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리뷰] 잘가렴 DVD 2.0 by 파란오이


사실 짤방하고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참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모자란 글을 올립니다.
오늘은 참 읽기가 껄끄러울 글입니다.

제가 써놓고 제가 봐도 민망하기 그지 없군요.




1. 옛날 이야기

아마 내가 이 잡지를 처음 본 건, 이 잡지의 창간호가 서점에 들어왔을 때였다고 생각된다. 그때까지만 해도 서점에 가면 몇몇종류의 전문잡지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잡지 속에 숨어 상당히 높은 가격과 얇은 지면을 가진 이 잡지는 꽤나 독특한 존재였다. 하지만, 높은 가격 덕에 접근하기 힘들었던 면이 있었을 것이다. 높은 가격의 원인은, 그 당시 잡지들이면 흔한 일이었던 번들이었는데, 이 잡지는 DVD 타이틀을 번들로 내놓았고, 덕분에 그 비싼 가격도 용서가 될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막 DVD의 보급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었고, 내가 살던 동네에서 DVD 재생을 위한 기기는 생각보다 찾기 힘들었다. DVDP를 산다는 건 솔직히 생각하기 힘들었고, PS2 또한 그 당시 고등학생이던 내 주머니 사정으로는 힘들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주위에 흔하지 않던 DVD-ROM 드라이브를 가지고 있었고, 사실 감상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볼록한 17인치 모니터와 4채널 서라운드 스피커 시스템으로 처음 DVD를 볼 때의 감동은 생각보다 컸다. 그 당시 Divx로 대표되는 고압축 영상들이 돌기 시작했지만, 보통 320*240 수준의 해상도가 많았고, DVD는 상당히 고화질 미디어로 자리를 잡게 되었었다.


세월이 흐르고, DVD는 이제 새로운 미디어들에 자리를 내어줄 때가 되었다. 지금은 HD DVD, 블루레이 규격의 디스크들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HD라는 새로운 규격의 퀄리티를 무기로 성공적으로 진입 중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대세가 될려면 아직 좀 더 기다려야 될 것이다. DVD는 아직도 고용량 고화질 매체로의 상징성을 잃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이들에 밀려 사라질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2. 옛날 이야기 2


DVD가 대중화의 길을 걷기 직전 한국에 밀어닥친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열풍은 사람들의 네트워크 접근성을 대폭 높여 주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뭔가를 얻게 되었고, 한달에 한번 한정된 지면으로 나오는 잡지로는 사람들의 욕구를 채우기가 힘들게 되었다. 판매부수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무리한 번들경쟁과 함께 수익성을 잃은 잡지들은 하나하나씩 사라지게 되었다.


지금 서점에 가면 예전에 비해 잡지들은 볼 게 없다. 그 수많은 잡지들은 시대의 대세에 밀려 사라지고 그 빈자리는 그다지 영양가없는 커뮤니티들이 채우게 되었다. 예전 잡지를 보며 꿈을 키우던 소년은 이제 꿈을 잃고 방황하는 한 유저로 변해갈 뿐이다.


 

3. 왜 이런 이야기를 했나

지금 서점을 가 보라. 이런 주제의 특정층을 노린 잡지가 몇종류나 남았는지 말이다.
이제 그 얼마 남지 않은 잡지 중 하나가 또 사라졌다. 한국 유일의 홈 엔터테인먼트 관련 잡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던 잡지였다.


DVD가 등장하면서 등장한 새로운 개념의 기기들은 많다. 홈시어터라는 개념이라든가, 혹은 480P 정도의 해상도를 가진 프로젝터라든가, DVD를 매체로 사용할 수 있는 다채로운 활용도의 기기들, 음향 면에서는 다채널 시스템의 보급화를 이루어 냈다. 지금에 와서는 홈 시어터 시스템에서 DVD를 빼 놓고는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시대를 같이 살아온 이 잡지가 이제 시대의 소명을 다한건지, 아니면 시대에 버림받아버린 건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이제 마지막 판을 내놓았다. 좋든 싫든 마지막이다. 더이상 버틸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잡지사 또한 수익을 추구하는 이익단체니까 말이다. 또한, 독자들도 이미 철지난 이야기를 보려고 더이상 주머니를 열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은 종이에 활자인쇄물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가볍게 보고 뒷탈없이 처리가 가능한 디지털 매체를 더욱 선호하는 건 더이상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4. 마지막을 펼치며

이 잡지는 얇다. 그리고 컬러풀하다. 아무래도 눈으로 보고 즐기는 매체를 다루는 잡지다 보니 그 기호를 맞추기 위해서 비싼 종이와 고급 인쇄를 사용했다. 덕분에 얇으면서도 비싸다. 더이상 번들 때문에 비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여느 잡지와 다를 바 없이 광고가 이어진다. 광고의 분량은 적은 지면만큼 적다. 이제 이 광고도 주인을 잃겠지...
잡지의 내용은 예전과 별 다를 바 없다. 기기의 리뷰라고 하긴 민망할 수준의 리뷰와, 이번 호 메인으로는 '18인 문화계 인사의 내 인생의 영화음악'이 자리잡고 있다. 시중에 있는 프로젝터들에 대한 소개와 새 제품들의 소개, 뒷쪽에는 DVD 타이틀들의 소개, 그리고 중간중간 아이캐치 용도의 기사들까지,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든 과월호 소개가 상당히 큰 분량으로 들어가 있다.

문화는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좀 심하게 말하면 내 시각에서 볼 때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전문지에서 느껴볼 수 있을 듯한 깊이가 없다. 두루두루 다루지만 깊지 않다. 판단은 독자가 하라는 건가?
가볍게 다루고 넘어가는 덕분에 이 잡지의 정체성은 모호해진다. 이것이 과연 전문지인가 아니면 단순한 흥밋거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가벼운 읽을거리인가. 솔직히 이걸 읽으면서, 난 대체 DVD 전문지를 읽는 것인지, 가십거리로 가득찬 월간 남성잡지의 한 부분을 보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다.


마지막이지만 저런 점은 조금 아쉽기도 하다. 지금 생각하면 과월호 또한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처음 입문할 때 열심히 보던 사람들이 어느정도 중급기 이상으로 가면서 독자층에서 이탈하는 건 이 잡지가 언제나 제자리에서 자기 자리를 꿋꿋이 지켰기 때문이 아닐까? 전문지라지만 전문지같은 모습을 찾기 힘들다는 것은 양면을 가지고 있다. 대중지라는 것은 대중의 수준에 맞출 것인가 자신의 독자층에 맞출 것인가에 대해 언제나 갈등한다. 또한 둘 다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특히 전문지라는 건 처음 잡지를 집어드는 사람과 기존의 독자를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여담이지만 영화음악 소개에서 애니메이션 관련으로 마크로스의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는 저 이름을 보고 정말 10년만에 다시 노래를 찾아서 들으면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5. 마지막에 서서

마지막즈음에 이 잡지와 헤어지는 편집부들의 코멘트가 있다. 언제나 헤어짐은 아쉬운 것이다. 그들의 코멘트에는 이런 헤어짐의 아쉬움이 조금은 묻어 있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완전히 이 바닥을 뜨는 사람은 없다. DVD 2.0은 사라지지만, Film 2.0에서 다시 등장한다는 예고 또한 보인다. 어쩌고 보면 당연하다. DVD는 Film의 가정으로의 배급에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고, 이 잡지가 사라지고, Film에서 이를 빼버린다면 Film의 기능은 반쪽도 안되게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어쩌고 보면 DVD 2.0이란 잡지는 사라지는 게 아니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잡지가 한창 좋은 시절을 구가할 무렵, 철없는 그 시절의 나는 한 때 이런 계열의 언론계열에 종사하기를 희망했던 적이 있었다. 학교 장래희망에도 이런 계열로 가고 싶다고 적었었다. 지금은 물론 그 때의 꿈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버렸다. 내가 꿈에서 멀어지는 동안, 현실 또한 많이 변했다. 잡지에 마지막을 쓰는 이 사람들의 기분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내가 한때 꿈꿨었던 그들의 현실을 지금에 와서는 그때처럼 바라볼 수가 없다는 것, 이건 내가 그래도 조금이라도 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6. 마무리?


뭔가 뜬금없이 이어지는 이야기같다. 내가 글을 잘 쓰는 편도 아니고, 이 글은 읽는 데 매우 껄끄러울 것이라는 걸 잘 안다.
하지만 나도 쓰면서 한번 센티멘탈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나온 글이 이런 밑도 끝도 없어보이는 글이다.


참 쓰기도 난감했다. 책 리뷰가 아니라 이제 폐간되는 잡지의 마지막 리뷰라니 말이다. 좋든 싫든 이제는 이 잡지를 더이상 서점에서 보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책의 홍보보다는, 책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책을 바라보는 시점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옛날 이야기같지도 않은 옛날 이야기로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혹시 편집부가 이 글을 본다면 조금 황송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들 거 같다. 마지막 가는 길에 찬사는 못해줄 망정 이런 식으로 꼬장꼬장하게 따지고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안타까움과 애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해 주면 참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주성치의 서유기는 참 즐겁게 봤다.
잡지 한권으로 한달을 즐겁게 보내기는 힘들다. 하지만 한달을 즐겁게 살 활력을 얻는 정도라면 가능하고, 이 잡지는 방법이야 어떻든 간에 내가 한달 동안 뭔가를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는 것에서, 위에서 혹평하긴 했지만 그래도 자기 역할은 충실히 했다고 본다.


덧글

  • SiN_oRiGin 2007/11/17 14:05 # 삭제 답글

    무언가 읽다가 포기해버렸다;;
  • 미즈하라 2007/11/17 16:13 # 답글

    DVD2.0이제 안나오는구나..
    뭔가 아쉽기도 하네..
  • wetsea 2007/11/17 23:42 # 삭제 답글

    모회사가 워낙 허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죠. 필름2.0 사태, 유명하지 않습니까.

    저런 허접한 회사에 먹힌 영진닷컴이 불쌍할 뿐입니다;;
  • 파란오이 2007/11/20 23:28 # 답글

    SiN_oRiGin // 끝까지 읽도록 하세요
    미즈하라 // 좀 아쉽긴 하지
    wetsea // 하하하하 필름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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