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수고했다 니콘 D700... by 파란오이


2011년에 중고로 가져와서 좋은 날 나쁜 날 힘겨운날을 함께 보냈던 D700...이 간만에 꺼내 사진 찍으려니 몇 컷 찍으면 미러가 말려올라가 내려오지 않는 상태로 고정되는, 셔터박스인지 로직보드인지 배터리의 문제인지 모를 에러를 내뿜기 시작했습니다. 몇 컷 찍고 나면 미러가 올라갔다 내려와야 되는데 내려오지 않고, 그 상태에서 셔터 누르면 내려왔다 올라가 버리네요 (.....)

물론 이미 이 카메라의 포지션을 대체할 후임으로 D7500이 들어온지가 반년이고, 그나마도 J5나 핸드폰 카메라에 밀려서 잘 꺼내지 않았던지라, D700의 전원을 넣어본 건 배터리 자연방전이 아슬아슬했을 정도로 오랜만이긴 했습니다. 아직도 그럭저럭 통할지도 모를 성능이긴 하지만, 아무리 풀프레임이라 해도 10년 전에 나온 12MP 카메라의 성능은 솔직히 최신 크롭들에 비해 센서 크기에서 오는 심도 말고는 나을 게 없긴 합니다. 

실질적으로 이제 이걸 고쳐 쓰는 건 딱히 의미가 없긴 합니다. 이미 오랜 기간 열심히 많이 썼고, 다른 보유기종들이 거의 완전히 이 자리를 대체할 수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셔터 말고도 이미 앞쪽 조작 다이얼의 이상으로 몇 번 돌리면 한두번씩 조작이 건너뛰거나 튀는 문제도 이미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꽤 번거로워져 버린 CF를 사용하는 기종이라는 것까지도 말이죠.

그래도 그렇다고 이걸 과감히 내치는 것도 할 수 없을 것이, 이 카메라 가져오던 달에 여자친구를 만났었고, 여러 가지 추억에 가장 확실한 도구로 썼기도 하고, 지금은 좀 시들하지만 제 사진공부의 대부분이 이 카메라를 기반으로 했기도 합니다. 지금 렌즈 라인업도 10-20 빼면 전부 풀프레임 대응 렌즈이기도 하고 말이죠. 이 카메라가 오고 나서 여자친구를 만나고, 결혼을 하고, 아이의 첫 사진을 찍던 날 명을 다하다니 좀 기분이 묘하긴 합니다.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 멀쩡히 가시라고 말려 올라갔던 렌즈는 셔터 돌리다 보면 가끔 다시 내려오는 경우도 있어서, 그 상태 확인하고 배터리를 빼고 고이 모셔두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또 인생의 한 페이지를 넘어가나 싶기도 합니다.



다시 확인해보니 진짜 오래되긴 했네요. 출고일 2008년 찍혀있고 품질보증 기간 보니 2009년 구입한 것 같긴 한데...뭐 사실 전 주인이 회사 사장님이었죠. 한번 분실건도 있어서 같이 있던 24-120 렌즈는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바디는 끝까지 남아서 천수를 누리고 갑니다. 좀 더 버텼으면 10년 버티는건데....솔직히 이 정도 버틴 것도 참 대단하긴 합니다. 

앞으로는 미러리스와 폰카의 시대라지만, 그래도 전 계속 전통적인 DSLR 한 대 정도는 남겨둘까 싶습니다. 문제는 시장이 작아지고 프리미엄화 되면서 가격이 점점 올라가고 있어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또 모르겠지만 말이죠.

덧글

  • 푸른별출장자 2018/02/13 23:23 # 답글

    오래 쓰셨네요...

    저는 D70 - 200 - 300 - 7000 - 600 - 610 - 750 을 거쳐 500 으로 가려다가 렌즈 때문에 850으로 갈아 탔습니다.

    동물과 꽃 촬영 위주이긴 한데 여행을 하면서 풍경도 많이 찍어야 하기 때문에 풀 프레임에 남아 있는데 너무 무거워요.
  • 파란오이 2018/02/14 08:40 #

    저도 700에서 750이나 810으로 넘어갈 순이긴 했는데 이제 몸도 의욕도 지쳐서 10-20 프로모션 줄때 7500으로 와버렸습니다. 이제 화질을 포기하고 16-300 같은 광범위 줌렌즈 하나만 더 할까 싶은데 계속 미뤄지기만 하네요. 올해는 꼭...
  • 담배피는남자 2018/02/13 23:39 # 답글

    렌즈가 일이십만원짜리도 아닌데 그걸 잃어버리나...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많이들 분실하죠.
  • 파란오이 2018/02/14 08:41 #

    심지어 전 바디(D7000) 렌즈(24-120) 스트로보(SB-900) 를 한방에 해먹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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