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관찰기 (3) -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출산과 입원 by 파란오이


여러 가지 난리통을 겪으면서, 그래도 2017년은 넘겨서 2018년 1월생을 예상하고 있었던 아기는, 새해와 함께 나오라 했더니 새해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며 보지도 못하면서 새해 전날 갑자기 나와 버렸습니다 (..........). 예정보다는 2주, 수술 예정일보다는 1주 정도 빠른 38주에 나왔지만, 사실 이 쯤 나오면 그냥 멀쩡히 나올 때 나온 거라고 합니다. 이왕 나오고 나서는 별 병치레 없이 아직도 아주 빠르게 쑥쑥 크고 있습니다.

이 시기쯤 되면 이미 이 길을 지나가신 아저씨들이 한 마디 합니다. 마지막 남은 자유로운 시절을 즐기라고...뭐 그렇다고 합니다. 



1. 대략 8개월, 32주쯤 넘어가면 슬슬 산모가 밖에 다니기 꽤 버거운 시기가 옵니다. 저희 같은 경우에도 아내가 슬슬 운전을 버거워하고, 외출하면 체력의 데드라인이 한시간 정도까지로 줄어드는 게 딱 이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이 때 운전이 힘들다는 건, 가다가 갑자기 태동이나 진통 등 신경쓰이는 일이 생겼을 때 운전대를 놓을 상황이 안된다는 거죠.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나갈 일 있으면 될 수 있는 대로 동선 맞춰서 제가 태우고 나갔었습니다.

그리고 32주쯤 병원 가서 들었던 소리가 있다면, 슬슬 나올 준비를 위해 아이의 머리가 아래로 가도록 돌아 누워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확률은 이 시점에서 10%, 36주 넘어가면 3% 정도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뭐 여하튼 결론은 저희 아기는 역아였다는 것이죠. 조선시대 태어났으면 생명이 위험했을 테지만, 지금은 자연분만이 불가능해 그냥 돈이 좀 더 들어갈 뿐입니다. 

이 때, 저희가 다니던 산부인과의 슬로건인가 모토인가 벽에 붙어있던 것은 '나는 꼭 자연분만 한다!' 였는데, 저희는 그런거 고집하지 않았습니다. 뭐 자연분만 하면 좋은데 안되면 말고....죠. 그리고 이 역아 상태를 돌리기 위한 여러 가지 민간의술같은 것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전해지는데, 굳이 시도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기는 36주까지 돌아누울 생각 없이 원래 자리가 편안하다고 버티고 있더군요.


2. 역아 상태의 분만이 왜 불편한가...하면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일단은 자연분만이 안되고 나올 시기가 되면 무조건 수술, 갑자기 나오면 응급수술, 아니면 자연분만 예정일 1주일 가량 전에 수술 예정을 잡습니다. 너무 크면 꺼내기 벅차니까요. 물론 자연분만이 안되는 경우는 몇 가지 더 있는데, 미칠 듯한 우량이라면 잘 돌아누워 있어도 수술로 꺼내게 됩니다. 물론 이 때도 자연분만을 하시는 분들도 있긴 하다만...

그리고 39주가 되는 2018년 1월 첫주에 수술 예정일을 고를 수 있었는데, 몇 개 되다 보니 사주나 이런 것을 고려해 고를 수도 있습니다. 이름이 정해져 있고 하면 사주에 맞춘 선택이 가능해지는 거죠. 물론 아무 의미 없을 수 있습니다만...병원에서 혹시나 해서 물어보긴 했다만, 1월 첫 주는 신정도 있고 해서 그냥 아무 의미 없이 우리가 편한 대로 그 주 금요일 정도로 여유있게 잡았습니다. 마침 그 날 스케줄도 완전 비어 있다고 하긴 하더군요. 

물론 이렇게 잡아놔도 아기는 언제 나올지 모릅니다. 자기 나오고 싶은 날 나오는거죠.


3. 그리고 그 말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2017년 마지막 날 새벽에 아내가 배고파서 간식을 먹고 핸드폰 게임을 딱 켜는 순간 뭔가 신호가 오고 양수가 터졌습니다. 솔직히 양수 터진거 다른거하고 어떻게 구분해서 알아요 하는데 때 되니 알겠습니다(.......). 부랴부랴 기본적으로 싸놨던 출산가방 이런거 챙기고 해서 병원에 전화하고 달려갔습니다. 

병원에 와서 상태를 보니, 아기가 새해를 함께 보고 싶다고(?) 발로 자궁문을 툭....해서 발이 조금 삐져나온 상태라 일단 수술을 들어가야 되는데 문제는 그 새벽에 먹은 샌드위치 덕분에 공복상태가 아니라 마취할때 위험하다고 수술을 바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조금 지연시킬 수 있으면 소화될 때까지 지연시켜 보자...고 해서 조금 더 웨이팅을 했습니다만 그 사이에 진통도 오고(.........) 해서 결국 두시간 뒤에는 수술을 시작했습니다. 공복 상태가 아니니 마취도 아슬아슬하게 약하게 해야 해서 난이도도 높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하튼, 아기는 결국 2017년 마지막날 생으로 무사히 잘 나왔습니다. 만약 수술 날짜를 이것저것 사주 보고 점지받아 찍었으면 참으로 배가 아플 뻔 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자기 사주는 자기가 찍어 나오는 거 같다는 생각도 말이죠. 

그리고, 아기가 나오자마자 보호자에게는 또 다른 선택의 순간이 옵니다. 무료로 가능한 기본 검사와 돈이 수십만원 들어가는 고급 검사들 사이에서, 미리 알아채면 수습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수십만원짜리 검사를 유도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물론 전 기본검사만 하기로 했는데, 아마 많이들 고급 검사를 했을 것 같긴 합니다. 그리고 제대혈 이야기가 또 나오는데 이번에도 컷했습니다. 햇빛 못보는 겨울아기를 위한 비타민D 처방제도 있는데 이건 해줄까 해서 하나 추가.


4. 일단 출산을 하고 나면 바로 움직일 수가 없으니 병실을 잡습니다. 자연분만은 3일, 제왕절개는 7일 정도 견적이 잡히고 선택은 1박에 15만원짜리 1인실, 말 나올때마다 가격이 오묘하게 바뀌던 2인실, 그리고 보험이 되는 6인실이 있는데, 6인실이 경쟁이 참 치열하다고 하지만 일단 전 1인실을 잡았습니다. 2인실부터는 간병하는 제가 있을 곳이 마땅찮은 함정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도 이 쪽이 좋을 겁니다. 물론 덕분에 돈이 우수수 깨져 나가긴 하지만...그리고 제왕절개 출산 비용의 대부분은 이 입원비더군요.

그리고 입원 첫날은 정말 어 음...뭐 사람이 사람이 아닙니다. 하루 지나는 동안 용변 보는 게 꽤 중요한 미션일 만큼요. 그리고 성격이 예민하다 싶으면, 옆에 도와주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는데 제가 그런 케이스에 당첨되었습니다. 뭐 날백수의 삶을 살고 있었으니 병실에 둘이서 푸닥푸닥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참 찜찜하게도 문을 잠글 수가 없고, 간호사는 밤에도 수시로 들어와서 환자 체크를 해 가는데, 바닥에 누워 자는 보호자의 입장은 참으로 뻘쭘하기 그지없습니다. 몇 년만에 바닥에서 며칠 자려니, 그것도 잠을 막 끊어 끊어 자려니 몸은 몸대로 만신창이가 되는데, 캠핑용 매트를 들고 오니 그나마 나았습니다.

사실 보호자가 그렇게 대단한 거 하는 건 아닙니다. 시간맞춰 기저귀 가는거 돕고 용변보고 할 때 부축하고 식사나 청소 같은거 왔을 때 좀 케어하고 가끔 신생아실에 아기는 잘 있나 구경가서 사진이나 찍어오고 이런거죠. 그래도 환자 입장에서는 옆에 남편이 있으면 확실히 마음이 편하다고 합니다.

식사는 음...전 그냥 거의 전부 보호자식 시켜 같이 먹었는데, 막상 그릇 내놓을 때 보면 의외로 보호자식 그릇 나온 데가 별로 없는 거 같습니다. 한 끼에 5천원이었는데, 매 끼니 나오는 미역국이 지겨울 수 있다는 점 빼면야 나오는 수준 보면 뭐 5천원이 그리 아쉽지는 않은 훌륭한 퀄리티였음에도 의외로 컵라면으로 때우고 하는 보호자들이 있더군요. 뭐 이런 병실에서도 치킨과 피자를 배달시키는 경우도 있긴 했는데, 옆방 테러 이전에 병상에 누운 가족을 테러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둥이 부모의 경우 아이들까지 들어오기도 하더군요. 뭐 1인실이고 하니까요.


5. 출산과 입원 과정에서, 언제나 그렇지만 준비란 참으로 중요합니다. 대략 예정일 한달 전쯤부터 병원에서 쓸 속옷들과 티슈, 물티슈, 오버나이트 생리대와 이것저것 소품들을 적당히 챙긴 출산 가방을 준비해 두는 것은 막상 일이 닥쳤을 때 사람의 고생을 꽤나 줄여줍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일단 병원 달려갔다가 잠깐 집에 와서 정리좀 하고 한파에 보일러 안터지게 조치좀 하고 출산가방에 빠진 아이템들을 채우고 하느라 2~3일에 한번씩 집에 왔다갔다 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출산가방에 보호자가 쓸 것들도 조금 넣어두면 고생을 줄일 수 있겠지만, 뭐 보호자가 쓸 건 보호자가 필요할 때마다 잠깐잠깐 나와서 수급하면 되니 큰 문제는 아닙니다.

입원 일주일 다음은 조리원 10일...총합계 2주를 좀 넘겨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이긴 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조리원이 병실 윗층이라 2주간 같은 건물에 감금당하는 느낌인데, 제가 참 지금까지 많이 지쳐있었구나 느꼈던 게 그렇게 밖에도 못나가고 인터넷도 미묘하게 잘 안되는 병실 안에서 미역국만 먹고 있었음에도 답답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뭐 보통은 뛰쳐나가겠죠. 오히려 아내가 더 놀랍니다.

그리고, 이렇게 입원해 있는 동안 끌고 갔던 차에는 상처가 꽤 많이 남았습니다. 주차장이 좁고 산부인과고 하다 보니 문열고 나가고 하면서 많이들 찍고 긁더군요. 문콕과 잔흠집 수 개가 1주일만에 추가되었는데, 이건 뭐 신경쓸 수도 없고 짜증내기도 애매한 상황이라 속이 쓰리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끌고갔던 것이 출고 6년을 바라보는 경차라 그래도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죠 아무렴...

덧글

  • 하나 2018/04/03 11:37 # 삭제

    담담하게 쓴 남편분의 출산후기(?) 잘 봤어요 ㅎㅎㅎ 너무 재밌습니다 ㅎㅎ필력이 좋으시네요 ㅎㅎ
  • 파란오이 2018/04/04 16:10 #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남은 에피소드가 구만리니 꾸준히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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