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6 - 다운사이징의 딜레마 by 파란오이


솔직히 지난 몇 년간 제 작업 환경은 정말 쓸데없이 자원이 넘쳐 흘렀었습니다. 지금도 장착된 하드의 20%도 사용하고 있지 않고, 스토리지 서버도 텅텅 빈 하드를 주렁주렁 달아 전기를 낭비하다가 최근 두 개까지 줄여서 용량 자체는 줄었지만 워낙 사용량이 적은지라 티도 나지 않고 여전히 용량은 충분히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2017년 11월 이후 정말 현실적으로 현타를 쎄게 맞았습니다. 이런 낭비가 흐르는 환경의 지속가능성 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죠. 지금까지는 개인 환경과 업무 환경이 거의 일체화되어 있었고, 디바이스 간의 작업 흐름이 원활하게 이어지도록 툴셋의 연계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는 이를 단절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정말 현타를 쎄게 맞았거든요. 지금 하는 일에 대한 회의감이 느껴질 정도로....

그리고 1년이 흐르고, 물론 그때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현타는 쎄게 남아 있습니다. 물론 이게 회사의 잘못은 아닙니다만, 사람은 흔히 회사 밖의 평판에도 마음이 크게 흔들리고는 하죠. 특히 이게 회사 밖의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굴러가는 직업이라면 말이죠....




1. 지금의 데스크톱 환경은 음...i9-7900X/32GB/1060 6GB/24"FHD dual monitor/512GB NVMe+3TB HDD*2 뭐 이 정도의 구성입니다. 대략 HEDT는 i7-920 시절부터 3820, 6950X를 거쳐 여기까지 왔으니 9년쯤 낭비가 넘쳐 흘렀습니다. 이런 시스템으로 뭘 하느냐 하면...음...워드를 치고 약간의 사진 편집을 하고 웹 기반의 업무 시스템을 활용합니다. 그리고 예전에 혼자 살 때는 약간의(?) 게임과 덕질을 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나온 지금 상황에서 이런 약간의 추가 활용은 사치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집에서는 될 수 있으면 데스크톱으로 작업하는 게 편하고, 이 작업용 환경이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기가 오면 아마 다시 메인스트림 급으로 갈 것 같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어 i7을 고집했는데, 지금은 코어 i5 정도에서도 적당한 메모리와 스토리지, 적당한 그래픽카드와 듀얼모니터 정도 구성이면 충분히 즐겁게 살지 않겠나 싶습니다. 예전을 돌아보면 정말 보급형 시스템에서도 아쉬움을 적당히 참으면서도 잘 지냈었죠. 요즘 종종 콘로 펜티엄 듀얼코어로도 충분히 만족하던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사실 듀얼모니터도 싱글로 줄여볼까 했더니 이건 제 작업 습관이 워낙 늘어놓고 한 번에 보는 쪽으로 익숙해져서, 데스크톱의 마지막 잉여로움으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2. 현재 노트북 비슷한 건 네 대가 있습니다. 사진의 1세대 코어 i5-470UM을 쓰는 에이서 아스파이어 타임라인X, 4세대 코어 i5-4200U를 쓰는 HP Envy 14-K009TU, 그리고 회사지급으로 외부 업무용으로 쓰는 6세대 코어 i5-6200U를 쓰는 레노버 씽크패드 E460이죠. 그리고 잉여로운 8인치 윈도우 태블릿으로 델 베뉴 8 pro가 있습니다.

사실 지금 있는 노트북 모두 회사 지급 노트북들과 겹쳐서 지금까지 제대로 바깥세상을 보지 못한 녀석들입니다. 에이서 것은 이제 구입 8년을 넘어 9년을 향해 가는데, 2010년 10월 말 구입후 몇달 쓰다 보니 2011년 8월 회사 지급으로 2세대 코어 프로세서 기반의 맥북에어가 나와서 그걸 외부에서 주로 썼습니다. 그 맥북에어는 지금 배터리 사망 판정으로 회사 사무실에 대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HP Envy 14와 델 베뉴 8 pro가 겹치면서 서로 다들 사용 빈도 자체가 줄게 되었고, HP Envy 14를 제대로 써볼까...하던 차에 회사에서 씽크패드 E460이 나왔죠 허허....

물론 다들 잉여롭게 커스텀이 되어 있습니다. 에이서 것과 HP Envy 14는 메모리 8GB, SSD 240GB 구성이고, 회사 씽크패드도 약간의 자비를 들여 메모리 8GB, SSD 500GB 구성입니다. 최근 2년 정도는 씽크패드를 주력으로 들고 다니긴 했습니다만, 외부에서만 쓰기엔 조금 잉여롭다는 느낌도 들고 해서 완전히 업무용 시스템을 분리할까도 했는데 이것도 여의치 않은 느낌입니다.

최근 현타가 다시금 생각난 김에, 9세대 코어가 나온 상황에서 1세대 코어 기반의 노트북에 윈도우 7과 약 10년전의 툴셋들을 다시 소환해서 설치하고 세팅을 마치는 잉여 발산을 했습니다. 이 노트북의 배터리는 6셀 6000mAh 정도 되고, 잘 굴리면 6~7시간의 배터리 사용 시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이 노트북을 마지막으로 필드에서 굴려볼까도 싶긴 합니다. 사실 오래가지는 못할 겁니다. 윈도우 7은 2020년 지원종료 예정이지 않습니까. 이 노트북은 윈도우 10을 올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드라이버 지원도 그렇고 너무 오래되기도 했고 말이죠.

이러한 와중에 사용하는 머신의 댓수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관리의 귀찮음이나 데이터의 분산과 이동에 대한 귀찮음 이런 것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KT의 공유기 사용 제한 가이드라인의 윈도우 PC 2대...집에서 이걸 맞춰 낼 정도로 주위 환경을 간소화하는 것이 현재의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한데, 지금 상황에서는 사실 거의 불가능하지 않나 싶습니다.


3. 지금 서버 비슷한 건(?) 두 대가 있습니다. 6세대 코어 기반의 펜티엄 G4400/16GB/6TB HDD 구성의 윈도우 10 기반 파일서버와, 코어2듀오 시절의 펜티엄 E6700/4GB/3TB HDD 구성의 리눅스 기반 파일서버죠. 사실은 한 대면 충분할지언데, 거실의 윈도우 파일서버와 방안의 데스크톱이 무선으로 연결되어 속도가 아쉬운 상황에 쓰기 위해, 방 안에 리눅스 기반 파일서버를 하나 더 만들어 두었습니다만...음...오래된 녀석은 좀 많이 시끄럽습니다. 그래서 정말 밤새서 테라 단위의 대용량 옮길 때 캐시서버 정도로 씁니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건 최신 시스템 쪽에 대용량 HDD로 전부 교체하고, 용도별로 VM을 통해 나누는 모델인데 음...일단 추가 비용투자 자체가 영 내키지가 않습니다. 여차 하면 데스크톱의 HDD 한 개 정도를 떼서 스토리지 쪽으로 옮겨버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그리고 이 스토리지 서버의 존립 자체를 흔드는 것이 최근 구입을 결정한 오피스365 홈 서브스크립션입니다. 5명까지 가능한 홈 서브스크립션은 혼자서 모두 쓴다고 했을 때, 6개의 MS 계정으로 6TB의 onedrive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표계정 쪽으로 공유폴더 걸면 로그인 교체 없이도 그럭저럭 잘 사용할 수 있죠. 그리고 이게 키 패키지로 특가 구매시 56000원 정도니, 6TB 용량의 하드와 스토리지 서버의 운영과 손실 대비 비용을 따지면, 시스템 교체 시기까지 전체 비용에서 클라우드가 더 쌀 수도 있겠다 싶긴 합니다. 물론 이 데이터들을 직접 다 땡겨쓰는 데 제약이 있긴 합니다만...

덕분에 지금은 스토리지 서버의 일부 백업을 원드라이브로 하고, 일부는 데이터공유 허브로 사용하는 식으로 돌리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원드라이브 기능이 좀 더 올라오면 정말 스토리지 서버를 꺼도 되겠다 싶긴 합니다. 오피스가 덤인데, 이것도 최근 정책이 풀려서, 계정당 디바이스 다섯대의 동시 액티베이션이 가능합니다. 저처럼 PC 두대 정도만 쓰면 예전에는 홈이 추천되었지만, 지금은 퍼스널로도 세 대의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비용 대비 원드라이브 용량이 워낙 차이나니...요즘은 정말 친구들끼리 만원씩 모아서 오피스365 계 만들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4. 데이터 폭발의 시대라지만 현타가 쎄게 온 다음부터는 데이터 또한 다이어트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RAW만 고집하던 사진 촬영은 이제 업무용 스냅은 JPG를 쓰고, 연사로 찍은 사진의 중복제거도 그때그때 하고 말이죠. 그리고 사진 백업에서는 RAW의 경우에는 블루레이 백업 전까지는 용량이 충분한 원드라이브를 2차 백업용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 사진들의 인덱싱에는 구글 포토의 무제한 고품질 사진 백업을 사용합니다. 

구글 포토의 무제한 백업에서는 16MP와 고압축률로 저장하는데 장당 수십 MB의 사진이 수백 KB 정도로 줄어듭니다. 품질은 음..뭐 사실 인덱싱용이면 적당히 알아볼 만한 정도가 되면 날짜와 파일이름 정도를 확인해서 날짜별 정리된 상태의 원본 RAW를 찾는 데 수고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품질도 웹 클립 정도로 리사이즈하고 하는 데는 핸드폰 사진 이상의 품질은 유지되는 만큼, 만사 귀찮으면 그냥 구글 포토의 사진을 그대로 쓰기도 합니다. 이렇게 쓰다 보면 원본 저장에 대한 회의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데이터들도 몇 년 지나면 정말 아무도 찾지 않는 콜드 데이터가 되고,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위치로 옮겨야 되는데...이 시기를 결정하는 게 참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기의 문제를 근본부터 흔드는 것이 구글 포토의 무제한 백업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뭐 구글도 고압축률로 부담을 줄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이에 대한 수익을 뽑아내려 하겠지만, 적당한 수준의 주고받기 정도로 마음을 잡으면 뭐 괜찮지 않은가 싶은 생각도 합니다.


5. 일 때문에 PC를 만지는 상황이 좀 바뀌면 이런 잉여로운 상황을 확실히 정리할 수 있지 않겠나 싶긴 한데...지금의 회사와 작업 환경은 이런 부분을 생각하기에는 회사 규모도 작고 개인 재량도 크고 해서 당장 될 거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가뜩이나 좁은 집에 물건 많다고 아내에게 구박받는 상황을 타개하고, 집에서 제 흔적이란 작은 책상에 모니터와 키보드 하나 정도까지 줄지 않겠나 싶은데...아 이건 너무 슬프군요.

요즘 이런 정도로 현타가 참 크게 옵니다...예전에는 정말 데이터센터에 전용 회선까지 받아서 그 밑에 스토리지나 서비스 주렁주렁 달아놓고 쓰던 때도 있었는데...현타가 온 다음부터는 회사의 리소스에는 회사의 데이터 같은 것만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스스로 제발저리기 같지만, 요즘같은 세상에는 넘어갈 수 있는 선이라도 스스로 넘지 않게 조심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덧글

  • 나인테일 2018/12/27 17:31 # 답글

    아.... 회사 자원은 참... 회사랑 틀어지면 답이 없어지게되겠죠.
  • 파란오이 2018/12/31 22:40 #

    뭐 틀어질 일은 좀처럼 없겠지만,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자기 것처럼 여기다가는 언젠가 큰 댓가를 치르게 되겠죠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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