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보니 이 블로그에 이런 연작(?)을 쓸 날도 옵니다. 아무도 써달라고 하진 않았긴 하지만 말이죠....
무려 2017년 마지막날 공주님께서 오셨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현재, 전 무려 회사에 육아휴직을 선언하고 3개월간 안식월(?) 을 지내고 있습니다. 이게 안식인지 고통인지는 좀 애매하긴 한데, 종종 일할 때보다 편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거 보니 아직 좀 고생을 덜했나 보다 싶기도 합니다.
첫 시작은 역시 육아휴직과 관련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 무난할 것 같습니다.
1.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는 이야기들이 '남자 육아휴직 20%' 라는 겁니다. 이 육아휴직은 여성들의 출산휴가와는 다르고, 남자의 경우 그 의미가 또 다르게 다가옵니다. 아무래도 애를 낳고 (주로) 보는 엄마들 같으면 회사에서 100% 지급이 따르는 출산휴가 이후 육아휴직을 선택하게 되는데, 남자의 경우는 음......
저도 고민을 좀 많이 했었습니다. 일단 육아휴직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였던가 아이당 1번 선택할 수 있고, 이 때 지급되는 금액은 3개월간 평상시 임금의 80%, 상한선은 150만원, 그나마도 75%만 선지급이고 25%는 복직 후 6개월 이후 일괄 지급됩니다. 3개월이 넘어가면 평상시 임금의 40%, 상한선도 더 내려갑니다.
이런 금액적인 측면을 따져 봤을 때, 맞벌이라면 임금이 리미트에 아슬아슬한 여성이 쓰고(물론 그 이후에 자리가 있을지는 다시 고민해야 하지만), 외벌이면 솔직히 저거 쓰면 3개월간 스타트업들이 돈없이 버티기로 기회를 본다는 데스밸리를 지나가는 기분에 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휴가 전에 버퍼를 어느 정도는 쌓아 둬야 할 필요가 있죠.
하지만 뭐 연말부터 회사가 데스밸리로 들어가는 분위기라, 어쩌다 보니 반은 권유가 되어 일단 전 1월부터 육아휴직을 쓰게 되었습니다. 12월에 남은 연차를 소진하고 나니 거의 4달동안 회사를 떠나 있...지만 뭐 원래부터 사무실 출근 잘 안하던 고무줄 스마트워커(?) 였으니 큰 차이는 없을 수 있겠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이제 진짜로 집 밖으로,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갈 일도 한달에 한두번 정도까지 줄어버렸다는 거 정도입니다.
2.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중견, 대기업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못한 소기업들은 일단 서류 작업부터 평소와는 상대하는 부서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겪는 몇 가지 어려움 같은 게 있었는데, 이것도 보통은 회사의 담당자가 다 알아서 해 오고 하지만, 회사 규모가 참 작다 보니 이번에는 이걸 사장님과 함께 준비하는 패기로운 직원이 되었습니다 (....)
일단 육아휴직의 경우 회사에서 소득 증명과 기간에 대한 신청을 제출하고, 근로자의 경우 육아휴직 시작일 후 한 달 이후부터 수당을 받을 수 있으며, 쌓아둔 게 많다면야 육아휴직 시작 후 1년 이내에만 신청하면 목돈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육아휴직 시작일 후 한 달 이후 신청하는 경우 75%가 선지급, 25%는 복직 6개월 이후에 지급되고, 이 복직 이후 6개월 동안은 해고 등의 조치를 할 수 없다는 보호장치도 있습니다. 물론 이 보호장치 이전에 이거 쓴다고 하면 자리 빼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겠지만서도 (....)
서류의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 제출 모두 가능한데, 이 때 함정카드라면 사업주와 근로자가 서류를 제출하는 방법이 일치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이상한 소린가 싶지만, 사업주가 인터넷으로 자료를 제출하면 근로자가 인터넷으로 신청 가능하고, 사업주가 우편 등으로 제출하면 근로자도 우편 등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처리 기관은 회사 근처와 자택 근처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전 인터넷으로 해서 뭐 어디든 어떤가 싶긴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신청할 때 고용보험 쪽 사이트 들어가서 회원가입을 하고 신청 누르고 하면, 회사가 서류를 제대로 제출했으면 휴직 기간 등이 조회됩니다. 그러면 딱히 다른 서류 보충 없이 양식을 적당히 채우는 것으로 신청이 끝나고, 돈 나올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일단, 휴직을 하게 되면 또 애매해지는 것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인데, 이건 또 사장님이 어디서 이상한 안내를 받아와서 근로자 쪽에서 신청하는 거라길래 저도 알아보니, 이 경우에는 근로자 쪽에서 신청하는 게 아닙니다. 애초에 사업주 쪽에서 원천징수해서 내는 것이었던 만큼, 사업주가 각 기관에 납부유예를 등록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때 국민연금은 납부유예, 건강보험은 그냥 미뤄놨다 나중에 한번에 다 내야 됩니다 (....).
3. 이렇게 이것저것 준비하면서 느낀 건, 고용노동부는 사실 근로자 편이 아닌 거 같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회사 관할인 영등포에 있는 지청 그곳은 정말로 대단한 패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이번 육아휴직이 회사 입장에서도 전례가 없던 일이다 보니, 사장님도 이걸 알아보러 관할 지청에 가셨다고 합니다. 사장님 권유가 절반인지라, 이게 예상만큼 안나오면 육아휴직 보내기가 참으로 머쓱해지니 말이죠. 사실 굳이 가기 전부터 인터넷으로 제도 설명 보고, 전화로 확인하고, 그리고 찾아갔는데, 세 번의 상담이 모두 미묘하게 차이가 났고, 찾아갔을 때는 정말 대단한 아무말 대잔치를 보여주어,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대책회의 하러 휴가 중에 사무실까지 갔다 오기도 했습니다.
영등포에 있던 지청에서 하는 말이, 2017년 7월부터 한다는 통상임금 80%에 한도 150만원은 법안 처리 등의 문제로 아직 시작되지 않아서 지금(상담 당시 2017년 12월)은 통상임금 40%에 한도 100만원이 끝이다...라는 아무말 대잔치와 함께, '지금 홈페이지에 안내된건 뭐냐' 라고 했더니 '시행 예정으로 미리 올라간 거다 실제로 그렇게 안된다' 라는 답변을 사장님께서 듣고 오셨다고 합니다. 뭐 전 그거 들었을 때 '야 이거 실제로 이러면 행정소송을 가면 인생이 즐겁겠구나...'라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습니다만...
물론 이 상담은 정말 아무말 대잔치로 끝난 것이, 진짜 이 말이 맞나 싶어서 제 주소지 관할인 수원지청 쪽을 찾아갔더니 상담원이 당연하게도 '자세한건 서류를 검토해야겠지만 인터넷에 나온대로 80%, 150만원 한도, 75% 선지급해서 나옵니다' 라고 시원스럽게 답변해 주었습니다. 이것도 귀찮게 아침에 버스타고 찾아갔지만, 다행히 집앞에서 바로 가는 버스가 있더군요.
이번에도 그렇지만, 저 영등포에 있는 지청은 저하고 꽤 악연이 있는(?) 상담을 몇 년에 한번씩 날려줍니다. 이번에 자기는 어차피 2월에 다른데 간다고 막 아무말 지른 직원 말고도, 예전에 한참 경단녀 노인 장애인 취업률이 화제일 때 회사에다 권유하는게 정규직으로 있던 저 해고하고 경단녀 노인 장애인 고용하면 지원금 많이 나오고 좋다고 하시던 그곳인지라....역시 사업주가 많은 동네라 그런지 인생에 비수를 막 날리는 고용주와 정부 실적올리는 편이라 생각하니 참으로 세금이 아깝네요. 그래도 이번에 한번에 시원하게 다 찾아먹어서(?) 조금은 덜 억울하게 될 것 같기도 합니다.
4. 그래서 육아휴직 첫 달의 수당은 홈페이지에 나온 대로, 그리고 제가 안내받은 대로 정상적인 금액(?)이 나왔습니다. 진짜 저놈의 영등포쪽 지청 생각하면 지금도 울화통이.....회사가 저동네 있고 집이 다른데 있다면 절대 저동네 가서 서류 처리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요즘 다들 전산으로 올라가 시스템으로 처리될 거라고 하지만 쟤들이 이상하게 서류 만들지 어떻게 압니까...
뭐 금액 자체는 진짜 숨막히지만, 저도 밖에 안나가고 숨만 쉬면서 살았더니 생활비 정도는 빠듯하게 수당 안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돌발 상황은 당연히 터지는 것이고, 비축분은 그럴 때마다 깎여 나가는 것이죠. 출산과 육아 계획에는 언제나 상당한 여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막상 육아휴직 들어가기 전에는 '야 이걸 써야 되나...' 싶었는데 막상 들어가고 나니 '야 이걸 안썼으면 어쩔 뻔 했냐...'는 생각이 듭니다. 뭐 나중에 지금 육아휴직 지른 것이 아깝게 느껴질 시기가 올 수도 있겠다만, 이번에 육아휴직 안썼으면 저도 지치고 아내도 지치고 애도 지치고 나쁜 쪽으로 흘러가는 루프에 빠질 뻔 했다 싶습니다. 저도 뭐 근 10년만에 쉬는게 쉬는게 아닌거 같은 휴직이긴 한데, 그래도 한창 일에 치이던 작년 연말보다 몸 상태가 괜찮은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최근에 저 보신 분들은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고도 하고, 실제로 체중도 한 5kg 정도 빠졌지만요 (....).


덧글
원래 육아가... 그렇습니다. 회사다니는 것도 분명 힘들지만, 하다보면 차라리 회사로 보내달라고 하는... 그런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