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예비군 훈련 갔다와서 by 파란오이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절대영역 동원예비군 훈련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보고 듣고 느낀 건 쓰지 말라고 뭔가 서류를 받긴 했지만, 그래도 군사기밀 다 빼고 진짜 느낀 거만 쓰겠습니다.
군사기밀이라고 들은 것도 없고, 사실 관심조차 없습니다. 나 먹고 살기도 바쁜데 (....)

1.

갔다 온 곳은 가평 모 예비군 부대. 사실 몇사단 이런거 기억도 안나고, 적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전 강남구 삽니다.

아침 6시 40분 강남구청 앞에서 버스 출발. 9시쯤 도착이었나 뭐 그랬습니다.
가평의 공기는 참 맑고 좋더군요. 비도 올려 하고 영 날씨가 후즐근한게 기분도 영 (...)

원래 군복 입으면 만사가 다 귀찮고 피곤합니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같은 생활관 아저씨와 조교가 군장을 싸고 있는 모습.


군장이 참 생소했습니다. 뭐랄까 아주 단순화된 그런 모습? 기껏 잘 봐줘도 그리 무겁지 않아서 겨우 5~7kg 나갈 정도랄까 뭐 그 정도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쌀 줄을 모릅니다. 조교의 숙달되지 않은 시범을 보면서 대충 싸놓고 그거 깔고 자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도 그냥 다시 풀었습니다.

첫날 들어갈때부터 예비군에 뭘 그리 많은 걸 바라셨는지 연대장은 화가 많이 나서 왱알앵알 하는데, 이런데 굴복하면 예비군이 아닙죠. 하지만 이러다가 담배 때문에 퇴소조치 당한 사람들도 몇 명 있습니다. 저야 담배 안 피니까 아무래도 이런 건 상관 없었습니다.


2.

동원예비군의 모습이 상상이 안되신다면 간단하게 상상할 수 있는 법이 있습니다.
육군훈련소를 배경으로 그리고, 훈련생을 모두 예비군으로 바꿔 주시면 됩니다.
예비군들의 속성은 말년 병장의 포스를 뛰어넘는 그것이 있습니다.

교육을 갈때는 느리지만 복귀할때는 기똥차게 빠릅니다.
뭔가 시키면 츤츤대지만 어떻게든 하긴 합니다. 안할 수 없을때는 말입니다.
절대 휴식시간을 그냥 보내지 않습니다. 담배를 피든 잠을 자든 몰래 핸드폰을 만지든 뭐든 합니다. 때로는 조교를 갈굽니다.
언제나 식사 시간은 정확하고 빠릅니다. 그리고 잠자는 시간도 칼같습니다.

뭐 이러저러 속성들이 있습니다. 여기 가서야 진정한 잉여의 길에 후광이 비치는 느낌이랄까 뭐 그렇습니다.
예비군이 영어로  Reserve Force 라고 씁니다. 하지만 Surplus force 라고 써도 될 듯 싶습니다.


3.

이런 잉여군들이 분노하는 사건이 있었으니

둘째날, 대충 교육을 끝마치고 들어와서 밥을 먹고 자고 있자니 갑자기 조교가 들어와서
"선배님들 작계훈련 가셔야 됩니다"
라고 사람을 깨웁니다.

덤으로 크리티컬 "위장하시고 완전군장 싸셔야 됩니다"


ㅁㄴㅇㄹ?
감히 우리에게 완전군장을 싸라고 하다니?

완전군장이 아무리 간소화되었다고 해도 무거운 건 무거운 겁니다.
전 과감히 야전삽 빼버렸습니다. 까짓거 걸리면 다시 달면 되지. 그런데 안걸렸습니다 하하하하.

그리고 완전군장 메고 한 일?
한 15분쯤 걸었나. 주위 야산에 특정 포인트에 진입. 짱박힙니다. 대기 시간은 2시간. 그냥 산속에서 삼림욕하면서 잤습니다.
가끔 개미가 얼굴을 기어올라와서 잠을 깨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합니다.

대대장과 연대장이 옵니다. 잠시 잠을 깨고 방탄모에 위장을 보강합니다. 그러다가 가는거 확인하고 다시 잡니다.

두시간쯤 있다가 포인트 이동합니다. 이번엔 좀 많이 올라갑니다. 다리가 아픕니다. 여기저기서 불평이 나옵니다. 하지만 다 꾸역꾸역 갑니다.

포인트 도착했습니다. 바로 들어가자마자 다시 자리를 깔고 잡니다. 아까보다는 좀 더 벌레의 습격이 심해졌지만 그냥 잡니다. 해가 떨어질 때쯤 되니 저녁밥으로 주먹밥 주는데 대충 먹고 또 잡니다. 해 떨어져서 추우니 조교를 갈궈서 언제 내려가냐 묻습니다.

그러다 하루 일과 끝. 가장 빡센 일정이었습니다. 왜이리 빡센거야 대체. 감히 예비군에게 완전군장을 싸라고 하다니.


4.

그래도 용서한 이유는 조교들이 너무 착했기 때문에. 열심히 고충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훈훈했습니다. 먹을거도 좀 주고 귀엽게 봐줬습니다. 그리고 중대장도 역시 고충을 털어놓으면서 많은 배려를 해서 그냥 웃고 잘 넘겼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날 생활관 물이 단수가 되었습니다. 화장실 안되고 씻지도 못하고 바로 훈련을 나가라니 불만이 하늘을 찔렀지만 마지막 날이니까 참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8시쯤 복구된다더니 점심 먹을때까지 복구가 안되어 있습니다. 점심 먹고 나오니 식당도 물이 안나와서 대패닉. 하지만 이건 어찌 금방 해결한 듯도 싶고... 뭐 결국 최종 복구는 오후 3시 넘어서 되었지만, 퇴소를 두시간 앞두고 이제는 어찌되도 좋다랄까 (..................)

그래도 이 때 불편함을 줄이고자 근처에서 말통으로 물까지 떠 온 중대장의 노고는 충분히 치하할 만 합니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 안나지만 (......................................)


5.

작년보다 빡세졌댑니다. 빡센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뭐 좀 귀찮게 굴어도 힘든 건 딱히 없었던듯.
그런데 점점 빡세지면 앞으로 2년 더 가야 되는데 이일을 어쩐다 ㅅㅂ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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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YEEL 2009/09/10 21:15 # 답글

    전투복이 정말 무거운 옷이더라고

    고생했네 ㅠㅠㅠㅠㅠ

    시박 내년에 어떻게 가 ㅈㄷㅁㅎㅁㄴㅇㅎㅇㅁㄴ
  • 파란오이 2009/09/14 22:34 #

    이녀석 지옥을 맛봐랏
  • 폐묘 2009/09/10 21:16 # 답글

    아 내년만 가면 일단은 4년차 끝인데..
    근데 무슨 군장을 매심?ㅋㅋㅋ 안습한듯; 전 3년동안 싼적은 있는데 맨 적은 없었네요.
  • 파란오이 2009/09/14 22:34 #

    으악 대략 괴로웠던듯 군장 무게보다 그 정신적 데미지가 (....)
  • 콜드 2009/09/10 21:22 # 답글

    완전군장도 모자라서 위장까지 하면 ㅇ>-<
  • 파란오이 2009/09/14 22:34 #

    ㅇ>-<
  • 데지코 2009/09/10 21:23 # 답글

    미안합니다. 민방위 입니다. (의미불명)
  • 파란오이 2009/09/14 22:35 #

    ??
  • 한솔로 2009/09/10 22:14 # 삭제 답글

    나이 먹어서 좋은 게 하나 있다면 민방위라는 거.
    처자식(...)도 없는데 초등학교라는 곳을 가본다능.
  • 파란오이 2009/09/14 22:35 #

    허허허허 (...................)
  • Sin_oRiGin 2009/09/10 22:32 # 삭제 답글

    미안합니다 군면제입니다 와하하하하하하
  • 파란오이 2009/09/14 22:35 #

    !!!!!!!!!!!!!!!!!!!
  • Extey 2009/09/10 23:06 # 답글

    구...군납오이...
  • 파란오이 2009/09/14 22:35 #

    군에서도 반품된 오이임
  • 아젠트 2009/09/10 23:30 # 답글

    왠지 잉여의 끝을 본듯 그나저나 '방탄 '모에' 위장을 보강합니다' 라고 읽으면 잘한건가요.
  • 파란오이 2009/09/14 22:35 #

    참 잘했어요
  • 月虎 2009/09/10 23:41 # 답글

    저도 완전 군장메고 산악행군.. 화생방 보호의까지 입었다능 ㅜㅠㅜㅠㅠㅠ 아 맞다 지뢰도 심었지-_-;;

    요즘 예비군 왜 이런가여
  • 파란오이 2009/09/14 22:35 #

    이아저씨 나보다 더한듯 난 보호의는 안입었다능 지뢰심고 철조망까지는 쳤다만 (..........)
  • 2009/09/10 23:47 # 답글

    연말이 되면 사시는곳의 예비군동대에 전화하셔서 소대장 남는자리 있는지 물어보시는게 어떨까요,
    동에서만 훈련받고 수당까지 받으니 동원보단 훨씬 할만합니다. 동대장이 싸이코가 아닌이상 소대장 크게 부려먹지도 않구요.
  • 파란오이 2009/09/14 22:36 #

    이동네는 장교가 남아도네요 (...)
  • 위키 2009/09/11 15:34 # 답글

    아...안돼 이렇게 무서운 포스팅 처음이야 ㅠㅠ
  • 파란오이 2009/09/14 22:36 #

    이얍 공포를 맛봐라
  • 가로드 2009/09/12 13:26 # 답글

    가평이시면 66사단 다녀오셧군요 횃불부대=ㅅ=; 저도 이제 전역 얼마 안남은[19일] 말년병장이지만..
    제부대가 75사단인 동원사단이라...그 사실을 잘알죠.. 요즘 동원훈련 되게 빡세진걸...왜냐고요..[제가 굴렷거든요 ㅋㄷ]
  • 파란오이 2009/09/14 22:36 #

    내후년에 후회하실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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