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캐나다 B787 드림라이너 인천-벤쿠버 구간 탑승 후기 by 파란오이


별로 기억에 없긴 해도 매년 따져보면 어째 팔자에 없던 미국을 자주 가는 편입니다.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면 연 3~4회는 꼬박꼬박 찍고 오는 듯 싶습니다. 물론 일정 자체는 대단히 짧아서 1주일을 머무는 경우가 두번인가 정도밖에 없긴 하지만요. 이게 다 출장 스케줄을 짜게 해 놔서 그런건데, 젊을 때는 괜찮더니 이제는 시차 덕분에 이틀은 고생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2년 전 정도에 갔던 미국 오레곤주의 포틀랜드를 출장으로 잠시 다녀왔습니다. 미국에서 유명한 외계인 사육지역 중 하나(?) 이기도 합니다. 사실 포틀랜드가 뭐로 유명한가 하면 크게 와인, 초콜릿, 맥주 세 가지를 꼽더군요. 호텔 주위에 브류펍들이 널려있는 것을 보고도 못가서 저번 방문때는 꽤 안타까운 느낌이 있었습니다만 이번엔 가봐서 뿌듯합니다 (.....)

그래도 이번엔 비행기 탑승기로 타이틀을 잡아놨으니 술 이야기같은건 나중에....




1. 목적지는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 직항이 있지만 직항을 해달라고 회사에 올렸더니 대차게 씹혔습니다. 비싸니까 그냥 환승 타고 오라고...그런데 나중에 찍힌거 보니 왕복이 900달러인거 보고 아 싸긴 싸구나 싶었습니다. 에어캐나다의 노선이고 아시아나와 공동운항한다고 하는데 제가 탔던 건 그냥 에어캐나다 비행기였습니다.

인천공항서 수속하는데 수속 밟는 사람들의 짐이 어마어마합니다. 저야 물론 출장이니까 부칠 짐 없이 백팩 하나에 옷 두벌하고 노트북 카메라만 들고 갔지요. 그런데 다들 대형 캐리어 두어개는 기본인듯이 끌고 들어갑니다. 저건 여행이 아니라 무슨 유학이나 이민짐같았던 느낌. 아마 크게 틀리진 않을겁니다. 다들 한국 들어왔다 다시 돌아가는 편인거 같았던 느낌이랄까...

나가는 날 특이점이라면 제 앞줄에 컬링대표팀 출국이 있었습니다. 같은 비행기 타고 나갔죠. 물론 벤쿠버에서 서로 갈길 갔겠지만...


2. B787 드림라이너는 저 학교다닐때 졸업반쯤 한창 최신기로 학교 안에서도 화제였던 적이 있습니다. 뭐 학과 과정이나 연구소 과제와 꽤 밀접하게 붙어있었으니 몇 안되는 해당 멤버들에는 참 소중한 과제였겠죠. 물론 전 그 중 어느 라인도 타지 못했...지만 하도 수업시간 등에서 이 비행기의 설계와 동체소재 분석을 해대서 아직도 잘 써먹고 있습니다.

드림라이너는 진짜 공돌이의 이상을 질러본 물건입죠. 카본컴퍼짓 기반으로 복합소재 50%의 꿈의 비율...A380이 보수적으로 25% 정도였으니 얼마나 질러댄건지 딱 보입니다. 동체를 카본으로 한 번에 구워내야 되기 때문에 초기수율 개판이라 초기 인도 일정도 아주 난장판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국내 항공사들의 보잉사랑이 에어버스 수준이 올라오고 이런 시기에 딱 물려서 차세대기가 좀 더 빨리 나오는 380쪽으로 넘어가기도 했던 기억입니다. 덕분에 국내에서는 그 시끌시끌한 불타오른 ANA의 초기형 787 말고는 딱히 구경할 일이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막상 비행기 보면 747은 고사하고 777보다도 작은 느낌입니다. 작은 장거리 다이렉트 연결을 컨셉으로 만들어서 연비나 이런것들이 정말 대박 수준이죠. 물론 잘 굴러갈 수만 있다면....뭐 제가 탄 건 최신 리버전이라 큰 문제 없이 잘 굴러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단 몇년 안된 최신 비행기라는 장점도 있겠습니다.





3. 일단 타니까 생각보다 비행기가 작습니다. 이코노미 배열로 3-3-3 정도로 기억나는데 통로가 조금 아슬아슬한 느낌. 그리고 딱 타자마자 바로 앞을 봤더니 스크린은 있지만 컨트롤러가 없습니다 (....) 그리고 팔을 놓았더니 위에서 불들어오고...저 컨트롤러가 고정식입니다. 팔걸이에 팔 올리면 종종 저거 눌려서 승무원 부르고 불켜는 등의 뻘짓을 의도치 않게 하게 됩니다....

컨트롤러에 의레 보이던 게임패드 이런게 아예 없습니다. 왜냐면 저게 전부 정전식 풀터치기 때문이죠. 그런데 갈때는 좀 더 최신기라 그런지 스크린에서 안드로이드 비슷하게 커서 없이 정확한 컨트롤이 되었지만 올때는 한끗발 떨어지는 커서 나오는 모델에 터치 약간 뒤틀린 스크린이 절 반겨주더군요. 최신기종 기준에서 항로정보 등에서도 3D가 나오는 등 발군의 성능을 보여줍니다.

물론 엔터테인먼트에 한국어 콘텐츠를 찾으려면 좀 고생이 많아집니다. 전 그냥 몇개 찾다 포기했습니다.

시트는...아시아나 380과 대한항공 777의 중간쯤 됩니다. 좀 얇아보이지만 앉아보면 그럭저럭 큰 불만 없을 정도. 레그룸도 UA나 델타처럼 가축수송 정도는 아니고 아시아나보다 조금 좁은거같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밸런스 맘에 듭니다.


4. 서빙이나 이런건 한국인 스텝이 있지만 스타일은 쿨시크한 대륙식을 따릅니다. 워낙 검은머리 외국인이 많이 타서 저한테도 한국어 영어로 번갈아 묻길래 묻는 언어 맞춰서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기내식 등은 제가 그리 크게 신경쓰는 편은 아니라고 해도 딱히 좋다고 하기는 힘듭니다. 식사를 조금 덜 데워 나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메인은 그래도 참을만 한데 빵이 한쪽은 따땃하고 한쪽은 차다못해 얼어있다든가, 과일이 절반쯤 얼어있는 건 왕복할 때마다 공통적이었습니다.

술은 어 음...맥주 달라하면 하이네켄이 기본 옵션이길래 주는대로 받았습니다. 캐나다 로컬맥주 아니면 하이네켄인데, 다행히 한국서 출발한다고 카스 주고 이러지 않은게 고마울 뿐입니다 (..............)


5. 사실 인상적이었던 건 비행 스타일입니다. 국적기를 탔을 때의 기억은 이륙후 고도도 점진적으로 올리고, 착륙할때도 40~50분 전부터 간 보면서 조금씩 고도 내려가고 하는데 여기는 쿨하게 고효율 FM을 따릅니다. 이건 항공사의 스타일인지 787 운용의 스타일인지 좀 애매합니다.

이륙후 30분 정도에 순항고도 올리고 나서 고도 한번도 안바꾸고 순항속도로 내달리고, 777 쪽보다 고도나 속도 자체를 좀 더 높게 잡는 느낌입니다. 매번 보던것보다 조금씩 더 높고 더 빠릅니다. 그리고 착륙할때도 딱 30분 남기고부터 내리꽂습니다. 굉장히 쿨하더군요. 덕분에 애들 우는 소리가 좀 들리는데 사실 제 귀도 아플 정도인데 뭐 오죽하겠습니까...이건 올때도 똑같았습니다.

종종 터뷸런스가 뒤흔들고 했었는데, 움직임은 777보다 훨씬 양호하고 기체의 강도 여유가 참으로 충분하다는 느낌을 팍팍 받습니다. 역시 (이론상)고강도재료를 아낌없이 부어 경량화해서 그런지 흔들림에 꽤 의연합니다. 물론 380만큼은 아닌데 덩치값이 덩치값이니....



6. 처음 체크인할때는 벤쿠버 공항에서 짐 찾아서 환승하라고 하는데 막상 가보면 벤쿠버 공항에서 미국으로 환승할 때 짐을 찾을 곳이 없습니다. 미국쪽으로는 국내선쪽으로 그냥 넘어가는 느낌입니다. 왜 캐나다인데 미국 비행기가 국내선이 되냐...하면 캐나다에서 미국 입국 심사를 받습니다. 미국쪽 환승터미널에서 ESTA 심사받고 사진찍고 지문찍고 넘어가면 캐나다속의 미국입니다. 벤쿠버공항이 3분할되어 있는 이유가 이런 것이죠. 물론 이 때 스벅에서 카드그으면 캐나다달러 뜹니다.

올때는 좀 더 황당한데 상황이 달라집니다. 포틀랜드에서 존재감없는 출국 한 다음 벤쿠버서 내릴때 환승을 위한 캐나다 입국 심사 카드를 쓰고 통과합니다. 이게 뭔가 싶었지만 뭐 카드에 쓸건 몇개 없습니다. 단지 볼펜이 없어서 고생을 좀 했을 뿐이지만... 그래서 가 본 국가 중에 캐나다가 하나 추가되었습니다. 체류시간은 환승까지의 4시간. 가본데는 같이 간 어르신의 PP카드로 술마시러간 라운지 (..............)


7. 잘 안되는 영어로 열심히 다니다 보면 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가끔 생깁니다. 이번에는 벤쿠버에서 포틀랜드 환승할 때 통로에서 만난 아가씨와 아이스브레이킹 정도로 쓸 만한 농담을 하면서 즐겁게 온 기억이 있습니다. 이 아가씨는 주위 모두에게 유쾌한듯 해서 딱히 썸이 일어날 상황도 아니고 사실 기대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포틀랜드가 고향이라고 하면서 무슨 일로 포틀랜드에 가냐는 질문을 들으면 그냥 출장간다고 하면 재미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일은 뒷전이고 오늘은 펍가서 퍼마실거야 했더니 박장대소하며 펍 몇군데를 추천해 주더군요. 하지만 사실 혼자 갈만한 곳도 아니고 그냥 미리 예약된 데 가서 마셨지만, 역시 뭐든지 풍족한 나라라 그런지 맥주도 제대로 괜찮습니다. IPA 두잔 마시고 훅갈뻔....

몇가지 더 들은게 있다면, 어디사냐는 질문에 외국인이니 한국, 서울하면 끝날 줄 알았더니 '서울 어디'하고 훅 들어오는 겁니다. 순간 흠칫...했는데 이렇게 훅 치고 들어온 이유는 이 아가씨가 강남 모 초등학교 외국인영어교사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서울 지리에 빠삭할 수밖에....

그래서 강남에서 점심밥 찾아먹기 힘들다는 거나 홍대맛집 KFC 이런 개드립이나 건네고, 포틀랜드에서는 아무도 비올때 우산을 쓰지 않고 그냥 우의나 재킷으로 튕겨낸다는데 이유는 동네가 깨끗해서 산성비가 아니라서 맞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 가방에는 노트북과 카메라가 들어있어 외국인티 팍팍 내면서 결국 우산을 쓰게 되더군요 허허허....

하지만 안생겨요....아니 이제 생기면 안돼 (................)



8. 그래도 전반적인 이미지는 777보다 깨끗하고 좋습니다. 비행기가 작아서 생기는 장점은 사람이 적으니 조금 꾸물거려도 입국심사장에 사람 줄이 적다는 거 정도? 저번 LA 갈때 380은 다른데 비행기하고 겹쳐서 순식간에 대기장에 700명이 몰아치니 으으으....하지만 이번엔 정말 한가하게 지나갔습니다. 다행입니다 (........)

뭐 언제 787 다시 탈지는 기약이 없네요. 그냥 출장은 딱히 비행기편 골라 가고 그런게 아니고 태워주는 대로 타니까요.



덧글

  • Extey 2016/03/19 00:35 #

    이 아저씨 외줄 타기 짱이시네 (...)
  • Extey 2016/03/19 00:45 #

    다른 이야기 보다 드림라이너 이야기가 재미있네요... 문외한으로서는 아마 직접 경험해도 원래 그런가 보다 할만한데 역시 아는게 힘인가 크...
  • 파란오이 2016/03/19 18:34 #

    최저가 외항사 인생이라 이제 국적기가 편안함을 넘어서 어색함이 느껴짐 ㅠㅠ
    제 드립은 아마 이번세대 까지인걸로....
  • muhyang 2016/03/19 03:05 #

    787을 타본 적이 없어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787은 사이즈로는 A330보다 살짝 위죠. 여기다가 9열 박아놓았으니 다소 좁게 느껴질 법합니다. 한국에는 묘하게 인천보다 김포에서 많이 보일 법합니다. (JAL과 ANA가 굴리고 있어서... 인천은 AC 외에 인도나 에티오피아였던가요)
  • 파란오이 2016/03/19 18:35 #

    요즘 드림라이너는 원래 장거리 뛰어야 될 녀석들이 단거리 뛰고 있으니 참 아깝습니다....
  • 라피르 2016/03/20 12:07 #

    은근슬쩍 껴있는 전공드립 좋은듯

    어디 갈 때 기종을 골라서 타질 않으니 탈 일은 아마 없겠지만 기회가 되면 타보고싶긴한듯
  • 파란오이 2016/03/20 13:45 #

    기종 골라탈 정도의 철덕 항덕은 별로 하고싶지 않은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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