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전의 사진인데, 저도 맥북이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11 mid 맥북에어 11인치...2세대 샌디브릿지 모델이었고 밑에 깔린 게 1세대 코어 i5 쓴 에이서의 울트라씬 노트북이었는데, 거진 8년이 지나서 지금 보면, 에이서 건 기계적으로 생존해 있고, 맥북에어는 드디어 사망선고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사실 둘 다 가볍게 사망선고 내려도 될 물건들이긴 한 거 같지만 말이죠.
다시금 애플이 맥북과, 어쩌면 데스크톱 맥 라인업의 프로세서를 기존의 인텔 프로세서를 버리고 ARM 기반의 자체적 프로세서로 대체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시기는 2020년이면 한 2년 남았네요. 뭐 밑에서부터 단계적으로 바꿔갈 것이다...라고 하는데, 여러 가지 불안 요소들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아마 맥 라인업의 존폐를 건 한판 승부가 될 텐데, 개인적으로는 엎어지거나 실패할 확률이 반을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 일단 역시적으로, 애플은 이미 레거시를 헌신짝 버리듯이 쿨하게 내던지고 아키텍처를 뒤집은 역사가 있습니다. 10여년전 2006년 거의 1년만에 인텔 코어 듀오 기반으로 맥북 프로, 아이맥, 맥미니, 맥북, 맥프로 등을 다 쏟아내고, 기존 파워PC 지원 OS는 2007년 OS X 10.5 레오파드로 자르고, 10.4.4 타이거부터 인텔 아키텍처 지원을 시작해 2009년 10.6 스노우 레오파드부터는 인텔만 지원하도록 바꿔 나가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그 당시에 이미 PowerPC는 여러 가지 한계에 직면해 있었는데, 그 당시 인텔의 넷버스트가 아무리 불타는 전력돼지로 놀림받았지만 G5에 비빌 수는 없었다는 풍문도 있습니다. 쿨링 짜게 하기로 유명한 애플이 마지막 파워맥에는 수냉을 기본으로 했다가 종종 수냉라인이 터져서 사망에 이르른 사고도 심심찮게 나왔고 말이죠. 성능도 음...이미 그 시점에서 역전이 보이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단 레거시를 헌신짝처럼 내버리기는 당장 진공 상태가 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수습할 시간이 모자라니 기존 PPC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어떻게든 수습하려 했던 것이 바이너리 변환기 로제타였죠. 없어지기 전까지 하드웨어 빨과 최적화로 성능 개선이 있긴 했지만 10.7 라이언에서 완전히 폐기해 버렸는데, 맥 앱스토어의 등장 등과 함께 이제 시간벌기는 충분히 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실제 10.7부터 사용했던 제 입장에서는 여전히 잉여가 따로 없었긴 했지만 말입니다.
2. 일단 지금의 상황이라면, 애플이 가진 가장 강력한 카드는 아이패드에 쓰는 2+4 구조의 A11일 겁니다. 시스템 벤치에서는 얼추 현재 맥북 라인에서 가장 약한 코어M 기반의 12인치 맥북에 얼추 비벼볼 만한 성능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하는데, 뭐 운영체제가 다르고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포함하는 프로덕트 플랫폼 레벨의 비교라면 훌륭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훌륭한 녀석이죠.
소프트웨어 상황이라면, 예전보다 레거시에 대한 고집이 줄고, 단일 바이너리로 여러 플랫폼에 대응할 수 있는 유니버설 앱 플랫폼의 기술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보통은 앱 밑에 운영체제 단에서 공용 표준 미드레이어를 두고, 그 밑에는 각자 개별로 가는 구조겠죠. 이미 윈도우의 앱스토어 기반 앱들이 제한적이지만 이러한 구조를 갖추고 있고, 사실 이걸 제일 잘 볼 수 있는 건 안드로이드입니다. 안드로이드에서는 아예 앱을 VM 컨테이너로 싸버려서, ARM과 인텔 칩 기반 단말이 실질적으로 단일 바이너리를 굴리게 되죠.
그리고, 애플리케이션 지원에 있어, 10년 전에는 가상화 등에서의 기술적 문제나, 전략적인 진영 논리 등이 있었지만 클라우드 시대에는 웹 기반의 것들이 힘이 커졌고, 클라우드 시대에 MS와 어도비 등 킬러 애플리케이션 플레이어들의 성향도 바뀐 것은 긍정적일 겁니다. MS의 입장 변화라면 오피스 for Mac 2011과 이후 오피스365 서비스의 오피스를 모두 써보셨다면 몇 년 사이에 얼마나 극적인 변화가 있었나 싶으실 거고, 어도비도 서브스크립션 개념으로 양쪽 플랫폼에 발 잘 뻗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도비 소프트웨어도 윈도우 쪽에서의 작업 퍼포먼스가 더 맘에 들긴 하지만요. 그래서 이제 맥이 가진 독점 애플리케이션에서 오는 매력은 거의 없지 않나 싶습니다.
3. 만약 이번 루머대로 애플이 인텔 프로세서를 2020년부터 맥에서 걷어낸다고 하면, 아마 그 시점에서 macOS 버전이 11로 가지 않겠나 하는 예상도 해 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느낌으로 말이죠. iOS를 그대로 올리기는 아무래도 사용 유형이 다르고 해서 힘들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리고 ARM 기반의 디바이스에서 macOS의 모습이란 솔직히 지금 예상에는 딱 크롬OS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싶은데, 크롬OS도 향후 목표에 안드로이드 앱 생태계를 포함하는 걸로 가고자 한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은근 비슷하죠.
그리고 걷어내는 시점에는 지금같이 2+4 같은 구성보다는 화끈하게 빅코어 4~8개를 넣어 가야 할지언데, ARM이 저전력 이미지가 강하지만, 퍼포먼스 높이면 사실 지금 와서는 똑같이 먹거나 오히려 더 먹기도 합니다. 이미 인텔도 말만 x86이지 이미 디코더를 갖춘 준 RISC 구조고, 요즘 퍼포먼스 싸움은 그냥 명령어셋 지원 싸움이 되었습니다. ARM도 최근 몇 년간 확장명령어 넣고 프론트엔드 강화하고 하면서 구조가 꽤 비대해져서, 이제 얼추 비슷한 성능에는 소비전력도 비슷하게 비벼볼 만 해졌습니다.
그리고 루머대로 순차적으로 걷어낸다면, 처음 자체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엔트리급 맥북은 밑으로는 아이패드 프로, 위로는 맥북 프로에서 오는 지독한 간섭 현상과 함께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파편화로 초반 보급부터 제대로 못받고 한 방에 사망할 수 있는 위험이 좀 보입니다. 그래서 10년 전에는 반년만에 전 라인업을 싹 뒤집은 것인데, 이번엔 기껏해야 랩톱부터 조금씩 올라가면서 한 3년간 간 보고 간다고 하면, 파편화된 플랫폼을 유지할 시기는 6~7년에 이르고 부담은 부담대로 커지고 새로운 카드가 죽을 수도 있죠. 뭐 한방에 전 라인업 바꿨다 훅 가는거보다야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만약에 한 방에 다 걷어내려면, 자체 프로세서가 일단 현재 아이맥 프로에 들어가는 제온 스케일러블 급을 넘기는 연산 성능을 보여야 될 텐데, 32코어를 박아도 이게 될지는 솔직히 의문이긴 합니다. 못넘으면 맥프로 아이맥 프로는 결국 인텔에 남아서 짐덩이가 되거나, 화끈하게 고급 사용자를 포기하고 라인업을 버릴 수밖에 없겠죠. 동 시대에 비슷한 비중으로 두 개 아키텍처를 동시에 지원하는 운영체제를 현재처럼 끌고 가기는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겁니다.
4. 애플이 탈인텔 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애플의 고집에서 온 신제품 출시 시기의 미스매치가 크지 않나 봅니다. 맥북 신제품은 6월 WWDC에서 발표될 거고, 인텔 모바일 플랫폼 신제품은 추수감사절 시즌을 노리고 8~9월 3~4분기에 걸쳐서 등장하는데, 미리 받으면 플라잉에 엠바고가 깨지고, 늦게 받으면 1년이 늦어버리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해결책은 음...둘중 하나가 숙이고 들어가야 되는데 둘다 안숙이겠죠.
그리고 인텔의 혁신이 부족하다는 핑계는 좀 핑계같아 보이기만 하는게, 그러면 왜 맥프로나 맥미니는 이따위로 버려두고 마는지, 맥북프로는 왜 프로가 아니라 고급형 컨슈머같이 변해가는지를 따져야 될 거 같습니다. 이미 고급 사용자를 포기하는 느낌이 팍팍 드는데, 맥북 라인업에 ARM 기반 칩이 들어오면 이런 추세는 더 가속화될 거 같은 느낌입니다. 뭐 이건 전통적인 컴퓨팅 환경을 선호하는 꼰대 마인드일 뿐일 수도 있긴 하지만 말이죠.
시대가 시대고, 클라우드 시대에 올웨이즈 커넥티드, 올웨이즈 레디 컴퓨팅 디바이스의 위치에서 ARM 기반의 맥북은 꽤 이쁜 아이템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현재 맥북 프로의 수요가 맥 프로보다는 못하지만 맥OS 환경에서 어느 정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모바일 환경이라는 것이 인기 포인트라는 것을 생각하면, ARM 기반으로의 교체로 인한 성능 차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 대격변은 꽤 불안요소가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사실 이런 면에 비해, 부트캠프가 안되고, 패러렐즈가 가상화가 아니라 에뮬레이터가 되어 멸망하고 하는 건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을 겁니다. 제약사항이 여럿 있지만 스냅 835에서 윈도우가 돌아가는 세상이니 말이죠. 그리고 이 쯤 되면, 맥OS나 리눅스나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다만...
그래서 여러 모로 꽤 흥미로운 소식이긴 한데, 확실한 건 앞으로 제가 맥북 잡을 일은 더 없을 거 같습니다. 5년 고통받고 한글입력 버그나서 접었으면 충분히 됐잖아....


덧글
2018/04/05 10:5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2018/04/05 16:43 #
비공개 답글입니다.그리고 모바일에서 x86의 효율을 논하기 전에, 현재 x86 기반으로 짜여진 맥OS 생태계는 엔트리부터 하이엔드까지 한 번에 들어엎지 않으면 새로 내밀 카드가 시장에 먹히지 않고, 초반 생태계 생성을 위한 최소한의 물량 확보에 실패해 판 뒤집기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제 예상입니다. 현재 맥북이나 맥북프로 사는 이유가 윈도우 까는 거 아니라면야 데스크톱 맥 환경과 같은 툴셋으로 납득할 만한 성능으로 들고다닐 수 있다는 게 제일 클텐데 애플리케이션 툴셋이 달라져버리면 상황이 달라지는거죠. 시간과 물량의 밸런스에 성패가 갈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현재 클라우드와 웹앱과 유니버셜 앱들이 넘실거리면서 이전과는 상황이 다르고, 운영체제와 하드웨어 플랫폼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분위기가 좀 더 퍼지면 이건 충분히 먹힐 카드입니다. 이런 문제는 x86의 전력 효율성 측면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고, 심지어 현재 시장 반응의 대다수는 현재의 파워 셋업 수준에 납득을 넘어 나름 만족하고 있다는 상황도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여담이지만 하스웰 시절 랩톱 패키징에 표준 배터리 용량 기준은 8시간이었고, 소비전력이 줄어든 만큼 이전 세대보다 배터리를 줄여서 무게를 줄이고 시간을 똑같이 맞춘 것에 대해 배터리 용량을 유지해서 사용 시간을 12시간으로 늘리면 더 좋지 않냐 하고 물어봤더니 저를 워크홀릭 캠핑덕후 미친놈이라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사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얘들은 그런 애들이었죠. 요즘은 상황이 좀 더 달라지긴 했다만...
물론 지금은 클라우드와 유니버설 앱의 시대고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운영체제를 뛰어넘어 워크플로우 통합이 가능하게 된 시대라 이 부분을 얼마나 채워줄 수 있느냐가 단계적 전환을 한다면 가장 큰 과제가 될 거라고 봅니다. 물론 한번에 탑다운으로 격변할 수 있으면 그냥 이전세대를 버리고 죽느냐 사느냐라는 아주 단순하지만 큰 문제가 되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저 애플의 목표라는 건 들고 다닐 수 있는 친숙한 워크스페이스라는 제 요구와는 좀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나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맥 라인업의 지향점이란 건 그냥 과거의 유산이었는데 이게 버려야 할 레거시냐 지켜야 할 헤리티지냐에 따라서도 관점이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 맥프로도 지향점 운운했더니 아직 현세대 쓰레기통보다 구세대 마개조의 선호가 더 클 정도고 맥북프로는 터치바와 외부 인터페이스 편의성을 교환해서 호불호가 막 갈리고 지갑을 막 털어가고, 업그레이드 제약이 분명한 아이맥 프로가 현재 맥 라인업의 최고성능을 담당하고 있는데 애플에게 고급 유저는 뭐고 고급 유저들에게 애플의 지향점은 대체 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파편화 문제도 딱히 대단할게 없는게 어도비, MS에 최근엔 오토데스크까지, 심지어 국내엔 한컴까지 애플이 갈구면 유니버설 바이너리는 금방금방 뱉어낼거고 앱스토어에 기생하는 앱들은 알아서 업데이트 하는거죠.
심지어 iOS / 맥 앱 개발이 지금보다 통합적으로 진행하기가 훨씬 쉬워진다면 앱의 화수분인 iOS 앱스토어 쪽의 지원사격도 기대할 수 있을거고요.
가장 가능성이 있는건 A CPU로 코어M 정도를 대체해서 에뮬레이션으로 돌렸는데 코어M보다 높음 퍼포먼스를 뽑아내는겁니다. 인텔에겐 굴욕이겠고 개발 기반이 변할 필요도 없죠.
뭐 당장도 아니고 2020년이고 공식발표도 아니고 루머라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는 거니까요.
파편화 문제의 가장 큰 약점은 애플 자신이 1년에 한번 OS 메이저 업데이트를 하면서 iOS, ARM용 맥OS, x86용 맥 OS 세 개를 동시에 완성도 있게 몇 년간 끌고 갈 수 있겠느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도 한 번 업데이트 될때마다 이 난리통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