과했습니다. 시큐리티 프로세서 상태에서도 attestation, storage 모두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별 문제 없었나...싶기도 합니다.

MS가 발표한 프로세서 호환성 리스트는 절대적이지 않은 듯 합니다. 당장 이 i9-7900X도 리스트에는 빠져 있지만 입구컷은 피했거든요. 그리고 아주 최신 프로세서 같은 경우에도 빠져 있는 경우가 있는 듯 합니다. 결국은 프로세서 세대로 컷한다기보다는 TPM 펌웨어 측면이 제일 큰 허들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인텔의 경우 PTT, AMD의 경우 fTPM 관련으로 이걸 통과할 수 있는데, 제 경우처럼 인텔 6, 7세대나 AMD 라이젠 초기모델 세대 시절의 메인보드들에서는 아예 활성화 자체가 문제가 되거나, 기능이 완전하지 않은 등의 함정카드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게 안정화되는 시기가 대략 8세대 코어 프로세서 쯤 되긴 하겠네요. 물론 라이젠의 경우 A320 급 메인보드에서 문제의 여지가 있기도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음...현재 단계에서는 이 TPM 체크를 무력화하는 다양한 방법이 등장했습니다. 그냥 윈도우 10의 install.wim을 차용하거나, 특정 파일을 윈도우 10 배포판의 것으로 대체해버리면 별 문제 없이 된다더군요. 설마하니 이 입구컷은 정말 인스톨러에만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물론 나중에 가면 안에서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는 지금 단계에서는 아무도 모르죠...

윈도우 11이 나오면서 대대적으로 레거시가 숙청되는 분위기인데, 뭐 제 기분이야 좀 씁쓸하지만 최신 PC를 위한 최신 운영체제로 레거시의 정리는 여러 모로 장점이 있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지원 경우의 수를 줄일 수 있으니 좀 더 최적화도 편해지고, 최신 시스템들의 기능들을 OS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도 유리하겠다 싶습니다. 특히 그래픽 드라이버 지원을 DX 12, WDDM 2.0 이상으로 못박아버려서, 아주 오래된 세대의 카드들과 낡은 드라이버까지 다 포용할 필요가 줄어들었죠. 지금도 윈도우 10의 드라이버 지원은 지나치게 후하지 않나 싶을 정도였는데, 이번에 한번 정리의 시기가 오는가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맞아 다 업그레이드를 할 것이냐...지금 당장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2025년까지 아직 시간도 남았으니까요. 기간한정 업그레이드라는 말도 없으니 그냥 잘 쓰다가 편안히 새 컴퓨터 마련하면서 넘어가도 충분하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뭐 앞으로는 컴퓨터 여러 대 있는 것도 좀 줄이면 좋겠는데 그게 마음대로 될지는 잘 모르겠고...그리고 클라이언트 쪽은 윈도우를 남기더라도, 다른 쪽으로는 리눅스를 좀 더 적극적으로 써볼까 싶기도 합니다. 리눅스라고 언제까지고 레거시를 보장해주는 건 아닌 거 같지만 말이죠.


덧글

  • KittyHawk 2021/06/26 11:02 # 답글

    저 요구 사양을 보면 하이 유저와 로우 유저를 나눠서 가려는 의도도 있지 않을까 싶어지네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윈10은 로우 유저용으로 유지한다던지 등의 결정을 하지 않을까 싶어져요.
  • 파란오이 2021/06/27 11:19 #

    모바일부터 시작해서 지속적으로 시스템 변조를 막으려는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데 그 일환인가 싶기도 합니다. 일단은 최근 몇년간의 플랫폼들은 다 대응되고 있는 상태니, PC도 변화의 때를 맞은 거라 보고 있습니다...

    저도 뭐...10년 가까이 된 물건들은 이제 다 보낼 준비를 해야죠...
  • aa 2021/06/26 12:01 # 삭제 답글

    2013년에 조립한 제 i5 데탑도 컷 통과하는 거 보면 글쎄요 입구컷이 높다고 하는건 좀 무리 아닌가 싶은데요.
  • 파란오이 2021/06/27 11:21 #

    오...2013년에 조립한 데톱이 컷 통과했다니 CPU+메인보드 조합좀 공유 부탁드립니다. 저나 제 주위 경우에는 2017년 이전 물건들이 전부 컷당하고 있어서...

    여담으로, 여기저기서 윈도우 11 호환성 체크 툴이 요상하게 동작해서, 되어야 하는 PC를 안된다 하고, 안되어야 할 PC를 된다고 해서, 막상 설치가능 여부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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