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n번째 AMD발 뒤통수 by 파란오이


며칠 전 인텔의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엠바고가 드디어 풀렸습니다. 몇몇 리뷰와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들의 의견을 종합해본 결과로는, 의외로 결과가 잘 뽑혀나왔다는 평가입니다. 솔직히 제 예상에는, 9세대 코어 i9보다 코어 수와 동작속도를 더 땡겨올리면 걷잡을 수 없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기본 동작 조건이 나쁘지도 않으면서 지난 세대보다 괜찮은 모습이었습니다.

뭐 그건 그렇고, 제가 아직도 쓰고 있는 이 씽크패드 E460 노트북...라데온 R7 M360 dGPU가 하이브리드 형태로 장착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GPU는 처음 구입때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는 녀석 주제에 꾸준히 트러블메이커로 사용자를 지겹지 않게 해 주고 있는데...이번에도 간만에 하나 터뜨려 주셨습니다. 이번엔 문제 파악과 해결까지의 결과가 꽤 인내심이 필요했습니다.



1. 아무래도 들고 다니면서 뭔가 일을 보는 노트북이고, 메인 데스크톱이 트러블이 나면 급할 때는 백업 시스템이기도 한 만큼, 이 시스템에서는 될 수 있으면 검증된 드라이버를 사용하고자 다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얼마전 인텔 iGPU의 신형 DCH 드라이버는 OEM 커스터마이즈 영역을 건드리지 않고 레퍼런스 드라이버를 씌울 수 있도록 업데이트되었다지만, 전 레노버가 공식 제공하는 버전의 드라이버만 쓰고 있습니다. 이건 예전 구입 초반에 HP Envy 14 쓸 때의 습관대로 레퍼런스 드라이버 깔았다가 하이브리드 그래픽 전환이나 절전모드 복귀 불가 등의 트러블을 겪고 나서 그런 것입니다. 그리고 비즈니스 라인의 씽크패드는 꽤 오래된 모델들의 드라이버라도 중요한 보안 이슈가 생기면 새로 올려주더군요. 현재의 드라이버 버전은 7812인데, 현재 최신 드라이버가 8100대인걸 보면, 꽤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그런데 음...그럼에도 이 라데온 R7 M360의 드라이버는 도저히 제조사 제공 드라이버를 쓸 수가 없습니다. 초기 버전은 레알 포토샵 하드웨어 가속하면 성능을 반으로 줄이는 감속기였고, 이후에 16.12 기반 드라이버는 꽤 괜찮았지만 이제 좀 많이 구형이고...현재는 17.7 기반인데 이건 컨트롤패널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업데이트가 안되고 있죠...뭐 그래서 제조사의 비교적 최신 레퍼런스 중 WHQL 받은 추천 버전을 사용하는데, 2019 버전대는 꽤 깔끔했습니다.


2. 2020년도 되었고 윈도우 10의 20H1 대비도 할 겸 해서, 라데온 소프트웨어의 2020버전 추천 버전인 20.2.2로 업데이트해보기로 했습니다. 설치하고 나니, 기능은 정말 화려하더군요. 컨트롤 패널도 큼직큼직하고 빨리 뜨는데, 여기서 솔직히 쓸 만한 기능은 정말 몇 개 없었습니다. 빛좋은 개살구죠. 

그래도 일단은 그럴듯하게 나오길래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쓰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배터리 소비량이 좀 신경이 쓰이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지금 달려 있는 배터리가 호환 배터리라지만, 그래도 별 작업도 없는데 배터리 빠지는 게 너무 큰 느낌입니다. 어느 날은 배터리 모드에서 외장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를 물리고 작업하는데, 헤비한 작업도 아닌데 시간당 30~40%가 빠지는 겁니다...

슬슬 노트북이 죽여달라고 그러나...싶어서 이왕 이렇게 된거 새 노트북을 살까 싶었는데, 코로나 시국이 터졌죠. 이 노트북은 분명 업무용인데, 업무를 보러 밖에 나갈 일이 없어졌습니다(?!). 요즘 덕분에 회사 사정도 좋다고는 못하겠고, 연초에는 저도 슬슬 피치 올릴 시기에 아무 것도 없으니 맥이 탁 풀려 버렸습니다. 그래서 마음은 '지금 당장 새 노트북!' 하는데 이성은 '내년에!' 이러고 있었습니다만...지금 생각하면 잘 참은게 여러 모로 정말 좋은 한 수였던 것 같습니다.


3. 자...배터리가 왜 이리 잘 빠지는지를 확인하려면, 역시 소비전력 센서에서 얼마나 빠지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센서에서는 얼마 안 빠지는데 배터리 인디케이터가 쑥쑥 빠지면 배터리 성능이 문제입니다. 예를 들면, 배터리 게이지가 갑자기 훅 떨어져서 워프한다던가 하는 증상이 나오죠. 

일단 배터리 게이지를 지켜보고 있으면, 워프는 안합니다. 그런데 정말 훅훅 빠지고 있습니다...그래서 소비전력을 보니, 아무것도 안해도 8W 이상이 빠지고 있네요. 원래 샌디 시절은 로드 없으면 7~8W, 하스웰 시절에는 로드가 거의 없으면 5~6W, 그리고 스카이레이크에 이르면 로드 없으면 3~4W 대까지 내려가고, 요즘 것들은 3W 언더로 내려가는 듯 합니다. 그런데 왠 8~9W가 찍히고 있으니, 뭔가 숨어 있다는 결론입니다.

처음에는 음...뭔가 채굴이나 이런 멀웨어가 숨어서 돌아가나 싶었는데, 나름 또 cpu쪽의 모니터링 결과는 조용합니다. 물론 모니터링이 조용하다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 다들 잘 숨기는 기법을 쓰니까요. 그래도 일단은 잡히는 게 없고, 윈도우를 20H1 나올때쯤 되면 알아서 밀리게 둘까...싶었는데, HWINFO 센서에 뭔가 수상한 게 잡힙니다.


4. 자...보통 하이브리드 그래픽은 앱이 GPU를 호출하지 않으면 평소에는 꺼져 있고, 특히 전 배터리 모드에서는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만을 우선 사용하도록 설정해 두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라데온 GPU쪽은 꺼져 있어야 합니다만....어 저게 켜져 있습니다. 위에 스크린샷은 문제 해결 이후에 찍어서, 사용하지 않는 경우 저렇게 비활성화 혹은 아예 항목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만, 제대로 꺼지지 않은 경우에는 전력 소비량 같은 것이 모니터링이 됩니다. 

그래서 저게 얼마나 먹냐 하면...쓰는 앱이 없어서 GPU나 VRAM 사용량이 0임에도 외부에서의 파워 드로우는 대략 6~6.5W. 여기에 다른 플랫폼의 파워 드로우를 합치면 10W...지금 배터리 상태로는 정말 아무것도 안해도 4시간 가량...아 이제 뭔가 맞아들어 갑니다. 결국 지금 드라이버가 GPU를 꺼 주지 않아서, 지속적으로 파워 드로우를 만드는 거였나 봅니다.

문제를 알았으니 해결을 해야죠. 드라이버를 예전에 쓰던 19.9.2 정도로 롤백합니다. AMD 홈페이지에서는 최신버전만 추천해서, 머릿속의 기억으로 구글링해서 AMD 공홈에서(...) 다시 드라이버를 받아서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노트북의 배터리 사용량도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5. 지금 저야 인텔 CPU에 잘 쓰지도 않는 구형 라데온 GPU 하나만 가지고도 이렇게 애로사항이 꽃피는데...요즘 인기있는 라이젠 APU들도 좀 걱정되네요. 드라이버 업뎃하면서 새로운 트러블들에 치이다 보면 음...작업하는 시스템의 신뢰성을 믿을 수가 없겠죠. 쓰는 시스템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큽니다.

그리고 전 다음 노트북은 무조건 프로세서 내장 GPU 하나만 있는 물건을 사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이 하이브리드 외장 그래픽의 활용도 자체도 떨어지고, 드라이버 트러블도 꽤 귀찮고 하니까요. 물론 하이브리드 외장 그래픽을 산다 해도 일단 AMD는 빼도록 하겠습니다. 예전 애플 맥북처럼 절 몇 년간 고생시켰으면 이제 충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요즘 AMD 드라이버 좋아졌다 이런 소리 있던데, 요즘 또 최신 GPU들에서 지옥의 트러블슈팅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매년 판갈이 할때마다 구형에서도 이런 트러블들이 터지면 음...역시 잘 돌아가는 기계는 건드리지 않는게 최선인가 싶습니다. 성장형 이딴거 기대할 게 아닌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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