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관찰기 (6) - 건강한 삶의 첫걸음을 위한 병원의 추억 by 파란오이

신생아 시절 신세를 지던 병원을 떠나 집으로 오면 가장 당혹스러운 것이 '아이가 아플 때' 가 될 것 같습니다. 어른이 아플 때와는 사뭇 반응도 다르고, 주어진 시간도 별로 없다 보니 아이가 아프면 만사 제쳐두고 일단 병원으로 달려야 하는 것이죠. 아이가 있는 집은 어떻게든 언제든지 쓸 수 있는 경차 한대라도 있어야 한다...는게 제 지론인데, 이런 비상상황 겪지 않는 게 좋지만 겪고 나면 왠지 차에 들어가는 비용이 별로 아깝지 않게 됩니다. 게다가 경차는 사실 유지비가 준중형이라 해도 다른게 다 싸서, 큰 일 없으면 중형 한대 유지할 돈에 조금 더 쪼개면 충분히 티가 나지 않기도 합니다.

집에 와서, 출생신고와 함께 사회의 일원으로 첫 출발을 하게 되면, 이제 우리 아이는 주위의 좋은 먹잇감(?)이 됩니다. 지켜보는 눈이 많아진다는 거죠. 다녔던 병원 뿐 아니라, 보건소에서도 신생아는 특별관리 대상으로 꼭 시기에 맞춰 예방접종을 하라고 뭔가 자료와 지원 등 이것저것 챙겨 주기도 합니다. 무려 집에 찾아오는 서비스까지 있는 거 보면 요즘 저출산 기조가 심하긴 심한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더 낳을 생각은 육아를 관찰만 하는(?) 철없는 아빠의 입장에서도 절대 없지만 말이죠.





1. 티 없이 태어난(?) 새로운 생명에 있어 주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한 것들이 워낙 많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나오면서부터 예방접종 스케줄이 꽤 많이 잡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중 상당수가(대략 14종 정도 : https://nip.cdc.go.kr/irgd/introduce.do?MnLv1=1&MnLv2=4) 국가예방접종으로 잡혀 있어서, 별도의 비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물론 접종 시기에 따라 맞춰 가야 되긴 합니다만 개월 단위라 조금 넓게 보고 가면 되는 것 같습니다.

일단 병원에서 나오면서, 산부인과 밑에 있던 소아과에서 BCG와 간염 1차를 맞히고, 한 달 뒤에 간염 2차를 가는데, 이 때까지는 그래도 한 군데에서 맞히려고 집에서 좀 떨어진 병원까지 가긴 했지만 사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예방접종은 보건소 가도 되고 가까운 지정 소아과 가도 무난합니다. 저희 아이의 경우 1개월까지는 밖이 너무 추워서(....) 걸어가는 거보다 차라리 차를 타고 가는 게 더 편할 거라는 생각에 멀리 갔지만, 2개월이 넘어가니 슬슬 날이 풀려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소아과를 갔습니다.

2개월째는 적혀있기는 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막상 접종하면 몇 가지 백신들은 하나로 통합되어 있어 주사바늘 들어가는 수는 두세개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기타 접종에는 이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로타바이러스 대응 백신이 있는데, 이건 먹는 거고, 10만원짜리 2회 20만원, 8만원짜리 3회 24만원 중 선택입니다. 아마 보통은 20만원짜리가 횟수도 적고 해서 가지 않겠나 예상하고 있고, 병원에서도 이 쪽을 추천하더군요. 

접종 기록은 전산관리가 되는 거 같기도 한데, 아기수첩에 확인도 필요합니다. 나중에 특정 국가로 유학가거나 할 때 필요하다고 합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나중에도 잃어버리지 않게 잘 보관해야 된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접종 스케줄은 초반 6개월이 조금 분주해 보이는데, 6개월 다음은 12개월, 15개월, 18개월 이렇게 점점 텀이 길어져서, 바쁘게 살다 보면 종종 놓칠 수도 있을 것 같으니 기간을 잊지 않고 가는 것도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2. 예방접종 날짜가 다가오면 사실 부모의 입장에서는 긴장이 약간은 됩니다. 처음 BCG 맞힐 때는 대체 어디에 맞나 싶을 정도였고, 맞자마자 지금까지의 울음과는 아주 다른 이질적인 울음 덕에 복잡한 생각이 잠깐 올라옵니다. 게다가 여정이 좀 길어진다 싶으면 수유 등의 준비도 할 필요가 있으니 참으로 번거로운 것이죠. 그나마 이런 건 개월수가 지나고, 애가 크고, 수유 간격이 길어지면서 조금씩은 나아지게 되는데, 결론은 역시 병원이 가까운 곳에 있는 게 좋습니다. 

예방접종 하면서, 아이의 긴장을 풀고 하는 것 등의 이야기가 있는데, 말이 쉽지 실제로는 쉽지 않습니다. 저도 아직 혈관주사 같은 건 맞을 때 좀 불쾌한 느낌이 드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이런 느낌이 얼마나 크게 다가오겠나 싶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다른데 신경쓰는 사이에 자세를 잡고 빠르게 푸욱...하면 현실적으로 가장 무난합니다. 우는 건 뭐 어쩔 수 없다 치고, 자꾸 도망가려고 부둥부둥 거리는 것만 어떻게 막아서, 맞힌 뒤에는 그냥 빨리 수습하는 게 제일 낫습니다.

저희 아이는 음...잘 싸서 안고 이동하면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숙면을 취한 덕분에, 예방접종 할 때도 자고 있다가 한번 '빼액' 하고 몇 초 울다가 다시 자서 아주 평화롭게 끝났습니다. 집 안에서는 그렇게 안자고 버티더니... 예상치 못한 행운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먹는 약인 로타 백신은 음...그리 맛있지는 않은데 그래도 딱히 투정부리지 않고 잘 먹었다는 평입니다. 

예방접종 후 하루 정도는 애가 좀 불편한 느낌도 있고 힘도 없고 끙끙거리는 게 좀 안쓰럽긴 한데, 그냥 지나가는 과정입니다. 약간의 미열도 있었는데 이 정도는 정상 범주에 들어가는 정도. 하루 정도는 먹는데도 흥미없고 늘어져 있는 걸 보면 다시금 아이의 건강이 소중하다는 것을 되새기게 됩니다. 물론 이것도 하루이틀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여느 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어서 다행이다...를 넘어 다시금 스트레스를 적립하고 있게 되겠지만 말이죠.


3. 또 다른 병원 이야기라면야...병원과 조리원 나올 때 약간은 신경쓰이는 말을 들었습니다. 심장에서 약간의 잡음이 들린다고 말이죠.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에게서 나오는 전혀 긴장할 것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정말 낮은 확률로 심장 쪽에 구멍이 있다거나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부인과와 소아과 정도에서는 확실하게 판단할 수 없으니, 소견서와 함께 한달 정도 안에 대형 종합병원을 찾아가 볼 것을 추천받았습니다.

뭐 이런 경우가 흔히 생길 수 있는 것이, 태어난 상태에서도 장기들이 완전히 자리잡은 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 같습니다. 아주 어릴 때는 피가 돌면서 폐나 이런 데서 조직을 지나면서 약간 신경쓰이는 소리가 날 수 있다는 식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희 아이는 예정보다 한 2주는 당겨서 나왔었으니까요. 그래도 만약의 확률이란 게 있으니 큰 병원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병원 가서 목표는 수십만원짜리 '정상입니다' 인증을 받고 나오는 것이 되겠죠.

집 근처에서 선택할 수 있는 큰 병원이라면 뭐 성빈센트병원과 아주대병원 정도가 있을 텐데, 저희는 조금이라도 가까운 성빈센트병원을 가기로 했습니다. 이 병원의 인터넷 예약 시스템은 꽤나 복잡해서, 결국 그냥 전화로 했습니다. 정말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될 거 같은 세상이지만 상담원과 전화가 편할 때가 있다는 것은, 현재 컨택센터 솔루션 업체들의 고민이자 저도 나이를 먹어 가면서(?) 크게 느끼는 점이기도 합니다. AI 시대에도 결국 사람(의 진상)을 상대하는 건 사람 뿐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성빈센트병원은 아무래도 대형 거점병원 수준이라 수납 시스템이나 이런 것도 꽤 복잡하고 이동 동선도 깁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좀 깨던 시스템이 있다면, 다음 진료 예약에 대한 비용을 미리 받아 버린다는 점이 있었습니다. 처음 갔을 때는 진찰과 심전도 검사를 받고, 한달쯤 뒤에 심장초음파 검사로 확인하고 소견서가 나오는 시스템인데, 이 비용 전체를 한 번에 받아버리더군요. 

뭐 따로 내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유인수납창구에서 따로 처리해야 합니다. 무인수납창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전체 비용을 그어버리는데, 여기에 대한 확인도 쉽지 않아서 처음 가는 입장에서는 좀 난감했습니다. 이 때쯤 되니, 예전 협력사 실장님이 페북에 달았던 코멘트, '성빈센트병원은 다음 진료 비용까지 미리 받아버린다' 는 말이 다시금 생각나는 순간입니다. 제가 갔을 때 병원 일부가 공사중이라 주차장이 난장판이었던 건 트러블 축에 끼지도 못할 지경입니다.


4. 첫 진단 이후, 한 달 지나 심장초음파 예약날 병원을 가서 확인했더니, 이전에 나온 비용은 이 날 해야 할 심장초음파 검사 비용이 포함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즉, 이번에는 따로 수납할 거 없다는 거죠. 물론 확인과 소견서 등을 떼는 데는 또 돈이 들어갑니다. 보험사에 제출할 소견서에 만오천원이었나...몸이 아픈 기미가 있으면 돈이 꽤 줄줄 샙니다.

아이의 심장초음파 검사에 있어, 중요한 점은 아이가 그 시간에 침착하게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거고, 잠을 계속 자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입니다. 물론 이게 쉽지만은 않은 것이, 오면서 숙면으로 재우는 것도 문제고, 와서 젤을 바르고 헤드를 문지르는 동안에도 잘 재우는 게 문제고...그래서 준비물에 먹일거나 달랠 아이템 등이 있습니다. 다행히 저희 아이는 집을 나가는 순간부터 검사가 끝날 때까지, 배에 젤 바르고 하는 동안에도 그냥 움찔 하더니 푹 자더군요. 병원을 나와서 차에 오르니 그때서야 깨서 배가 고프다 하는데, 차 안에서 분유를 먹이면서 참으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뭐 결과야...이 때까지도 약간 잡음이 있긴 했지만 아직 덜자라서 그런 것이고, 자연히 없어질 것이며, 향후 별다른 치료는 필요없고, 합병증 증상이 뚜렷이 나타나면 그 때나 다시 오면 될 거라는 소견서를 발급받아 왔습니다. 이것저것 하면 한 30만원 짜리 이상없음 소견을 받아왔는데, 결과론적으로는 아무 일 없는 것에 돈이 나갔지만 앞으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확인을 한 것에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아이 앞으로 들어놓은 태아보험에서 어느 정도는 보장을 받아낸 것 같습니다. 요즘 실비보험의 손해율이 너무 높다는 말이 생각나긴 했습니다만 말이죠.


5. 이렇게 신생아 시절의 병원 이야기는 별 탈 없이 푸닥거리며 지나갔고, 계절이 바뀐 지금까지 아직 저희 아이는 별다른 잔병치레 없이 즐겁다면 즐겁고 지루하다면 지루한 나날을 보내며 하루가 다르게 쑥 쑥 커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이렇게 별 탈 없이 크는 게 제일 좋은 것이죠. 역시 평화가 제일이더라....

그 와중에, 아기가 집에 오고 한 1주일 뒤쯤이였던가...제가 뜬금없이 몸살 증세가 오기도 했는데, 저야 뭐 약 가려먹어야 되는 산모도 아니고 하니 적당히 종합감기약 며칠 먹으면서, 아기가 있는 안방은 근처에도 못가고 거실에 이불깔고 셀프 격리되는 사태도 있긴 했습니다. 철없는 아빠는 그 와중에도 밤에 분유수유도 면제받은 것을 약간 좋아하면서도, 다시금 딱딱한 바닥에 허리가 배긴다는 불평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이 또한 별 탈 없이 지나가고 며칠 뒤에는 다시금 침대에서 잘 수 있지만 몇시간에 한번씩 분유를 타는 일상 생활로 돌아갔습니다.

역시 아프지 않는 것이 좋고, 평화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죠.

덧글

  • 2018/04/23 01:45 #

    아이는 아프지 않은게 제일이고 병원은 가까운게 제일이지요. 저도 한동안 항생제 덜 쓴다는 소아과를 고집했는데, 그러니까 감기약만 한달은 먹은거 같아서 이게 뭔가 하고 그냥 항생제 주는 병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요즘 제 수액도 맞고 잘 다니네요 ㅋㅋㅋ
  • 파란오이 2018/04/25 08:17 #

    항생제는 과하면 문제지만 모자라도 문제이니 적당량의 밸런스로 짧게 컨디션 찾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기도 합니다.물론 이것도 평소 건강관리 해서 아프지 않도록 하는 게 제일이지 않겠나 싶기도 합니다. 감기약만 한달이면 확실히 이 약이 진짜 약인가 의심이 될 법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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